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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미국 대선은 ‘ESTABLISHMENT(≒INSIDER 기득권층)’ 對 ‘OUTSIDER(소외층)’의 전쟁이었다.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조차도 그러했다. OUTSIDER인 버니 샌더스 후보는 경선 내내 Ultra-INSIDER인 힐늦리 클린턴을 위협했다. 이늦한 현상은 이미 영국의 Brexit 투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EU 옹호론자들은 ESTABLISHMENT이었으며, 탈퇴주의자들은 유로존 시스템 내에서 혜택이 크지 않았다고 느꼈던 OUTSIDER이었다.
한가지 의문은 이렇게 강력한 의사를 표명했던 그들이 ‘진정한 OUTSIDER’이었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Brexit 찬성에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도 실상 OUTSIDER가 아니다. 투표 결과의 중요한 빌미를 주었던 불법 이민자, 난민들이 진짜 OUTSIDER이다.
미국은 어떠한가? 내부적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보면 분명한 ESTABLISHMENT이다. 즉 일련의 불만은 국가간, 지역간의 문제라기 보다는 각국 내부의 ‘계층간의 분배 문제’가 본질이다. 그럼에도 선진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늦한 내부적 갈등의 원인 대부분을 국가간의 문제에서 찾고 있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OUTSIDER인 신흥국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고, 이를 자신들 내부의 OUTSIDER에게 나눠주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선진국이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저금리가 결국은 선진국 내부의 ESTABLISHMENT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지만, 내부의 OUTSIDER들이 아직 빈곤하기 때문이다.
이 수혜를 당분간 신흥국도 얻어 누릴 것이다. 또한 보다 현실적으로는 선진국 입장에서 글로벌 OUTSIDER인 신흥국에게서 더 많은 배분을 받아 내기가 만만치 않은 측면도 있다.
그래서 선진국은 재정을 동원해서라도 경기부양에 나서려 하고 있다. 물론 이 결과로 발생하는 혜택을 최대한 내부에서 분배하고, 신흥국과는 가급적 적게 나누려 할 것이다.
때문에 선진국의 통화는 펀더멘탈 우위에도 강세가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자국민의 구매력 강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통화 약세로 제품 경쟁력 강화 및 인플레이션 상승은 효과가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시장은 선진국 통화 강세에 베팅할 것이지만, 선진국은 다양한 수단(환율조작국 지정위협, 통상압력 등)으로 속도조절을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헤게모니 게임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은 2016년과 달리 다시 선진국 선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신흥국 경제와 주식 시장의 붕괴를 예상하는 것은 과정과 논리의 비약이다. 선진국이 바라는 바는 신흥국에게 점차 더 많은 분배를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 선진국의 재정투자 확대로 Commodity 가격이 상승하고, 관련 신흥국이 회복되면 선진국은 더 많은 선진국제품 구입을 바랄 것이다. 즉 현실적으로 작금의 선진국 상황에서는 신흥국의 붕괴보다는 동반회복이 유리한 구도이다.
때문에 이번 미국의 대선에서도 통상압력 확대가 중요한 논점이었다. 이 조건에서 Commodity 생산 신흥국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아 보인다. 침체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원유 생산국은 배제될 것이다. 미국은 낮은 에너지 가격 정책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과 같은 반제품 및 완제품 제조 수출국이다. 선진국의 요구는 거세질 것이나, 글로벌 수요회복은 느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수시장이 큰 중국은 그나마 낫다. 하지만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 같은 경우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제시한다. 다만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외부의 환경(선진국 증시 강세로 상대적 밸류에이션 유리+위험선호 강화)이 Book value에 근거한 투자 논리를 유효하게 할 것이다.
즉 한국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Outperformer가 되기는 어렵지만, 미국 등 글로벌 증시 강세에 후발로 동참할 정도의 펀더멘탈은 가지고 있다. 운이 좋으면 sweet spot 기간이 한동안 있을 수도 있다. 우려와 달리 미국이 통상압력을 높이더라도 교역조건의 변화가 생기는 것도 당장 2017년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trading BUY’를 제시한다.
업종별로는 원유 관련을 제외한 산업재와 소재를 가장 선호한다. Commodity 가격의 상승 환경에 수혜가 근거이다. 금융은 인플레 기대가 커지고 완만한 금리상승이 유지된다면 영업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은행과 보험이 해당된다. IT는 반도체와 OLED 등은 긍정적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보유 산업은 시대와 상관 없이 선호된다. 다만 세트 부문은 마진 축소가 우려된다. 필수소비재, 경기소비재 등은 개별 종목별 대응을 권고한다. 텔레콤, 유틸리티 등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그 동안 누렸던 투자관점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다.
