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중국 등 일부 신흥국은 성장률이 급락할 때 기업부채도 함께 충격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최근 기업부채가 가파르게 늘면서 유동성 비율이 낮아지는 등 리스크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김태경 한은 신흥경제팀 과장과 오세윤 조사역은 최근 '신흥국의 기업부채 증가 배경 및 관련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문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현재 103.6%로 5년간 32.7%포인트나 높아졌다"며 "같은 기간 주요 선진국(미국과 유로지역, 일본)의 기업부채비율이 87.3%에서 86.2%로 하락한 점과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흥국 기업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해 기업의 채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채무상환부담도 커졌다"며 "중국 등 일부 신흥국은 앞으로 성장률이 예상치 못하게 급락하면 부채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해 경제 전반에 대한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과장은 신흥국의 부채가 늘어난 이유로 글로벌 부양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지목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고성장하던 신흥국 기업의 차입수요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흡수했다. 저신용기업도 직접조달을 늘렸다고 김 과장은 분석했다.
지난 5년간 신흥국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1조2천억달러에서 3조3천억달러로 확대했다. 같은 기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지 못할 회사채는 7.6%에서 38.5%로 급증했다. 신용등급을 못 받을 정도로 신용이 불안한 기업이 채권시장에서 활동했다는 뜻이다.
위험국가로 지목된 중국은 2010~2015년 중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이 124.4%에서 163.1%로 상승했다. 중국 다음으로는 터키(34.3% → 58.0%)와 러시아(45.1% → 56.6%) 등이 상승폭이 컸다.
중국은 5년간 기업의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도 91.6%에서 129.6%로 올랐다. 단기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단기자산/단기부채)은 낮아졌다(122.0% → 108.0%). 중국 외 브라질과 멕시코가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졌고 인도와 아르헨티나는 유동비율이 떨어졌다.
이처럼 기업부채의 안정성이 떨어진 국가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거나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될 때 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할 수 있다고 김 과장은 전망했다. 미국의 첫 금리인상을 앞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11일까지 신흥국 회사채 스프레드는 391bp에서 514bp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위험국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기업부채비율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이 82.2%로 5년간 16%포인트 내렸고 유동성 비율은 149%로 27%포인트 상승했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는 중국 등과 지표의 방향이 달라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의 '신흥국의 기업부채 증가 배경 및 관련 리스크 점검'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신흥국의 기업부채 증가 배경
저금리의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신흥국 기업의 차입여건 개선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은 정책금리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여 저금리의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를 통한 유동성 공급까지 감안할 수 있는 ‘shadow 금리’를 추정하여 보면 대체로 2010년 이후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2014~15년중 shadow 금리의 마이너스 폭이 계속 축소된 반면 유로지역과 일본은 추가 금융완화 등으로 shadow 금리가 기조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금리의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배경으로 위험선호 성향이 강해지면서 고수익 위험자산인 신흥국 회사채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채권시장에서 저신용등급 회사채 발행이 크게 증가했다.
투자자의 위험선호도를 나타내는 CSFB지수가 2010년 이후 대체로 (+)의 값을 지속했다. 단, 2014년 하반기부터는 투자자의 위험선호도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신흥국(15개 신흥국 기준, BIS)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2010년말 1.2조달러에서 2015년말 3.3조달러로 확대됐다. 해외시장 채권발행 잔액이 2010년말 1,630억달러에서 2015년말 3,480억달러로 증가하였는데 2010~15년중 해외시장에서 발행된 채권(4,370억달러) 중 78.6%는 달러표시이다.
신용등급 미부여 회사채 비중(Moody’s 기준)이 2011년 7.6%에서 2015년 38.5%로 급증했다. 신용등급이 부여된 회사채중에서도 투자부적격 등급(Ba1이하, Moody’s 신용등급 기준)에 해당하는 회사채 비중이 2011년 0.4%에서 2015년 1.1%로 증가했다.
