|
1월 금통위는 경제전망의 큰 폭 하향조정에도 불구하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비교적 큰 폭의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3.9%→3.4%)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리스크와 긍정적 경기 전망 등을 강조하며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전망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14.4Q 성장 부진에 따른 기술적인 요인을 언급하며 향후 성장경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 하방압력 증대를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유가 급락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등 최근 과도하게 편향된 심리를 조정하기 위해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자제했다.
아울러 현 금리수준이 경기 회복세 지원에 충분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시중금리는 금통위 당일 전 구간에서 상승하며 대통령의 금리인하 관련 발언과 금리 동결에 대한 소수의견 등장 기대 등으로 하락했던 최근 낙폭을 되돌렸다. 금통위 당일 국고3년과 10년 금리는 각각 7.0bp, 8.1bp 반등했다.
경제 지표의 전반적인 개선은 지연되고 있으며,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 또한 지속됐다.
11월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 생산 부진(-0.3%, MoM)에도 광공업 생산이 일부 개선(1.3%, MoM)되며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0.1%, MoM) 그러나 11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또한 반락하는 등 경기 회복 모멘텀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12월 소비자 심리지수(11월: 103 → 12월: 102)는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제조업업황 BSI 역시 하락(11월: 75→ 12월: 73)하는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12월 물가상승률이 0.8%를 기록했으나 유가 급락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 하방 압력 증대라는 점에서 디플레 우려는 제한적이다.
1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급락 등의 영향으로 0.8%(YoY)를 기록하고,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지난달 대비 0.1%p 하락하는 등 물가 하방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유가 10% 하락 시 국내 물가 상승률은 약 0.2%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최근의 물가 하락압력 증대는 국제유가 급락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한 것이며, 이는 실질 구매력 상승 및 기업 비용 절감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점에서 디플레 우려는 제한적이다. 한은 총재 역시 유가 급락에 따른 물가 우려는 유로존·일본과 같은 기존 디플레 우려 국가에 국한된 것이며, 국내 경우에는 저유가 지속으로 인한 성장률 제고와 기업 비용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
한은은 2015년 경제 전망치를 큰 폭 하향했으나 향후 성장경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유지했다.
한은은 '14년 4분기의 예상 밖 경기부진(1.0% → 0.4%, QoQ)에 따른 기술적 요인으로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4%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14.4Q 경제성장률이 단통법 시행에 따른 통신부문 부진, 세수부족에 의한 SOC 투자 감소, 소비심리 위축 지속, 무통관 수출 부진 등에 의해 기존 전망보다 크게 둔화됐다.
한편 무통관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세계교역신장률이 하락함에 따라 국내 경제성장에 대한
수출 기여도가 기존 전망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5년 물가상승률 전망 또한 국제유가 급락 및 저유가 장기화 등을 고려해 기존 2.4%에서 1.9%(담뱃값 인상 효과 제외시 1.2%)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마이너스 GDP 갭의 해소 시기는 지난 4분기 GDP 부진에 의해 이연되었으나, 경제 성장 속도는 기존 예상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한은 추정치: 3.5%)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전망하며,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으로 언급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한 글로벌 차원의 안전자산 선호 확대는 단기적으로 국내 금리의 상승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은행은 1월 경제전망을 통해 미국의 경기회복세와 저유가의 긍정적 영향이 유로존과 신흥국 문제를 상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하며 금년 세계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3.4% → 3.0%)
글로벌 금리는 국제 유가 급락과 그리스 정정불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강화로 하락하였으며 특히 美 국채 10년물은 1%대로 재진입했다.
한편 러시아 위기와 그리스 정정불안 등 대외 리스크는 국지적 이슈에 그칠 가능성이 크나,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Grexit의 경우 시리자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며 유로존 내 취약국의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통합체제의 안전망도 강화됨에 따라 해당 리스크의 역내 전염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러시아의 전면적 자본 통제 가능성 및 서방제재 연장 가능성 등은 대외불안의 잠재요인으로 남아 있다.
저유가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신흥국 통화가치 변동성 확대 등 신흥국의 위기 전염 가능성 또한 상존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신흥국 불안 등은 향후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요인으로 부각되며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재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
주요국 통화완화 기조 지속 역시 국내 통화완화 정책 시행에 대한 기대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
유로존은 12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0.2%, YoY)한 상황에서 드라기 총재는 디플레 방어를 위한 양적완화를 시사하는 등 ECB의 추가 통화완화 시행이 임박해 있다. 또한 유럽사법재판소가 OMT(전면적 국채매입)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함에 따라 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시행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역시 연착륙을 위한 미니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성장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민은행의 '14.11월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이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중국 역시 경기 하강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들어섬에 따라 디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고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증대하고 있다.
한편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는 금년 중반 경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으로 美 경기 회복세 둔화 조짐 부각시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연준은 베이지북을 통해 유가 하락으로 원유생산 지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유가 급락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양면성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대규모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고, 이에 따른 소비 제약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는 지난 주택금융규제 완화와 금리인하 이후 대규모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가계부채 문제는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잠재 위험 요소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가 부채 상환부담을 낮추고 가계부채 문제를 개선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낮은 수준의 금리가 추가 대출 확대를 유도해 향후 부채상환 부담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CB에 따르면 주택금융규제 완화와 금리인하 이후 저금리를 활용한 추가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고정금리 대출 전환 유도에도 불구,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대출의 약 90% 가량이 혼합형 금리 대출로 운용되고 있어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대한 착시효과 또한 존재하고 있다. 아울러 가계부채 급증과 원리금 상환 부담은 내수부진과 가계 소비심리 위축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향후 가계대출의 분할상환 유도 등에 따른 소비 둔화 문제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 당국은 2월 단기·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의 전환 유도가 포함된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가계부채 증대에 따른 내수 침체 가능성은 향후 수요측 물가 하락압력을 강화시켜 디플레의 근본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통화정책의 운신폭을 제한하는 최대 제약요인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나, 채권시장 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재부각되며 시장과 정책의 괴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만장일치로 진행된 금통위의 금리 동결과 한은 총재의 다소 매파적인 기자회견으로 시중금리가 반등했으나, 스위스發 금융시장 불안으로 시중금리는 16일 중 급락 반전했다. 15일 스위스는 향후 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자국 신용경색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환율 하한선 폐기, 예금금리를 인하했다. 스위스의 예상치 못한 정책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었다.(다우지수 -0.61% 하락, 미국채 10년 금리 -15bp 급락, VIX지수 +4.24% 급등)
그러나 한은의 2015년 경제전망이 대폭 하향된 상황에서 추가 경제전망 하향 조정 가능성이 당분간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금번 경제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함으로써 잦은 경제전망 추가 하향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 부각을 제한하고, 한은의 독립성 제고 또한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감소로 지난 4분기 경제성장이 부진했으나, 금년 상반기에는 세수 조기집행에 따른 경기 개선 효과가 가능하다는 점 또한 금리 동결의 배경이 될 전망이다.
다만 기준금리 동결 지속에도 불구,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및 안전자산선호 강화로 글로벌 차원의 금리 하락압력이 강화되고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시장과 정책 간의 괴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또한 금년 중순 금리인상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옐런은 통화정책의 결정적 변수는 단기금리 변동성이 아닌 향후 경제 전망임을 강조했다.
한편 금년 2분기 말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금년 4월 이후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이나, 대외發 시중금리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기사최종편집일:2024-05-07 09:1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