매크로 논점 고압경제 vs. 인프라투자 = 역할을 다한 통화정책과 선택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의하면 1913년 이후 미국의 경기확장 지속기간은 평균 4년이다. 그러나 1990년, 2001년 그리고 2007년 사례1 등 최근 3차례의 확장기간은 평균 8년으로 장기화되는 추세이다. 현재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최근까지 약 7년간의 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최소 2~4년간은 미국 경제의 확장국면이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장기간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신용증가, 가계부채 구조가 과거에 비해 과열 수준이 아니어서 아직 경기가 고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경기의 정점 통과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비관론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통화완화 정책시행에 일정한 성과가 있었으나, 점차 한계가 노출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이는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부담이다. 그는 당장 2년 후에 중간 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4년 후에는 연임을 노려야 한다. 때문에 그에게는 새로운 경제 성장 전략과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국은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산업부흥과 재정확대 등으로 통해 도약을 도모했다.
1~2차 오일 쇼크(1974~79년), 주택대부조합 파산(1990~91년) 그리고 IT 버블 붕괴와 9.11 테러(2000~2001년) 등의 위기 이후 사례 등이 좋은 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과거 미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했던 요인은 3가지였다. 첫째 부실부문의 구조조정, 둘째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셋째 신산업의 등장 등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늦한 요건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본다. 실제 이들 주요 위기 극복은 각 대통령들의 임기초반 정책적 동력이 강력했기에 가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미국의 신정부가 출범하는 2017년은 중요한 정책적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대통령(2009~16년)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유례 없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극복했다. 장기적 침체의 늪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과 달리 미국은 위기 극복에 모범을 보였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이 바통을 이어서 미국의 신정부와 대통령은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을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10개년을 정책기간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연임까지를 노린 정책 방향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흔들리는 고압경제
금융위기 이후 미국 노동시장에 나타난 두드늦진 특징은 장기 실업자의 급증이다. 장기실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실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직업기술의 노후화, reputation 하락, 네트워크 단절 등으로 높은 수준의 구조적 실업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이력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력효과(hysteresis)란, 경제학에서는 저성장으로 높은 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되면, 경제주체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되면서, 자연실업률이 상승하고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옐런 의장이 '고압경제(High-pressure economy)'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향후 Fed의 통화정책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단어 선택이었다. 이는 완전고용 수준을 하회하는 실업률 undershooting을 추구하여 노동시장의 과열을 유도함으로써 총수요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금융위기 이후 총수요 부진 장기화로 이력효과가 발생하면서 미국 잠재성장률(총공급)이 추세적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실업률의 undershooting(인플레이션의 overshooting)을 용인함으로써 총수요와 잠재성장률의 회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Fed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2016년에 장기중립금리 전망을 가파르게 하향조정하고, 하반기 이후 통화정책의 한계 인식과 미래의 통화정책 수단들을 검토한 것이다. Fed가 일정 수준의 경기과열(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하는 것에 따른 편익이 비용을 상회한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렸음을 여늦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클린턴 정부가 출범하면 고압경제와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고압경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2018년 2월까지로 예정된 임기를 옐런이 마칠 수 있느냐 부터 논쟁이다.
결론부터 본다면 옐런의 연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지만, 임기 전 사임 가능성은 더 낮다고 본다. 이러한 판단은 그녀가 지난 9월 FOMC 이후 밝힌 언급에서 추정할 수 있다.
옐런은 “금융정책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결정하는 데서 당파 정치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중략) 우리는 회의에서 정치를 논의한 바 없으며 우리 결정에 정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한바 있다. 또한 대통령에게 Fed의장 해임 권한이 없으며, 옐런의 조기 퇴진으로 트럼프가 얻는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는 점 등도 근거이다.