주요 신흥국의 투자 확대 등으로 기업부채가 성장속도보다 빠르게 증가
주요 신흥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주도형 고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부채가 GDP보다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2010~15년중(연평균) 신흥국 투자증가율(9.1%)은 선진국(2.5%)을 6.6%p 상회하고 성장률(5.4%)은 선진국(1.8%)보다 3.6%p 높았다. 2010~15년중 신흥국 기업부채는 연평균 12.9% 증가하여 명목GDP 성장률(4.7%)을 대폭 상회했다. 다만 2013년 하반기 이후 신흥국 기업부채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으나 명목 GDP 성장률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기업부채비율은 계속 상승했다.
국별로 보면 중국과 자원수출 신흥국의 기업부채비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중국의 기업부채비율은 2010년 124.4%에서 2015년 163.1%로 상승(+38.7%p) 상승했다. 터키(2010년 34.3% → 2015년 58.0%)와 원자재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45.1% →56.6%), 브라질(38.1% → 49.0%) 등의 기업부채비율이 중국 다음으로 큰 폭 상승했다.
기업부채비율 상승폭이 큰 중국, 러시아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능력 확충 투자 등으로 건설업, 에너지관련 산업 등의 투자가 호조를 보이며 은행차입이 큰 폭 증가했다. 중국은 투자확대를 통한 고성장 지속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2010~13년중 부동산개발투자 및 제조업 설비투자가 각각 평균 26.4%, 24.5%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러시아는 원유ㆍ가스 산업 및 건설업에서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 다만 2014년 이후에는 성장률이 하락하며 이들 국가의 투자수요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흥국의 기업부채 증가에 따른 리스크 점검
신흥국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 신흥국 기업(MSCI 편입기업 기준)의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15개 신흥국 평균)이 2010년 87.7%에서 2015년 103.1%로 큰 폭 상승했다.
국별로는 브라질(2010년 94.4% → 2015년 195.6%), 멕시코(86.0% → 121.6%), 중국(91.6% → 129.6%), 터키(121.3% → 147.8%), 러시아(32.5% → 54.2%) 등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반면 한국과 태국은 각각 98.2%, 91.6%에서 82.2%, 76.3%로 하락했다.
신흥국 기업(MSCI 편입기업 기준)의 총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15개 신흥국 평균)도 2010년 23.3%에서 2015년 20.9%로 하락했다. 미 대부분 국가와 중국(16.7% → 15.0%), 러시아(49.6% → 37.3%), 터키(17.3% → 15.9%) 등이 하락했다. 반면 태국(18.3% → 23.7%), 남아공(21.4% → 25.7%) 등은 상승했다.
한편 신흥국 기업(MSCI 편입기업 기준)의 단기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단기자산/단기부채, 15개 신흥국 평균)은 지난해 132.0%로 2010년 수준(134.8%)에서 소폭 하락했다. 국별로는 인도(2010년 179.0% → 2015년 130.0%), 아르헨티나(111.0% → 98.0%), 중국(122.0% → 108.0%), 남아공(146.0% → 138.0%), 터키(92.0% → 83.0%) 등에서 다소 크게 하락한 반면 한국(122.0% → 149.0%), 폴란드(134.0% → 138.0%) 등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채무상환부담 증대 = 신흥국 비금융 민간부문의 소득대비 원리금상환 비율(Debt Service Ratio, DSR)이 2010년(연중 평균) 10.1%에서 2015년 11.9%로 상승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기업의 채무상환부담이 증가하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2010년 16% → 2015년 20%), 브라질(13.4% → 21.6%), 터키(6.2% → 13.5%), 러시아(7.1% → 13.1%) 등의 DSR이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신흥국 은행의 리스크 대응능력
은행의 무수익여신 비중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자본건전성은 다소 개선 = 신흥국 은행의 무수익여신 비중이 2010년 3.2%에서 2012년 2.7%(저점)로 낮아졌다가 2015년에는 다시 2010년 수준(3.2%)을 나타냈다.
