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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지난 3월 20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이 조만간 강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구조개혁의 성공에 대한 의구심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나타난 사회적 갈등 등이 브라질 경제에 대한 불투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악화한 것도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호세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 13%, 보통 24%, 부정 62%로 나왔다. 2003년 이래 노동자당(PT) 정권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악화한 것은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답변은 60%에 달했다. 69%는 실업률 상승, 77%는 인플레이션율 상승을 걱정했다.
무디스의 마우로 레오스 부대표는 이런 요인들이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려 투자와 소비 위축을 가져오면서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브라질 경제가 지난해 제로 성장에 이어 올해 성장률은 마이너스 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앞두고 최근 브라질을 차례로 방문했다.
브라질 정부에서는 조아킹 레비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신용평가회사 가운데 적어도 1곳이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가 평가한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은 Baa2와 BBB다. 이는 투자등급의 맨 밑에서 두 번째다. S&P가 평가한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BBB-다. S&P가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 브라질은 투자등급 지위를 잃게 된다.
국제금융센터의 ‘브라질 국가신용등급 전망’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브라질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및 그 영향을 점검해본다.
금리인상으로 최대 국영기업 페트로브라스 투기등급강등 재차 부각
이슈 = 지난 3.4일 브라질의 금리인상으로 최대 국영기업 페트로브라스의 투기등급강등이 재차 부각되어 국가신용등급 강등설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경기둔화 우려로 대다수 국가의 통화정책 완화조치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3.4일 고인플레이션(′15.2월 7.7%)에 대응하여 금리인상(Selic rate: 12.25%→12.75%)을 단행했다. 2월 이래 금리인하에 동참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하여 호주,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폴란드 등이며 인상 국가는 브라질과 우크라이나(3.3일, 19.5%→30%) 2개국에 불과하다. 현 금리는 6년래 최고치 수준이나 연내 추가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BNP Paribas 13% 전망 등)
2.25일 Moody’s가 브라질 최대 국영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 세계4위 에너지 기업)의 신용등급을 비리 스캔들 및 유가하락에 따른 수익성 부진 등을 반영하여 투기등급으로 강등(Baa3→Ba2)하면서 정부지원 부담으로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현황 = 현재 브라질 국가신용도는 Triple-B 등급 하단에 위치(Baa2/BBB-/BBB)하며 투자적격등급 상실 가능성이 있는 신흥국중 하나다.
Triple-B 등급의 국가중 이탈리아, 스페인,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브라질은 러시아, 터키, 남아공과 함께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소지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S&P 등급이 투자 부적격이나 추가 강등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하반기 등급 강등에도 불구 부정적 전망(Moody’s, S&P) 유지. 터키는 경상수지 악화로 강등 가능성이 여전하다.(Moody’s, S&P 부정적 전망)
강등 가능성은 ‘거시경제 안정성 저하’ 및 ‘재정부문 취약성’에 기인
고려 요인 = 브라질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거시경제 안정성 저하’ 및 ‘재정부문의 취약성’에 기인하고 있으며 페트로브라스發 금융시장 불안 등이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
성장률 저하 = 금년 마이너스(Δ0.5%) 전환으로 ′90년(Δ4.2%)이래 가장 낮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재정난에 따른 보조금 감소 및 고인플레이션으로 민간소비 위축, 80년래 최악의 가뭄에 의한 전력난으로 공장가동률 하락과 외국인 투자 위축, 국제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십여년간 50%를 상회하던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율이 구매력 저하로 소비자 신뢰지수가 ′05년래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크게 하락했다.
고인플레이션 = 2월 물가상승률은 7.7%로 정부 목표치(4.5%±2%)를 상회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펀더멘털 개선이 수반되지 않은 신용팽창, 헤알화 절하, 높은 세율 등에 기인하고 있다.
′15.1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Δ5.2%, ′08년이래 최저)를 보이는 등 자금 수요가 크게 저하된 상황에서 신용팽창(M2/M1통화승수 ′00년래 최고)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M2 통화량 가운데 민간부문 유가증권(2년 미만 시장형 단기 금융상품) 급증이 주 요인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헤알화는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시장 개입에도 불구 정부 비리 스캔들 등으로 금년 들어 큰 폭 절하되며 ′03.4월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80개가 넘는 세목과 높은 세율로 전체 GDP의 33.56%(′12년말 기준)를 직·간접세로 거둬들이는 실정. 2월에는 유류세를 올려 휘발유 가격 8.4% 상승했다.
