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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금리 제도(NIRPㆍNegative Interest Rate Policy)가 현시대의 ‘뉴 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9년 스웨덴이 처음 NIRP를 시행한 이후 올해 일본과 헝가리가 시행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유로존을 포함한 6개의 권역에서 이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22조달러로 전 세계 GDP의 4분의 1수준이다. 이는 NIRP의 범위와 규모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NIRP의 핵심은 화폐의 주된 기능 중 하나인 ‘가치저장 기능’을 훼손시키는 데 있다. 쉽게 말해 가치저장보다는 ‘거래기능’이 강화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의도와는 반대로 주로 부정적인 영향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부담과 주가 폭락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스웨덴을 제외한 국가 대다수는 기준금리가 아닌 예치금에 대해서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로써 예금 일부를 중앙은행에 맡겨 이자를 받아오던 은행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실제 정책 시행 후 주요 유럽ㆍ일본 은행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버블도 포착되고 있다. 예금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으로 ‘주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주택 가격은 제도 도입 후 무려 60% 이상 급등했다. 독일의 주택가격지수도 지난해에만 5%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NIRP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3월 헝가리의 정책 시행은 NIRP의 범위가 신흥국으로 확산된 사례로 꼽힌다. 주변국인 영국, 노르웨이, 체코 등도 정책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미국조차 예치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검토했을 정도다.
이같은 움직임의 핵심에는 ‘부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주요국들은 국가부채와 관련해 사실상 ‘통화정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정책금리는 현저히 낮고, 양적 완화의 기술적 문제도 큰 상황에서 NIRP 외에는 적당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이다. NIRP가 예금자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지만 채무자에겐 ‘희소식’이라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국가부채에 시달리는 정부 입장에서는 NIRP에 느끼는 매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NIRP를 채택한 국가 중 스위스와 일본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효과 끝났다"…비판 목소리 커져
한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해지고 있다.
덴마크 중앙은행이 2012년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권으로 떨어뜨린 이후 유로존과 일본 등이 속속 가세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권역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한가한 대화 주제가 아닌, 현실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열릴 국제통화기금(IMF)·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찬반양론이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최대의 우려는 은행의 수익성을 해치고 개인 투자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면 소비자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은행으로서는 개인 예금자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길을 선뜻 택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수익 압박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들이 없지 않다. 한 은행 고위 간부는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된다면 이른바 ‘관계수수료’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6월 10일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는 이자소득을 차단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저축을 늘리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비롯한 독일 정치인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시민들로부터 퇴직 이후의 소득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일단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게 되면 이를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올해 1월 사상 최저수준이던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지만 ECB의 양적 완화로 이같은 노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모든 나라가 금리를 내린다 해도 모든 통화가 약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은행의 개인 고객들이 보호를 받게 된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환율을 주된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재의 논리에 따르면 개별 국가로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매력적인 선택이지만 전 세계가 일제히 채택한다면 '제로섬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이 국내의 잉여 저축과 수요 부진을 외부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옹호하는 주장도 여전하다. ECB는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동원한 양적완화 덕분에 유로존 곳곳에서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로존 회원국 중앙은행들은 경제가 더 나빠지면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역내 은행들이 사업 모델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중앙은행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본은행도 지난 1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믿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려가는 등 금리 곡선이 더욱 하강했고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은행측의 판단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기준 대출 금리와 모기지 금리가 하락한 것을 정책 효과의 사례로 언급하면서 그 효과가 실물 경제와 소비자 물가로 파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화를 약세로 유도하는 것은 중앙은행들이 국내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활용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비용이 올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게 된다. 하지만 유로화는 마이너스 금리가 처음으로 도입될 당시에 약세로 돌아섰지만 지난달 ECB의 금리추가 인하 조치는 유로화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시사해서다.
일본 엔화는 오히려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 아베노믹스가 수출과 기업 수익에 미친 긍정적 효과를 훼손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그러나 엔화 강세의 주요인은 중국의 경기 둔화를 비롯한 외부 여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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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03 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