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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중앙은행(SNB)이 15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대(對)유로화 환율 하한제를 폐지하고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이 요동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중앙은행의 엇갈린 행보가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NB는 이날 지난 3년 동안 고수한 유로에 대한 스위스프랑의 환율 하한제를 폐지했다. SNB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유로에 대한 스위스프랑 환율이 1.20프랑 밑으로 빠지지 않도록 유지했다. 자국 통화의 지나친 강세를 막아, 경제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QE)가 임박하면서 이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마스 조던 SNB 총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날 결정은 시장을 놀라게 할 것”이라면서도 “(기존 환율 하한제는)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NB는 사실상의 고정환율제 채택 이후에도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해 수십억 스위스프랑을 쏟아 부었고, 이에 따른 손실은 그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심 보테른 크레디트스위스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결정은 SNB가 더는 재무제표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SNB는 이와 함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0.25%에서 -0.75%로 인하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설문을 실시한 22명의 전문가 중 누구도 SNB의 결정을 예측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날 발표는 시장에 충격을 줬다. 조지 버클리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SNB의 조치는 놀라운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NB의 고정환율제 포기 발표 이후 취리히외환시장에서 유로에 대한 스위스프랑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장중 40% 넘게 급등했고, 환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화가치 급등 소식에 주식시장은 휘청거렸다. 취리히증시 SMI는 8.7% 하락했다. 세계 최대 시멘트업체 홀심의 주가가 10% 넘게 급락하는 수출 비중이 높은 종목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블룸버그는 인도중앙은행(RBI) 역시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 8.0%에서 7.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가 깨지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22일 정례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전면적인 양적완화(QE)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연준은 빠르면 올해 중순부터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날 SNB와 RBI와 같이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키트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변동성이 돌아왔다”며 “시장은 현재와는 다른 흐름에 직면할 것이다. 지역별 경제 차별화와 통화정책의 차이 역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역시 지난해 11월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
스위스 중앙은행(이하 SNB)은 1월 15일 환율·통화정책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 내용은 사실상의 반(半) 페그제를 폐지함과 동시에 정책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11년 9월 도입했던 대(對) 유로화 환율 하한선(1.20프랑)을 폐지하고, 예치금리(sight deposit)는 -0.25%에서 -0.75%로, 3개월물 스위스 프랑 Libor 목표금리는 -0.75% ~ +0.25%에서 -1.25% ~ -0.25%로 인하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은 ECB의 완화조치를 예상, 시장개입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인하는 환율 하한선 폐지의 부정적 효과 억제 목적이 있다.
ECB 조치에 대한 선제적 대응 : ECB의 국채매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한선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ECB 회의를 1주일 앞둔, 유로존의 OMT 합헌 판결을 하루 지난 시점에서의 조치이므로 ECB의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ECB 양적완화 가능성을 감안하면 향후 예상되는 시장개입 규모가 매우 크며, 차후 SNB 정책회의(3월)까지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추가 대응에 대한 부담 : 환율 하한선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집행 과정에서 스위스 외환보유액은 중국, 일본에 이어 전세계 3위 수준까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14년 11월말 기준 5,262억 달러) 최근 금 법안(gold referendum)이 추진된 바가 있듯이 외환보유액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심화되었던 것도 배경으로 보인다. 스위스 국민당은 SNB 전체 자산의 금보유 비중이 과거 16%에서 7.5%까지 축소됨에 따라 금 보유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14.11월말 부결했다.
시장 반응 및 평가
조치 이후 스위스프랑화가 초강세를 나타낸 가운데(유로화 대비 23%, 미 달러화 대비 21%) 주가 및 채권 금리도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큰 폭 확대됐다.
외환시장 : 패닉성 손절매 등으로 스위스프랑화는 장중 한때 유로화 대비 41%, 미 달러화 대비 37%까지 강세를 시현하며 글로벌 외환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조치 직전까지는 스위스 당국의 통화완화 기대 등으로 스위스프랑화 선물매도 포지션이 큰 폭 증가했다.(12월말 대비 순매도 포지션 7,626계약 증가) 그러나 SNB의 전격적 결정 이후 선물 포지션을 비롯해 종전의 환율 하한선 유지를 예상했던 거래들의 손절성 투매가 출회됐다.
채권시장 : 위험회피심리 등으로 스위스 국채 금리 역시 1~8년 구간을 중심으로 큰 폭 하락. 특히 8년물 등 중장기 국채 금리까지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정책금리를 50bp 인하한 데 이어 추후에도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 등으로 국채 금리의 하락 폭이 심화됐다.
주식시장 : 스위스 프랑 강세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우려 등으로 주가는 장중 한때 14%까지 하락 후 장 후반 낙폭이 축소됐다.(전일대비 -8.7%, `89년 이후 일간 최대 낙폭)
한편, 예상 외 조치로 인해 프랑화 강세 폭이 심화된 측면이 있으나,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우세해 당분간은 절상 심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예상 외 조치 : 종전까지의 컨센서스는 SNB가 환율 하한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로화가 마이너스 금리 등에 의해 소폭 절하될 것으로 보는 것으로 형성되고 있다.
