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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교수들이 2015년의 사자성어로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지난 12월 8일부터 15일까지 전국의 대학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524명(59.2%)이 2015년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를 선택했다.
혼용무도(混庸無道) 외에 사시이비(似是而非), 갈택이어(竭澤而漁), 위여누란(危如累卵), 각주구검(刻舟求劍) 등이 사자성어 후보로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시이비(似是而非)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이 완전히 다름을 말함이다. ‘맹자’에 나오는 단어다. 갈택이어(竭澤而漁)는 연못에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일시적인 욕심 때문에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음을 말한다. ‘여씨춘추’에 나온다.
위여누란(危如累卵)은 알을 쌓아 놓은 듯 위태롭다는 뜻으로, 몹시 위태로움을 이르는 말한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은 칼을 강물에 떠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表示)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판단력(判斷力)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世上)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을 이름이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昏庸)’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무도(無道)’를 합친 표현이다. 즉,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失政)으로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상태를 이른다.
역사가들은 ‘혼용무도’의 표본으로 중국 진(秦)나라의 두 번째 황제 호해(胡亥)를 들곤 한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지방에 순행을 나갔다가 갑자기 병사하게 되자 환관 조고(趙高)는 유서를 조작해 적장자가 아닌 호해를 후계자로 옹립한다. 그리고 뒤에서 국정을 농단했다. 호해는 환관 조고의 농간에 귀가 멀어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가 즉위 4년 만에 반란군의 겁박에 의해 자결하고 진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연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해졌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줬다"며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이 낭비됐다"고 설명했다.
혼용무도의 뒤를 잇는 2015년의 사자성어들은 모두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2015년 한국사회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성어들이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브리핑을 통해 “2015년의 사자성어 혼용무도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나타내는 너무도 적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줬듯이 국민을 참담하게 만든 국가의 무능함과 무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십상시’ 파문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국정혼란과 인사파동,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개혁 시도’ 그리고 의회 겁박까지 모든 국정운영이 혼돈 그 자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혼란상과 이로 인한 민생파탄은 정치지도자들의 위험한 인식에서 시작되었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의 사자성어가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였다. 그리고 2014년엔 진실을 숨기고 국정을 농락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이를 떠올리면 어쩌면 2015년의 ‘혼용무도’는 그것들이 누적된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또 ‘세월호 참사’부터 ‘메르스 사태’까지 국민을 참담하게 만든 국가의 무능함과 무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 남은 2년, 과연 어떤 사자성어들이 또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현재 시장의 경기가 대공황을 방불케 하고 있고,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 금리인상 기조로 전환으로 우리 경제가 초긴장 상태이다. 재벌위주의 경제정책과 부채주도의 내수성장을 꾀하다보니 한국경제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소비부진, 소득감소로 언제 제2의 IMF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영세자영업 경기를 살리고, 노동자 근로여건 개선을 통해 가계 소득을 올려 빚을 줄여나가고, 소비를 활성화해서 소득주도 성장을 해야 할 시점에 나라는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한편, 2016년 국내 금융시장 기상도는 전반적으로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회복이 더디고 대외적 변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월 17일 단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내년 4차례 정도 금리인상이 예고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줄 충격이 가장 큰 변수다.
금융전문가들은 2016년 금융산업은 저성장과 경쟁 심화에다 기업구조조정 추진으로 전반적인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핀테크, 보험규제 완화 등 금융개혁의 실행으로 신성장동력 창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의 저성장세 지속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으로 금융회사들의 위기론 역시 팽배해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각종 금융규제 완화와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fintech=financial+technique) 열풍 등이 새로운 활력소로 거론된 것도 사실이다.
또 계좌 이동제 시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ndividual Savings Account; ISA)의 도입 등이 2016년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2016년의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정본청원(正本淸源)이 선정됐다. ‘근본을 바로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으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로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 나오는 말이다.
2015년 우리사회가 각종 사건, 사고로 어지러웠고 혼란스러웠다는 인식이 반영된 만큼 새해는 이러한 숱한 참사와 부정부패 등이 원칙과 법을 무시한데서 비롯된 것인 만큼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어지러운 상태의 국정을 바로 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건설하는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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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3 12:0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