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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중국에서 벤처 창업 붐이 새로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창업 열기는 최근 경기 둔화 움직임과 대조를 이루며 관련 투자 규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중국의 중소 벤처기업 전용 장외거래 시장 ‘신삼판’(新三板)에서는 지난달 총 321건의 유상증자가 진행되며 144억위안(약 2조26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보다 51% 급증한 수치다.
이 가운데 이미 등록된 기업의 주식 발행은 269차례, 등록과 동시에 주식을 발행한 경우는 52차례였다. 지난 1월 15억위안의 자금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860% 이상 증가한 셈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신삼판에 몰린 자금은 132억위안에 불과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신삼판의 자금 모집 규모가 최초로 1000억위안을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삼판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첨단기술이나 미디어 등 중국 주요 증시에서 찾기 힘든 신흥산업 투자기회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신삼판에 등록된 기업의 30% 이상이 기술업체이고 헬스케어, 미디어 업종이 각각 20% 가량을 차지한다.
중국 정부의 중소 벤처기업 지원 확대 속에 신삼판 등록기업도 올 들어 1500개 이상 늘어난 3000여개에 이른다. 중국 국제금융공사(중금공사·CICC)는 내년까지 신삼판 등록기업이 6000개를 넘어서며 시가총액이 1조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급성장은 중국 증시 폭락으로 인한 반사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주장이다. 중국증시가 지난 6월부터 급락하면서 당국이 장내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시키자 장외시장으로 자금이 몰린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이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의 IPO를 잠정 중단시킨 지난달 3일 이후 신삼판에 신규 등록된 종목은 360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창업 열풍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업’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중국의 창업 열풍
창업이 중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 총리는 민간과 시장을 창업의 주체로 강조하는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을 천명했다. 중속 성장기로 접어든 중국은 일반 대중의 창업과 혁신을 통하여 일자리창출, 경제 활성화, 창조적인 방향으로의 경제 구조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민간 주도의 창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각종 규제 개혁 및 지원 확대를 시행할 것을 선언했다.
경제 둔화 및 기존 사회 질서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중국의 인재들이 새로운 성공의 돌파구로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
2014년 첫 커리어로 창업을 선택한 인력은 약 290만 명으로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한 반면,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140만 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및 국영기업 실적둔화로 전통적 인기 직종이던 공무원공기업에 대한 선호가 낮아지면서 청년층이 창업을 성공의 수단 으로 선택하고 있다.
창업을 통해 세계적 수준으로 성공한 중국 ‘IT업계의 4대 천황’ 또는 ‘TABX2’로 불리는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샤오미의 사례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창업으로 이끄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2010년에는 94만 개의 혁신기업이 탄생했으나 2014년에는 365만 개로 증가하면서 해당 기간 창업시장이 연평균 4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창업 인프라의 태동
개혁개방 이후, 정부 주도로 창업 인프라 구축이 시작됐다.
80년대 후반부터 중국 정부는 혁신클러스터를 설립하고 첨단기술 개발 및 보유기술 상업화 촉진을 추진해 왔다. 1988년 중관춘(中關村)을 시작으로 전국에 27개의 ‘신기술산업개발시험구’를 지정하고 지구 내 창업 기업들에게 세금감면, 설비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공계 박사급 위주의 귀국유학생(하이구이, 海龜)3창업을 장려하기 위하여 전용 단지 및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1994년 난징에 최초로 설립된 귀국유학생 창업단지(과학기술부에서 관리)는 현재 전국에 280개 단지로 확장되었으며, 16,0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4만여 명이 근무 중이며 지금까지 35,000개의 기업을 배출했다.
2006년부터는 인력자원사회보장부에서 해외 우수 창업 인재 초빙을 위하여 ‘유학인원귀국창업지원계획’을 발표하고 유학생이 창업한 하이테크 기업의 소득세를 40% 감면해주고 세금공제 확대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중앙 지방 정부가 투자기금기관을 설립하여 초기 창업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기여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과학기술부 주도로 중국신기술창업투자공사, 중국과기초고 기술유한공사 등이 설립되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98년 북경시 정부 주도로 북경과기벤처투자구분유한공사(BVCC), 99년 과학기술부 주도의 중소기업창업기금이 설립되면서 경비 무상공여, 대출 등의 방식으로 창업 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했다.
중국 창업 인프라의 발전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민간 주도 인프라가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의 창업 촉진을 위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으며 민간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자본과 커뮤니티 체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400억 위안(약 7조원)의 ‘국가 신흥산업 창업투자 인도 기금’ 조성과 함께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대중 창업 장려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자본시장은 창업투자를 효과적인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으며, 인재들은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자생적 커뮤니티를 구축해 가고 있다.
정책 :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革新)” 실현 지원 = 창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였던 기존의 창업비용 및 행정절차를 획기적으로 철폐하거나 축소했다. 기존의 ‘공상등기제도’에서는 창업 등기에 최소 3만 위안(약 560만원)이 필요하였지만, 2014년부터 최소 금액 규정을 삭제하여 1위안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도록 하였고, 중소기업의 소득세도 50% 감면하였다.