국별로 살펴보면 신흥국 은행 무수익여신 비중은 인도(2010년 2.4% → 2015년 4.2%), 헝가리(10.0% → 12.7%), 러시아(2012년 6.0% → 2015년 7.4%), 중국(1.0% → 1.5%), 멕시코(2.4% → 3.0%), 인도네시아(1.7% → 2.3%), 아르헨티나(1.7% → 1.9%) 등에서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타지역 은행의 무수익여신 비중은 소폭 하락했다.
Tier1 자본비율은 바젤Ⅲ 규제가 도입된 2011년 이후 대부분의 신흥국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자본건전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아시아지역 은행의 평균 Tier1 자본비율(13.3%)은 2011년 대비 1.9%p 상승하였고 남미지역 은행(13.4%)은 2011대비 평균 0.9%p 상승했다. 다만 러시아(8.5%)와 터키(12.8%)는 2011년 대비 각각 2.6%p, 2.1%p 하락했다.
신흥국 은행의 신용등급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지만 부도확률은 미미한 수준
신흥국 은행의 평균 신용등급(Moody’s 기준)은 대체로 투자부적격등급(Baa3) 이하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남미 및 동유럽 은행의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 등급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동 및 아프리카 은행은 정부, 모기업 등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후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하락했다. 아시아 신흥국 은행의 경우 여타 신흥국보다는 높지만 정부, 모기업 등의 지원에 의한 신용등급 상승효과를 제외하면 투자적격 등급 하한(Baa3 등급) 수준이다.
최근 1년 동안 신흥국 지역별 대표은행*(자산 50억달러 이상)의 부도확률**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가에서 대체로 0.002% 이하의 낮은 수준이다. 다만 브라질 대표은행의 부도확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시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유출 증대 위험
향후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이 크게 확대될 경우 신흥국 회사채 스프레드 상승,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신흥국 기업의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증대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인상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위험기피성향이 증대되면서 신흥국의 투자자금 유출이 확대되었다가 금년 3월 들어 연준의 금리인상 지연기대 등에 따라 신흥국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모습이다.
신흥국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지난해 11.6일 391bp(저점)에서 금년 2.11일 514bp(고점)으로 123bp 상승하였다가 이후 하락했다.
한편 신흥국 기업의 순자산을 기준으로 환율변동 리스크에 대한 노출정도를 추정해 본 결과, 브라질, 러시아, 폴란드,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요약 및 종합판단
신흥국의 GDP대비 비금융 기업부문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현재 103.6%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2010년말(70.9%)대비 +32.7%p) 반면 주요 선진국(미국+유로지역+일본 기준)의 기업부채비율은 2010년말 87.3%에서 2015년말 86.2%로 소폭 하락했다.
신흥국 기업부채비율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지난해 신흥국 성장세가 더욱 둔화되고 기업수익도 악화됨에 따라 기업부채 부실화와 이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기업부채가 GDP보다 계속 빠르게 증가한 것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업차입 여건이 개선된 가운데 투자확대 위주의 고성장 과정에서 신흥국의 기업 차입수요가 대폭 확대된 데 기인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초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과 신흥국의 금융완화 등을 배경으로 기업차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신흥국 회사채 발행규모가 대폭 늘어난 가운데 저신용기업의 회사채 발행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투자확대를 통한 고성장 지속 정책, 러시아 등 자원수출 신흥국 기업의 생산능력 확충 투자 등을 배경으로 신흥국 기업의 은행차입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은 부동산개발 및 제조업 설비투자의 확대 등으로 기업대출이 7.2조달러에서 15.2조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신흥국 기업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여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채무상환 부담도 증대됨에 따라 기업부채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신흥국 은행의 대규모 손실 및 금융중개기능의 저해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중국 등 일부 신흥국은 기업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가운데 향후 성장률의 예상치 못한 급락 등으로 부채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경제전반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커질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향후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이 크게 확대될 경우 신흥국 회사채 스프레드 상승,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신흥국 기업의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증대될 위험이 상존해 있다.
한편 부채 증가에 의한 경기호황(Credit boom) 다음에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고 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기업은 물론 가계, 정부 등 각 경제주체의 부채가 소득보다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리한 여건으로 조달된 부채의 효율적인 활용이 요구되며 저금리의 자금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07 11:28: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