금번 SNB 조치 이전까지의 컨센서스는 환율 하한선 유지를 예상하고 있다. Bloomberg 서베이(47개 기관 응답)의 유로화 대비 환율 전망치 평균은 3월말 1.2083프랑, 6월말 1.2134프랑, 9월말 1.2174프랑, 12월말 1.2213프랑이다. IMF 라가르드 총재는 “SNB가 IMF에 사전에 주의를 전달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조치 전 여타 중앙은행과의 의사소통이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프랑화 절상 심리 증가 : 당분간 프랑화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환율 전망치를 유로화 대비 등가(parity)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IB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Credit Suisse는 `15년말 유로화 대비 1.00, HSBC, `15년말 0.95, `16년말 0.92로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플러스 실질금리,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프랑화 초과수요 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정책금리 50bp 인하 불구 통화가 23% 절상된 것은 아직 현 금리 수준이 프랑화 보유 유인을 저해할 만큼 낮지 않음을 의미한다. ECB의 추가 자산매입 조치 시 유로화 약세 및 프랑화 강세 압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프랑화 환율 하한선이 폐지된다는 것은 SNB의 외환시장 개입이 감소하면서 유로존 국채에 대한 수요가 둔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마이너스 금리 불구 글로벌 위험회피심리가 지속되는 한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디플레 우려 하 안전자산이 부족한 가운데 프랑화에는 달러화와 함께 주요 안전자산으로서의 프리미엄이 부과될 전망이다.
추가조치 불가피 : 단기적으로는 1/22일 ECB 정책위원회회의 때까지 절상압력 지속 예상. SNB는 외환시장 개입을 지속하고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프랑화는 명목실효환율 측면에서 하루 만에 15% 절상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위스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디플레 압력 심화.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SNB 조치로 환율이 급락하면서 통화긴축 효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 금리인하 시 프랑화 강세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15일 환율 하한선 폐지에도 불구하고 이와 동시에 외환시장 개입을 병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향후에도 필요 시 외환시장 개입을 지속할 전망이다.
향후 영향
프랑화 매도 포지션 관련 손실 증가로 위험회피심리 확대될 전망이다. 단 추가 금리인하 시 프랑화 선호가 점차 감소하며 일부 되돌림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회피심리 확대 : 금번 조치는 BOJ(10/31일)와 달리 “외환시장 개입 포기”로 인식되는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여지가 있다.
변동성 확대 : 중앙은행이 환율 측면에서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SNB 신뢰가 저하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 구축된 프랑화 매도 포지션 정리 과정에서 위험선호심리가 약화 되면서 변동성 증가가 예상된다. 덴마크도 금번 스위스 조치로 인해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프랑화 관련 손실 증가 : 금번 SNB 조치 직후 프랑화 투자와 관련한 금융 회사들의 대규모 손실 사례가 발생했다. 프랑화 부채를 지닌 인접 국가에도 피해가 예상된다. Global Brokers NZ Ltd.(뉴질랜드 FX 중개사)는 스위스프랑화 포지션을 보유한 고객의 손실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FXCM Inc.(미국 FX 중개사)의 고객 계좌에서는 2.2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헝가리, 폴란드 등 프랑화 부채가 많은 동유럽 신흥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산 선호도 변화 : 정책금리 추가 인하 시 예상 수익률이 낮은 스위스 자산 보다는 해외 자산에 대한 선호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스위스 은행들은 ①마이너스 예치금리와 관련한 초과지준 보유비용 증가, ②대출 부실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을 선호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프랑화 매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 영역이 8년물까지 확대. 안전자산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부 우량 신흥·상품통화까지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화에 비해 유로존 자산의 상대적 선호도가 증가할 수 있으며, 금번 조치 시 SNB의 진단으로 미루어 볼 때 달러화 자산에 대한 선호도 증가할 전망이다. Fed와의 통화정책 대조화에 의한 달러화 대비 약세가 프랑화의 고평가 부분을 일부 해소하고 있다. 한편 유로존 자산은 ECB의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유동성 장세 기대로 스위스 자산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NB는 보유 자산 중 만기 도래하는 유로화 자산을 처분하고 달러화 자산을 매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달러화 대비 약세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경제 영향 : 프랑화 강세 지속 시 디플레 및 경기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 하락에 프랑화 강세 가세로 `15년 물가상승률이 더욱 낮아지면서 SNB는 물가 목표(2% 미만)에 도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對) 유로화 환율 1.20을 회복하지 못하면 기업활동 및 실물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동 우려는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14년 12월 CPI 상승률은 -0.3%, `15년은 -1.0~-1.5%로 예상되며 유가 하락 시 추가 하락 가능. GDP 성장률은 +1.6%→+1.0%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ECB 정책위원회회의를 비롯,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동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 조치는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는 금융시장에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일본 양적∙질적완화에 대한 의구심 증가 시 엔화도 급속하게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에도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번 SNB 조치의 여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및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유로화 대비 프랑화 강세 폭이 한때 41%에 달하는 등 사상 최대 일중 변동 폭을 기록하고 일부 중개사들이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종전 투자 포지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종전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의 청산 과정에서 대외 충격에 취약한 국가들의 금융불안이 재개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13 09: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