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6월 발의된 크라우드펀딩법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업의 추진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무분별한 보증과 대출사기, P2P 대출 중개업체 역할의 한계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국 금융당국은 관련 법안과 규정을 마련하여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P2P 대출 중개업체의 자본요건과 대출규모를 제한할 예정이고, 미국과 유럽 역시 P2P 대출 중개업체들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조치들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아직 국내 크라우드펀딩 산업이 제대로 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논의를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주요국 사례를 볼 때 중장기적으로 국내 크라우드펀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효과적인 P2P 대출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법 국회 통과
지난 4월 28일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2013년 6월 발의된 지 1년 10개월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크라우드펀딩법안은 기존 금융회사가 아닌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가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제도권 금융회사로부터 투자받기 어려운 신생기업에게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를 마련해 줄 목적으로 제안됐다.
다만 이 법안은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한도는 개인당 1개 기업에 연 200만원, 연간 총 500만원을 투자할 수 있고, 투자자 본인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임을 증명하면 1개 기업에 연 1,000만원, 1년에 총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조치를 뒀다.
또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발행된 주식이나 채권은 1년간 처분할 수 없도록 유가증권에 대한 권리를 일부 제한했다.
국내 핀테크 업계에서는 과도한 투자제한 조치로 인해 크라우드펀딩 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으나, 자본시장 규제가 적은 미국의 경우에도 ‘JOBS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을 통해 투자자의 연소득이 10만 달러 미만인 경우는 2,000달러, 10만 달러 이상인 경우는 연소득이나 순자산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역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발행된 증권은 1년간 매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4년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법을 도입한 일본도 개인의 투자금액을 1개 회사에 최대 50만엔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크라우딩펀딩법의 투자자 보호조치는 과도한 수준이 아니며, 이제 막 사업을 허용한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금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법안의 실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민관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법안이 갖추어짐으로써 발전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지만,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P2P 대출이라고도 불리는데, P2P 대출 플랫폼을 가진 회사가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의 대출을 중개해 주는 사업을 말한다. P2P 대출은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보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자금을 개인이 중개업체를 통해 개인에게 직접 빌려주기 때문에 대출금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고, P2P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저신용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가 실제 발생할 여지도 클 수밖에 없다.
중국 금융당국은 2013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활성화함으로써 국유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P2P 대출을 허용했고, 그러한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 P2P 대출은 2013년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말 현재 중국 내 P2P 대출 중개업체수는 2,000여 개에 육박하고, 알리바바, 텐센트, 핑안보험 등 대형회사들도 이미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체 P2P 대출의 10%는 연체됐거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으며, P2P 대출 중개업체들의 부도율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 그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14년 중국에서 한 해 동안 약 250여 개의 P2P 대출 중개업체가 채무불이행으로 폐업했고, 그 중 3분의 1은 대출 사기로 밝혀졌다.
무분별한 보증과 대출 사기 등 P2P 대출 중개업체의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는 P2P 대출 중개업체들의 최소 자본요건을 3,000만 위안(약 54억원)으로 규정하고, 대출규모가 보유자산의 1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세부적인 규제안을 마련하여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은 원래 P2P 대출에 대한 별도의 감독규정을 마련하지는 않았으나, 2008년 금융당국이 대형 P2P 대출 중개업체들을 통해 투자자들이 발행한 투자증서를 유가증권의 한 형태로 유권 해석하여 증권법위반으로 간주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영업을 정지시키고, P2P 대출 중개업의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을 의무화했다. 또한 2010년 7월 발효된 미국의 ‘금융개혁법안(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은 P2P 대출 시장의 규제 체계, 감독 책임, 개인정보 보호, 리스크 관리 등의 안건을 다룬 보고서를 연방회계감사원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고, 그 결과 P2P 대출 중개업은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2011년 신설된 연방 금융소비자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이 이중으로 관리 감독하고 있다.
영국 역시 초기에는 금융행위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이 P2P 대출 중개업을 금융업으로 간주하지 않아 별도의 감독규정을 마련하지 않았으나, 2014년 4월부터 투자자가 거래 위험성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P2P 대출 중개업체로부터 받도록 하여 투자자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P2P 대출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금융감독 범위에 포함시키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새로운 감독과 소비자보호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P2P 대출 규제가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 P2P 대출 중개업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해당 업체가 대부중개업으로 등록해야 하고, 불특정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이 모두 대부업자로 등록을 해야 한다. 만약 P2P 대출 중개업체가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하게 되면 대부업법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이 본업이 아닌 핀테크 기업이 대부업으로 등록하게 되면 IT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P2P 대출 중개업을 크라우드펀딩업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을 어떤 법의 관점에서 허용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부업법에서는 P2P 대출 중개업체가 미등록 대부업자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추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채무자가 대출금 상환을 고의적으로 거부할 경우 P2P 대출 중개업체가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이로 인해 P2P 대출에 따른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현재 국내 일부 P2P대출 중개업체들은 실질적인 P2P 대출 중개업무라기보다는 저축은행 등의 출자를 받아 대출 영업을 하는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과 같이 P2P 대출 중개업체들이 불법 사금융업체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규제안을 마련하고, 지금과 같은 대부업이 아닌 다른 형태로 P2P 대출 중개업을 합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P2P 대출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자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존의 입장을 바꿔 이를 제도화된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채무자의 채무 불이행에 대한 부담은 기본적으로 채권자가 지지만 채무자가 제공한 신용등급, 자금용처 등 투자와 관련된 정보 제공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P2P 대출 중개업체가 연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P2P 대출 관련 법안을 도입했다. 이러한 조치가 P2P 대출 시장의 성장을 막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서 미국 P2P 대출 시장은 오히려 확대되기 시작했다.
또한 증권거래위원회(SEC)는 P2P 대출 중개업체들이 투자자들을 대신하여 대출금을 회수하고 대출 상환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대출금을 채권 형태로 유동화시키는 것을 허용했다. 명목상으로는 대자와 투자자가 대출 관계를 형성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P2P 대출 중개업체를 통해 이중 채무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대출 비즈니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기존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 비즈니스 체계 내에서 P2P 대출 중개업을 합법적으로 허용하여 금융당국의 감독권 범위에 포함시킨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아직 국내 크라우드펀딩 산업이 제대로 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논의를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주요국 사례를 볼 때, 성급한 산업 육성책이 자칫 투자자들의 피해를 확대시키고 불법 사금융업체를 양산시켜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사전에 효과적인 P2P 대출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4-26 16:07: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