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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9월 은행의 가계대출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 실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것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가 너무 빠르다는 판단에 기인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들어 은행의 가계대출은 7월말까지 40.9조원이 증가하여 그 잔액이 601.9조원이 되었다.
이는 2014말 가계대출 잔액보다 벌써 7.2% 증가한 수치이니 그 증가세의 빠름은 충분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35.3조원 순증하여 7월말 현재 2014년말 대비 8.6% 증가함으로써,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올해 가계대출 급증의 주된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은 작년 8월 정부의 경제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LTV 및 DTI 규제 완화가 이루어졌던데 힘입은 바 크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 역시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가계대출 완화기조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벗어났으며, 작년부터 전세가격 뿐만 아니라 매매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가 경제활성화의 일환으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도모한 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토대로 건설수요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계의 자산효과를 통하여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도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과거와 달리 건설수요를 확대시켜 성장률을 높이는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GDP의 가장 큰 구성요소인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한 자산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더욱 클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가격이 하락함으로써 발생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기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의 이유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으로 인한 가계부실 증가 및 그로인해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이 증가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을 터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계대출 증가를 용인하는 한편, 다른 측면에서는 그 증가세를 일정 수준 이내로 억제하여 거시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정책적 균형을 달성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최근 들어 가계대출을 점검하려는 정부의 의도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필자는 본질적으로 가계대출 확대 및 부동산시상 활성화가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기지표 추이를 본다면, 정책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없어 보인다. 메르스와 같은 소비지출을 감소시키는 이벤트 효과를 감안한 이후에도, 가계의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를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이는 곧 정부가 기대하는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산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왜 자산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가계의 소비위축은 이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을 지고 있던 미국 가계는 금융위기 이후 급속하게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을 실시하였고, 이러한 원리금상환 부담은 소비를 위축시켜 미국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구조가 최초 자산효과가 발견되었던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가계는 경제순환 과정에서 흑자 경제주체로서 자산을 보유하는 주체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모기지 증가 등으로 미국 가계의 부채가 증가하면서, 이들 부채로 인한 원리금비용이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변화하였던 것이다. 즉 주택가격의 상승은 한편에서는 소득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상승한 가격으로 주택을 매입한 가계는 그만큼 부채가 증가하고 원리금부담이 커지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즉 자산효과를 고려할 때에는 자산뿐만 아니라 부채를 고려할 필요가 있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경험이 현재 한국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통계청 및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조사, 작성하는 패널자료인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하여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12년 가계가 평균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과 원금상환액은 경상소득 대비 각각 4.3%, 12.0%였다.
따라서 가계는 2012년 현재 평균적으로 경상소득의 16.3%를 원리금상환을 위해서 사용해야 했다. 이는 가계부채로 인한 원리금부담으로 인하여, 소비에 사용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그만큼 감소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상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비용 부담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2013년 18.3%, 2014년 20.4%로 증가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것은 금리하락으로 인하여 이자부담액은 다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금상환액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가계부채 부담을 감안할 때 소비성향이 개선되지 않는 주요한 원인의 하나가 가계의 금융부채로 인한 원리금상환 부담액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원리금상환 비용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이 실제 가계가 소비에 이용할 수 있는 재원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활성화를 위한 가계부채 규제 완화는 결과적으로 상당수 가계의 주거비용을 높이고, 그들의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부채가 늘어난 가계의 원리금상환 부담이 증가함으로써 이들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가계부채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만기에 대부분 연장되는 것을 감안할 때 원금상환액으로 이용되는 소득금액이 실제로는 소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계부채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 자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가계가 미래에 지불해야 할 원금상환액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가계가 이러한 잠재적인 상환 부담을 통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계가 그 상환금액을 준비하기 위해 소비를 절감해야만 하는 것이다.
가계부채를 둘러싼 이러한 양상은 정부의 정책 수립에 있어서 기본적인 전제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계부채 증가를 통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가 가계 소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임을 전제하였다. 그러므로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부실화 및 금융안정성 저해 우려는 경기진작을 위해 치러야 하는 정책비용으로 인식하고,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경기부양 정책을 수립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의 양상은 주택구입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가계의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부담이 가처분소득을 하락시켜 단기적으로도 소비를 증가시키기보다는 위축시키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가계부채 완화 정책 및 부동산 활성화 정책은 정책 비용만 야기할 뿐 정책의 유효성이 없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조절 차원에서도 정책 방향과 수단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부동산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경제 전체적으로 지대추구 활동을 부추기고 자금을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 등으로 인하여 장기적인 경제성장 잠재력이 하락하는 현상이다. 인구구성의 변화 등과 같은 피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하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저하하는데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재원이 가능한 한 생산적인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부동산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지출구조에서 차지하는 금융비용을 증가시키면서 가계의 실질적인 복지후생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자금이 실물부문으로 순환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가계대출 현황을 점검할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그 성과가 의심스러운 현재의 경기부양책을 재검토하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정책 방향을 새롭게 정립할 것을 제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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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