기업 자금난 = 페트로브라스 관련 유동성리스크 증가로 금융 경제 전반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Bloomberg) 페트로브라스 관련 기업의 신용도가 저하되면서 자금조달 애로가 증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Moody’s)
금년 1~2월중 페트로브라스의 공급사슬(supply chain)내 원유 및 가스 기업 27곳의 신용등급이 강등. 이는 지난 ′99년 국가 부도위기 직전(46곳 강등) 이후 최대 규모다. 이로 인해 올해 기업의 달러화 표시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약 0.5%p 상승한 7.6%로 최근 신흥국 평균 0.04%p 상승과 대비되고 있다.
Fitch가 평가하는 82개 브라질 기업 중 21개 회사채가 부정적 신용전망이며 민간시장 자금조달이 제한됨에 따라 정부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자금 지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GDP의 13%에 해당하는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제2의 공공은행인 브라질 개발은행(BNDES)의 위험도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재정난 = 정부의 對기업 자금 지원 확대시 재정난 악화가 우려. 지난해 국가 신용등급 강등시 재정수지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달러표시 부채규모는 2500억(5년전 1000억)달러이며 이 중 400억달러가 금년내 만기도래한다(BIS). 작년 정부의 이자비용이 GDP의 6%정도를 차지(′13년대비 25% 증가한 규모)하였으며 헤알화 절하로 부채부담이 가중됐다.
Moody’s 산출 정부의 직접부채 규모는 GDP대비 65% 수준이나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보증 및 지원 등 간접부채 포함시 100%에 근접해 있다. 다만 금년 중 정부지출 절감(663억헤알), 증세 조치(206헤알) 발표 등은 긍정적이다.
등급전망 및 시사점
등급 전망 = 투기등급으로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Moody’s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세수 부족, 정부의 기업 지원 부담으로 투자적격 최하단(BBB-)으로의 추가 강등 소지는 상존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투기등급 가능성에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평사들 역시 페트로브라스 문제가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고인플레이션, 재정난 등은 구조적 문제로 지난해 강등으로 현 등급에 반영돼 있다. 호셰프 2기 경제팀의 금년 본원 재정수지(′14년 GDP대비 Δ0.5%) 목표치(′15년 660억헤알, GDP대비 1.2%) 달성은 기대하기 어려우나 신평사들은 지출삭감 조치 등의 성과를 기다려 줄 것이며, 브라질은 투기등급 강등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브라스 공급사슬내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불가피하나 금융시스템 위기로의 확산가능성은 제한적이다. Moody’s는 정부의 직접 부채규모가 GDP 대비 70%를 상회할 경우 투기등급 강등이 고려되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인도(Baa3/BBB-/BBB-), 인도네시아(Baa3/BB+/BBB-)와 주요 평가지표들을 비교할 경우 BBB- 등급으로의 추가 강등은 가능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3사 신용등급 평균이 브라질보다 낮으나 현 등급이 안정적인 국가로 꼽히고 있다. 금년중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인도를 상회하고 정부 수입대비 이자비용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인도는 브라질과 달리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가 개선 추세. 큰 폭의 재정적자(′14년 GDP대비 Δ6.7%)를 보이고 있으나 브라질(Δ6.9%)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인도네시아는 재정적자(′14년 Δ2.4%)가 제한되고 성장률 개선이 기대됨에도 불구 S&P 등급이 브라질보다 한 단계 낮은 정크본드 수준이다. 브라질 국채의 CDS 프리미엄도 인도, 인도네시아보다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474bp)> 브라질(286)> 터키(221)> 인니(160)> 인도(146) 순이다.(3.11일 기준)
시사점 = 러시아 투기등급 강등,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신흥국 위기 도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브라질 경제,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러시아의 투기등급 강등, 미 금리인상 관련 불안 등으로 신흥 취약국의 연쇄 등급 강등에 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헤알화는 금년 들어 15% 절하되는 등 투기등급 강등 직전 루블화 움직임과 유사. 인니, 남아공, 터키 등의 통화가치도 수십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여 과거 80, 90년대와 같은 강달러에 의한 신흥국 위기 도래 가능성이 있다. 다만 브라질은 러시아와 달리 강등 가능성이 대내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고 새 정부 경제팀에 대한 기대,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통화정책 체계 등도 긍정적이다. 신흥국 전반적으로도 과거 위기시와 달리 대부분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고 달러화 표시 채무도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다.
페트로브라스 비리의 호셰프 연루 의혹으로 노동자당(WP)의 최대 연정 파트너인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이 새 경제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투기등급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