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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이 뜨거운 주제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포를 통한 대면 영업을 하지 않고 온라인 형태의 영업만 하는 은행이다.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규제도 대폭 완화하여 50% 지분 보유를 허용한다는 방침인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최저자본금 수준은 시중은행보다 완화되지만 업무범위는 일반은행과 동일하다.
현재 여러 IT 및 통신회사들이 뛰어든 상태이며 정부는 연내 1~2 곳을 선정하여 예비인가를 줄 예정으로 있다.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는 주요 목적은 요즘 금융부문의 세계적인 추세의 하나인 핀테크(IT와 금융의 융합) 산업의 활성화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핀테크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은 매번 주요 과제에 포함되어 왔다.
또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행 부문의 경쟁 강화 및 금융소비자 편의 제고 등의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지금 도입되지만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도입되었다. 1995년 미국에서 최초 도입된 후 미국에서 20여개, 유럽에서 30여개, 일본에서 8개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도 2개를 인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은행산업 내에서의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아 총자산 기준으로 1~3%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인터넷 전문은행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은행법을 개정해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이 문제가 만만하지 않다. 현재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으나 야당 측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쉽게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 개정의 문제가 잘 해결되어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경우 이들의 영업 전망은 어떠할까?
우선 IT, 통신 회사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경우 우수한 IT 기술력 및 통신서비스 고객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지급결제서비스 등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산관리, 해외송금 등에서도 신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점포를 두지 않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기존 은행들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반면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용하는 고객군의 금리 민감도가 기존 은행들에 비해 높으며 은행계좌 이동에 필요한 IT 기기 사용법에 익숙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기존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여신을 생각해보자. 은행업무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중소기업대출 등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Banking)은 제한적이고 소매금융 사업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형 금융은 은행이 파악한 중소기업 등 고객의 정보를 바탕으로 수익성과 리스크를 평가하고 한 고객에게 대출 및 예금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파는 방식의 금융중개 형태이다. 지점을 통한 대면 업무가 없으면 관계형 금융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점 없는 인터넷은행으로 출발했던 미국이나 일본의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최근 지점을 설치하거나 은행 경력을 보유한 대출전문사원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고객정보 수집 및 모니터링에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업 대출을 취급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빅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새로운 대출시장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인터넷 전문은행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PayPal, 알리바바 등 여러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이용한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씨티은행, Deutsche Bank 등도 SNS 데이터, 거래정보 등의 분석을 신용도 평가에 포함시키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빅데이터 관련 시장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SNS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소비자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신용도 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 빅데이터 수집･활용의 활성화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지키면서 추진되어야 하므로 어려운 과제인데, 빅데이터 및 금융정보에 대한 권한, 의무 등에 대한 법규는 물론 정보보호･관리시스템, 데이터 거래소, 정보유통업 등 관련 시장제도 전반에 걸친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만일 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시장제도가 미비하여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대출업무를 취급하지 못하는 경우 기존 은행들과 같은 예대융합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게 된다. 현재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은행들은 예금, 대출, 지급결제, 자산관리 등 여러 업무의 결합을 통해 고객에게 자산변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서비스의 결합은 은행들에게 시너지를 제공한다는 것이 여러 금융이론 연구의 결론이다. 예를 들어 Kashyap, Rajan & Stein(2002)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업무는 일종의 유동성 보험(liquidity insurance) 업무로 볼 수 있는데 유동성 보험 업무의 성격이 예금업무와 유사하기 때문에 두 업무를 동시에 취급하는 데 따른 이점이 있다.
또한 Myers & Rajan(1998)은 예금주와 주주 간의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금융기관이 유동적인 자산만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결국 은행은 유동적인 자산과 함께 비유동적인 대출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즉, 지급결제 서비스와 대출업무 결합의 시너지가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기존 은행들과 실질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대출 등 다양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인터넷 전문은행에게 모든 은행업무를 허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련 시장제도를 제대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고 은행산업의 혁신 및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벤처기업들의 활발한 금융업 참여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으므로 이 방향의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새로운 산업인 핀테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규모가 크고 업무가 복잡한 은행보다는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IT 벤처가 훨씬 유리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최저자본금 요건이 낮아지고 여타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여전히 혁신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덩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소규모 벤처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은행들과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겠지만 은행들과의 합병, 제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은행산업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Danske Bank의 소매금융 본부장 Tonny Thierry Andersen은 “은행 내에서 신규상품 도입을 추진하는 경우 이 계획을 좌절시킬 수 있는 사람이 은행 내부에 50명은 되나,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50명의 벤처캐피탈 업자를 만나서 그 중 한 명만 설득하면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우선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지분 보유한도의 상승폭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와 관련하여 미국처럼 25%로 두자는 방안,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되 지분 보유한도를 지방은행처럼 15%로 하자는 의견 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금융복합그룹 감독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산결합그룹까지 포괄하는 금융복합그룹 감독체계를 구축하는 경우 조직형태에 따른 규제 격차를 해소함은 물론 금산분리규제에 대해 보다 유연한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에 따라 대출시장보다 예금 및 지급결제 부문의 경쟁이 격화될 경우 금융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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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6 16:07: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