창업 과정에 거쳐야 하는 160여 개의 행정절차를 지방정부에 이양하고 ‘홍딩중제(紅頂中介)’와 같이 절차를 더디게 하던 요소들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창업을 하기 위하여 각각 취득해야만 했던 영업허가증, 조직기구코드증, 세무등기증 3개의 증서를 하나로 통합한 ‘삼증합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하여 대학생 창업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2013년부터 국무원은 졸업 후 바로 창업하면 그 해 세금 8천 위안을 감면해 주고, 12개월간 사무실 임대료 감면, 자문서비스, 대출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2015년 교육부가 배포한 ‘전국 대학 졸업생 취업과 창업에 관한 통지’에 △재학생 휴학 창업 허용 △창업 전문 교과과정 개설 △성공한 창업가 교수 초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본 : 벤처금융 및 회수시장 활성화 = 중국의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은 창업 기업의 주요 투자자로 자리잡고 있으며, 해외로부터의 자금 유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중국 내 벤처캐피탈의 수는 2,200여 개, 벤처 펀드 투자액은 28조원에 이를 정도로 벤처캐피탈은 국가의 창업기금과 함께 주요한 창업 투자자로 부상했다. 2014년 해외에서 중국에 유입된 벤처캐피탈 자금은 162.1억 달러 규모이며, 2015년 1분기에만 65.3억 달러가 유입되면서 2014년 전체 투자 규모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IPO 시장의 다양함과 함께 높은 투자 수익률이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차스닥'이라 불리는 선전의 ‘ChiNext(창업판)’ 시장은 시진핑 정부 출범 후 신성장 기업의 상당수를 배출하며 시가총액이 5년간 1,400% 증가하였다.
부동산 경기 정체, 저금리 등이 투자자들을 창업시장으로 유인하고 있으며 실제로 2012년도의 벤처 투자 회수율은 평균 7~8배에 이르렀다. 선전의 중소기업판(SME), 홍콩의 GEM, 북경의 신삼판(新三板) 및 미국, 싱가포르 증시 등 다양한 IPO시장의 존재도 투자자를 유인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과 창업자들이 새로운 엔젤투자자로 부상하며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레노버는 레전드캐피탈이라는 계열사를 설립하여 3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 20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텐센트는 바이두와 연합하여 중국 최대의 의학 포털인 딩샹웬에 7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기술 및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3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100억 위안을 투자하여 온라인 창업 지원 플랫폼 구축을 선언하였고 홍콩, 대만에도 4.5억달러의 투자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커뮤니티 : 민간 주도 자생 커뮤니티, 중창공간(衆創空間) = 정부가 구축한 혁신클러스터에 민간 주도의 창업공간이 가세하면서 중창공간이라는 중국 특유의 자생적 창업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중창공간은 기존의 혁신 클러스터, 인큐베이터에 창쿼쿵젠7, 창업카페 등의 시장화된 새로운 인큐베이팅 방식이 추가된 개념으로 온·오프라인 공간, 투자시스템, 제도 등을 총망라한 창업지원 플랫폼을 의미한다.
베이징 중관춘의 츠어쿠(車庫) 카페와 같이 창업지망생과 투자자가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혁신공간이 자발적으로 생성되고 있다. 상하이에는 2015년 텐센트가 초기 창업기업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 ‘텐센트 창업기지’를 설립하였으며, 향후 전국에 20개를 더 설립할 계획이다.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선전에는 세계적인 창업 인큐베이터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S/W설계사, H/W설계사, 디자인하우스, 제작사 등이 모여 도시 전체가 벤처 커뮤니티화 되어 있다.
유명 벤처기업을 퇴사한 Alumni들이 다시 창업하거나 투자에 뛰어들며 선순환적 Alumni 커뮤니티를 생성해 가고 있다. 유명 벤처의 Alumni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유치가 용이한데다 보유주식을 처분한 자금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제약 없이 자유롭고 공격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알리바바 엔지니어 출신이 설립한 모구제(Mogujie), 알리바바의 재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설립한 아메바캐피탈 등이 대표적인 Alumni 기업이다. 텐센트 Alumni들도 ‘Antarctic Club8’이라는 커뮤니티를 조직하여 퇴직 이후에도 아이디어와 지원을 주고 받으며 창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망 및 시사점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업 중심의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개혁 개방 이래 축적해온 과학기술과 창업 인프라 위에 중국 특유의 역동적인 창업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과학기술개발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R&D 투자와 특허출원 건수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고, 이는 혁신기업 창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부(富)를 중시하는 문화와 함께 정부의 시장 중심 정책 지원이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는 힘이 되고 있다. 이미 벤처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이 중국 전체 GDP의 60%, 조세의 50%, 도시고용의 75%를 차지하며 국가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창업 기반의 경제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행정규제의 축소, 원활한 자금 조달의 실현은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이며 정보 통제 및 지적재산권의 취약함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시행을 책임지는 하급관청의 기존 관행 타파 등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014년 엔젤투자의 81%가 IT기업에 집중되었고, 전반적으로 IT 이외 산업은 창업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정보 보안 정책에도 불구하고 IT 방면의 많은 혁신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었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터넷 문화의 개방이 필요할 것이다. 취약한 지적재산권 문제는 해외 혁신기업들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으며 창업의 동기부여를 약화시킬 수 있다.
중국 발전의 속도에 맞추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경제를 국가주도 제조중심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복잡다단한 자본주의 경제를 일구어가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양적 기반의 제조업 중심이었던 중국 경제가 저성장 시대를 타개하기 위하여 창업 기반의 혁신적 경제 구조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제조업의 원가경쟁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첨단기술의 융합 및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다.
중국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벤치마킹 요소나 협력사안을 발굴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논리에 입각한 중국의 정책을 검토하여 국가, 기업, 대중이 상호 협력하여 혁신을 일구어내는 선진 창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중국의 혁신기업들과 투자, 기술개발 등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풀랫폼 구축을 통해 중국 및 글로벌 시장 진출 방안을 도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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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4 13:22: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