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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제 전망 기관의 전망을 종합하면 2015년 한국 경제는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가뜩이나 움츠린 소비 심리도 더 악화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 부진이 경기순환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장기침체 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내경제도 금융위기 이후의 지속적인 성장둔화 등을 감안할 때 장기침체의 위험에서 크게 자유로운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영행태도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전망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외 경제의 장기침체 논란 및 시사점’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 진단 및 향후 진로를 모색해본다.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의 의의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는 1938년 Hansen이 기술 정체와 인구증가율 둔화에 따른 투자기회의 대폭 축소로 미국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발생 이후에도 회복되지 못하고 과소 투자 및 총수요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최근에는 Brookings-Hoover(2013. 10) 컨퍼런스에서의 패널토론과 IMF경제포럼(2013. 11) 연설에서 Summers(하버드대 교수)가 ‘선진국 경제는 2000년대 초부터 구조적 요인에 의해 장기침체에 진입하였다’고 주장했다. Summers가 장기침체 가설을 제기한 이후 Krugman, Fisher, Blanchard, Eichengreen 등이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장기침체란 대체로 실제GDP가 잠재GDP를 하회하는 가운데 총수요가 억제되어 있거나 공급측면에서 잠재GDP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장기(secular)란 인구고령화 등에 따른 노동증가율 감소, 혁신 축소, 자본투자 감소 등 공급요인에 의해 성장잠재력이 축소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침체(stagnation)란 디레버리징, 신용공급 축소, 재정지출 축소, 위기 이후 위험회피성향의 증가 등 수요요인에 의해 성장회복이 지연되거나 성장이 정체되는 것으로 경기순환과 관련이 크다.
장기침체란 용어자체가 수요요인(경기순환)과 공급요인(성장잠재력)이 혼재·복합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침체 여부와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며, 다른 유사 개념(현상)과도 혼용되어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장기침체 현상이 주목을 받는 것은 통화당국이 명목금리를 낮추어도 낮은 물가 수준 등으로 실질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을 유지해 대부분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총수요 부족에 주목한 경향이 있으나 최근에는 주로 공급측면에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약화된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실물경기의 부진과 관련해 경제학적으로 장기침체와 유사한 개념(현상)들이 다양하게 혼재하고 있어 이의 구분 및 의미 파악도 어려운 경향이 있다.
주요 선진국의 장기침체 진행과 전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요 부진이 동반되고 있어 장기침체에 직면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통화확대 정책이 있어 왔으나, 주요 선진국들은 실제GDP가 잠재GDP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물가하락(또는 저물가)이 동반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경기순환 측면 뿐 아니라 경제 구조적 취약성으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거나 정치적 불확실성과 정책오류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장기침체 성격이 있는 선진국들의 공통점 중 하나다.
유럽 = 위기와 인구증가율 둔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둔화되었고 노동시장에서의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s)로 유휴 노동력도 상당한 수준이며, 강력한 통화확대정책에도 불구하고 저물가 또는 물가하락이 진행되고 있다. 유로지역의 인구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되면서 2012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한 상태이며, 구조적으로 중심국과 주변국(PIGS 등) 간의 성장격차 등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 1990년대 이후 대불황(great recession)이 진행되면서 제로금리 정책이 총수요를 지지하는 데 실패하였으나, 아베 정권 이후의 양적·질적 완화는 일부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아베노믹스(Abenomics) 이후 주요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4월의 소비세 인상과 구조개혁 정책 등으로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부채의 지속 등으로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미국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제GDP가 잠재GDP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나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에 유용하게 작용하며 위기 이전의 성장률에 접근하고 있어, 유럽 및 일본과 같은 전형적인 장기침체와는 경제 흐름이 다소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고용을 중심으로 내수경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어 2015년 중반 경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금리인상 이후의 경기흐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다소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주요 선진국 경제에 대한 장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지지론과 부정론이 병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가 빠른 시일 내에 강화되기는 어렵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지금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2019년이나 되어야 실제GDP가 잠재GDP수준을 소폭 뛰어 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기침체 가능성 점검
한국의 경우에도 구조적 요인에 의한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순환경기의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아 경제가 장기침체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인구증가율 둔화, 소득분배 악화 및 기업투자의 부진, 생산성 회복의 제약 등 구조적 취약성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상당기간 하락 또는 정체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경제의 간헐적인 성장률 회복세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금융위기 이전에 비하면 회복세가 상당히 미약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구감소와 함께 기술진보·생산성 향상이 제약되면서 잠재성장률의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5.4%에 달하던 성장률도 위기 이후에는 3.2%에 그치며 미약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2011년의 선진국 재정위기 이후 미국경제의 회복세 및 국내 경제확장 정책 등에 의해 완만하게 성장률이 회복하고 있어 한국경제가 유럽 및 일본과 같은 전형적인 ‘장기침체’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IMF는 국내경제가 2012년에서 2014년 까지 3년간 실제GDP가 잠재GDP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산출갭 구간에 있었으나, 2015년 이후에는 플러스 산출갭 구간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소간의 등락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 국내 경기선행지수 및 동행지수는 꾸준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국내경제 회복세는 대외경기 회복, 정책성공 여부 등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최근 한국경제가 직접적으로 장기침체에 진입하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순환경기 회복과정에서 정책실패, 금융위험 발생, 구조개혁 실패 등이 발생한다면 국내경제도 장기침체 상황으로 진입할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잠재성장률의 정체, 미약한 성장 회복력 등으로 저성장·저물가 현상 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일부에서는 이를 New Normal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시사점
국내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기간 저성장 흐름을 지속하고 장기침체의 위험에서도 크게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자산성장세도 추세적으로 둔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신용은 기업대출 및 가계대출 등을 중심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세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013년을 전후로 국내신용의 추세증가율 둔화세가 다소 완만해지고는 있으나 성장의 제약 및 내재된 장기침체 위험 등을 감안할 때 향후 국내 금융기관의 성장세가 추세선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저성장 및 내재된 장기침체 위험 등을 감안한 국내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수익기반 다변화 현상 등은 꾸준히 진행될 전망이다. 저성장, 고령화 현상 등을 반영한 금융상품·서비스 트렌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4-30 13:57: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