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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 순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 최소 4~5년의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과 함께 금융보안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우리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조건’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시작해 흑자를 내기까지 최소 4~5년의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기본적 시스템 구축에만 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지난 2000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6개 주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순이익을 달성하기까지 최단 2년 7개월에서 최장 8년 9개월이 소요돼, 평균 4년 11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 초기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높은 이자율로 예금을 단기간에 유치할 수는 있지만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대출을 원하는 고객과 기업에 대해 신용도를 평가해야 하는 등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순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비대면 풀뱅킹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만 최소 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 은행처럼 오프라인 지점망이 없기 때문에 ATM과 콜센터를 갖춰야 할 뿐 아니라 금융공동망 참가 가입비 및 유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보고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초기 설립 비용은 최소 6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마케팅 채널이 비대면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운영 방식의 기존 은행에 비해 영업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유치에 드는 마케팅 비용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신규고객 1인당 유치비용은 225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또 국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현재 저금리 기조하에서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원클릭서비스와 같은 지급결제시스템 구축,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의 신용평가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논의 점화
최근 전세계적인 핀테크산업 육성 분위기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게 된 배경은 IT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상당한 운영비용이 소요되는 오프라인 지점망 없이도 비대면채널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은 비용경쟁력을 기반으로 예대마진을 축소하여 여수신기반을 확대하는 것, 그리고 인터넷과 모바일 채널의 태생적 장점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서비스 접근성과 편의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설립된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로 이미 그 유래가 20년 정도 됐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을 금융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리고 비즈니스모델 관점에서 현재 세계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비대면채널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금융상품의 판매와 서비스 특성은 기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공적인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요건
기존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기본적인 업무 특성이 유사하다는 전제 하에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한 몇가지 조건을 살펴보자.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의 경우, 6개 주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순이익을 실현하는데 최단 2년 7개월에서 최장 8년 9개월이 소요됐고, 평균적으로 4년 11개월이 걸렸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최초 영업을 시작해서 적자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 4~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자금중개인데 은행이 이러한 활동으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산인 대출금의 만기와 부채인 예금의 만기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를 자산·부채 듀레이션(duration)이라 하는데, 설립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로 예금을 단기간에 유치할 수 있지만, 대출은 그만큼 늘리기가 쉽지 않다. 대출의 특성 상 대출 수요자를 찾고, 이들의 신용도를 평가하여 적합한 고객에게 대출을 실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이자를 받아 예금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갖추는데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기간 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유사한 범위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비대면 풀뱅킹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SI업계에 따르면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최소 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오프라인 지점망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ATM과 콜센터를 갖춰야 하고, 송금과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금융공동망 참가 가입비 및 유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밖에도 예금보험료와 실명확인 업무를 타 기관에 위탁해야 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초기에 기본적인 뱅킹 인프라 구축에만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최소 6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마케팅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없어 업무처리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마케팅 채널이 비대면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기존 은행에 비해 영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신생기업으로서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낮아 예금 유치와 고객 확보 역시 쉽지 않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고객 1인당 유치비용은 225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1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다고 가정했을 때, 마케팅 비용으로만 2,250만 달러(약 23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순이익을 실현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버텨낼 수 있는 자금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임계수준(Critical Mass)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유동성 위기에 빠져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력과 더불어 생각해 볼 문제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중국의 IT기업들이 자국 내 금융시장에서 협의예금에 기반한 고금리로 단기간에 금융업 진출에 성공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그러한 재정거래의 기회를 활용해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 하에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존 은행보다 우월한 금리체계로 서비스를 차별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환경은 오버뱅킹 논란이 있을 정도로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금융 인프라가 낙후돼 고객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이 큰 다른 국가와는 처한 실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14년 초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 이후 감독당국이 은행, 보험사 및 각종 금융회사의 마케팅 전화 및 문자를 한 번에 거부할 수 있는 금융권 연락중지청구(do-not-call)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등 비대면채널을 이용한 마케팅 활동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특수한 국내 금융시장 환경은 당분간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서비스를 차별화하여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원클릭서비스와 같은 지급결제시스템 구축,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상품 개발, 그리고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의 신용평가시스템 도입 등의 혁신적인 업무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은행과 유사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만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재차 강조하지만 경쟁력 있는 뱅킹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충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은 태생적으로 보안사고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핀테크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전자금융 사고로 인한 피해규모가 지금까지 약 3조원에 달하고, 금융회사들도 전자금융 보안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JP모건체이스는 매년 2,000억원의 예산을 전자금융 보안에 투입하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 역시 자사의 금융보안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의 프로드 사이언스(Fraud Sciences)라는 사기거래탐지시스템(FDS) 전문 보안회사를 1억 6,7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지점망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해킹에 의해 업무시스템이 다운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 유럽과 미국의 대형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이러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3중으로 데이터백업센터를 구축했으며, 기본적으로 외부 침입차단시스템과 사기거래탐지시스템 등과 같은 고도의 보안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앞서 논의한 사항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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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4 13:22: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