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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유로존 중앙은행)는 1월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3월부터 최소한 내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총 1.14조 유로)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매월 600억 유로의 자산매입은 회원국 국채 450억 유로, 유럽연합(EU) 기관 발행 채권 50억 유로, 기 시행 중인 커버드본드 및 ABS 매입 100억 유로로 구성된다.
유럽연합(EU) 기관 발행 채권 관련 위험은 공유하기로 한 반면, 국채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매입하여 위험을 개별 회원국들이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그리스에 대해서도 국채 매입을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약 1년간 매월 500억 유로 규모의 자산매입을 예상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및 경기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 유로존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2월 -0.2%(전년동기대비)를 나타내었으며, 성장률도 지난해 2분기부터 재차 둔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ECB는 양적완화 발표와 함께 올해와 내년의 물가 상승률을 각각 +0.7%와 +1.3%로 전망하면서 올해말에 물가 상승률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 금융시장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
ECB의 양적완화가 예상을 상회함에 따라 유로존 국채 금리와 유로화가 추가로 하락한 가운데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유로존 회원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추가로 하락한 가운데 주변국 국채 금리가 중심국 국채 금리 대비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 금리는 지난해 12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시사한 이후 양적완화 기대를 선반영하며 사상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번 양적완화 발표 이후에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 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모두 16bp 가량 추가 하락했다. 최근 들어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구제금융을 벗어나려 하고 있는 포르투갈도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번 양적완화 발표 이후 32bp 가량 추가 하락했다.
한편, 그리스는 조기총선 우려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았으나, 이번 양적완화 발표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95bp 가량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추가 약세(달러/유로환율 하락)를 시현한 가운데 엔화에 비해서도 약세(엔/유로환율 하락)로 전환됐다. ECB의 양적완화 발표 이후 주요 글로벌 IB들은 올해 말 달러/유로 환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 중이다.
유로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점진적으로 확대 전망
최근의 유로존 전체 성장률은 ECB가 2012년 LTRO를 통해 자산을 확대하던 당시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유로존 4대 경제대국 중 독일을 제외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높은 실업률과 재정확대 여력 제한으로 유효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존 GDP에서 4대 경제대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6.9%이다.(독일 28.5%, 프랑스 21.5%, 이탈리아 16.2%, 스페인 10.7%)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지난해부터 재차 상승 중이며, 스페인의 최근 실업률(23.9%)도 유로존 평균(11.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유로존 4대 대국 중 독일 이외에는 재정협약(재정수지비율 -3% 이내)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양적완화를 통해 공급된 저금리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확대되는 데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과 12월 2차례 시행된 ECB의 T-LTRO는 시장의 예상 대비 부진했다. T-LTRO는 2012년 LTRO와 이번 양적완화와는 달리 ECB가 공급한 유동성의 용도가 기업 및 가계 대출로 제한됐다. 유로존 자금조달의 약 70%가 은행 대출이고 약 30%만이 채권 발행 등 직접조달이라는 점도 국채매입을 통한 저금리 유동성의 실물경제 제고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수출 의존도를 감안할 때, 유로화 약세에 따른 유로존 역외 수출여건 개선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보다는 독일,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의 수혜가 더 큰 상황이다.
결국, 이번 ECB 양적완화의 실물경제에 대한 주요 파급경로도 과거와 유사하게 ‘독일의 대외 경기여건 개선’ → ‘독일의 내수회복 강화’ → ‘유로존 주변국의 對 독일 수출경기 개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 그 효과는 매우 점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부터 스페인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점은 2012년 LTRO 당시보다 ECB의 양적완화 효과를 보다 증대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ECB가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 가세함에 따라 한국으로의 외국인 증권 자금 유입이 증가하며 원/달러 환율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종료되었으나 지난해 11월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에 이어 ECB도 양적완화를 시행함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의 공급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2012년 초 ECB의 LTRO 당시에도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으로 유입됐다. 2012년 1월부터 3월까지 한국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각각 11조 원, 5.3조 원 유입됐다.
다만, 유럽계 자금이 미국계 자금에 비해 단기투자 성향이 강하다는 점은 유럽계 자금유입 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2012년 초 ECB의 LTRO 당시와는 달리 올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달러화 강세(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도 상존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ECB의 양적완화 직후 원/달러 환율은 뉴욕 NDF 시장에서 소폭 하락했으나 1월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 상승과 달러/유로 환율 하락 등 달러화 강세로 상승 출발하는 등 장중 하락이 제한적이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의 상고하저 전망과 달러/유로 환율 하락에 따른 원/유로 환율 하락 예상은 유지되고 있다.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ECB의 양적완화로 유로존 경기가 중ㆍ장기적으로 개선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 신흥국인 베트남과 한국의 경기회복에 긍정적이다.
베트남은 對 EU수출 비중이 17.8%이고 수출의존도가 80%에 달해 베트남 경제의 對 EU 수출 의존도(14.2%)는 러시아(15.7%)와 함께 신흥국 중 최고 수준이다. 한편, 러시아, 남아공 등도 對 EU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나, 주요 수출품인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약세가 지속될 경우 유로존 경기 수혜가 반감될 전망이다.
한국은 對 EU수출 비중이 9%로 주요 신흥국 중 높지는 않으나 수출 의존도가 약 50%로 높아 유로존 경기개선 시 수혜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적자 신흥국 중 인도, 터키 등은 경상수지 적자 축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터키의 총 수출액 대비 對 EU수출 비중은 각각 41%와 20%로 주요 신흥국 중 높은 수준이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