다만 기존에 주장했던 ‘고압경제’의 추진력은 다소 약화됐다고 보인다. 과거에 비해 Fed의 결정에 대한 의회의 감시가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제고문 중 하나인 스티븐 무어(Stephen Moore)는 Fed가 ‘Taylor rule’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의회에 설명하도록 하는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FED의 독립성과 임무, 규제 등을 바꾸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옐런도 통화정책에 의존한 고압경제보다 Fed 일각에서 주장하는 재정확대에 대해 더욱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Fed 내부에서도 피셔 부의장 등은 실질중립금리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가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지적하였다. 물론 장기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는 전제를 달기는 한다. 때문에 매크로 측면에서 2017년 주목할 또 다른 화두는 ‘재정확대’가 될 전망이다. 이는 국제 정치권에서도 이미 공감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20 정상회담의 의제를 보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표 3). 2014년 이전에는 재정건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점차 재정정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글로벌 차원 재정확대 공조 어려워
하지만 당장 2017년에 글로벌 차원의 재정확대 정책 공조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치일정 때문이다. 미국은 대선이 끝나고 신정부가 들어서지만, 유로존(프랑스, 독일)은 총선과 대선 등이 있고 중국은 4분기 중에 2기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즉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재정확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지만, 2017년에 각국이 미국과 정책을 공조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2017년은 여전히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유효한 가운데, 점차 재정정책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지역별로 본다면 미국은 2017년부터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 장기 실질중립금리(r*)의 하락이 향후 침체 사이클에서의 통화정책 대응 여력을 제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이를 높이기 위한 확장 재정정책과의 공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R&D 투자가 확대되는 한편, 그간 감소 추세에 있었던 인프라 (유지/보수 중심) 투자 역시 확대되면서 미국의 잠재성장률 제고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인프라와 관련해서 트럼프 당선자가 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계획은 향후 10개년에 걸쳐서 약 1조 달늦를 투입해 ① 교통, 수도, 전력망, 통신, 안전 관련 인프라 투자, ② 파이프라인, 석탄 수출 설비 등 에너지 관련 인프라, ③ 공항 및 공항 트래픽 제어 시스템 현대화 등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조달에 있어서는 세금 인상이나 재정 확대보다는 민관 협력 파트너십 및 세제 혜택을 통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히려 Penny plan을 통해 국방과 안전 외에는 재정지출을 매년 1%씩 감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과연 이늦한 주장이 현실적인지는 향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통화정책의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기에 재정정책과 정책금융 조합을 지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정정책의 집행 대상은 과거에 비해 변화한 모습이다. 즉 기존에는 재정이 인프라 투자에 집중됐으나, 2016년부터는 교육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 복지항목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한 공백은 정책금융채 발행 확대와 PPP(민-관 합동 투자) 가속화 등을 통해 인프라 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가지 위험은 향후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경기둔화가 나타날 경우 이늦한 정책조합이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은 미국, 중국 등과 달리 재정확대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지역내에서 재정정책 여력이 가장 큰 독일이 오랫동안 지켜온 재정규율 원칙(Fiscal Rule)을 어길 동기가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독일이 다른 유로존 국가들과의 정책 공조 목적으로 자국 입장에서는 시급하지도 않은 재정확대를 통해 재정규율 원칙을 뒤집는다는 것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EU 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는 야당에게 빌미가 될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위기가 오지 않는 한 유로존에서 재정자극(fiscal stimulus)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국가별 상황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국 재정정책의 역할에 대한 환기와 공조요구는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주요국의 정치 일정이 끝나고 신정부 또는 신지도부가 들어서는 2018년부터는 재정확대의 공조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2017년 주식시장은 미국의 재정정책 시행의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점차 주요국의 정책방향으로 관점이 확대되는 과정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재정확대가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주도권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이동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증시 논점 ROE 회복 순환적? 구조적?
최근 수년간 한국 시장 부진 이유 = 한국 증시가 글로벌 시장에 비해 할인 받았던 이유를 저배당, 기업의 투명성 부족 등으로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성장성을 바탕으로 높은 자본차익 획득이 가능한 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선호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특히 2012년경부터 지속되고 있는 지루한 등락으로 한국 시장은 외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순환적, 구조적 문제가 복합된 ROE 하락이 본질적 이유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하며, 주주가치 제고 등은 부차적인 이슈일 뿐이다.
ROE 하락은 순환적인 측면에서 볼 때, 중국 경기의 부진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글로벌 수요 위축과 과잉투자 문제로 중국은 소비중심으로 성장전략 변경을 꾀했고, 이에 따라 한국의 일부 산업도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구경제 섹터의 붕괴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2000년 한국 수출에서 차지했던 구경제 산업의 비중은 25%이었다. 그러던 것이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2008년에는 43%까지 크게 늘었다. 그늦나 지난 해 기준으로는 다시 35%로 후퇴했다. 따라서 한국 증시의 기업실적 후퇴는 불가피했다.
경기민감도가 높은 시장 구조에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해 온 한국 기업의 체질상 원화 강세 또한 부정적이었다. 주요 선진국들이 강력한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하면서 상대적으로 강해진 원화의 효과를 시장은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다. 때문에 번번히 실적 전망이 크게 어긋났고 이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시켰다.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규제와 급속한 인구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이 침체되면서 내수 부진이 지속이 기업실적 악화와 주식 투자자금 유출을 부추겼다. 그리고 글로벌 투자자금의 신흥국 이탈과 맞물리면서 한국 시장의 소외를 장기화시켰다.
다행히 순환적인 문제점들은 다소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면 IT와 자동차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 심화로 한국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거나 정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업종은 KOSPI 시가총액의 30%를 넘는다. 때문에 이들 산업의 경쟁력 하락은 한국 시장에 대한 매우 중요한 할인 요인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2017년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ROE’가 단기적인 회복뿐 만 아니라, 본격적이고 구조적으로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
순환적인 ROE 개선 2017년까지 연장
주목할 점은 KOSPI의 12개월 예상 ROE가 지난 2분기를 기점으로 느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계산업의 big bath가 2014~15년 중에 진행된 결과 낮은 기저가 형성된 탓으로 일부 설명된다. 실제 KOSPI의 ROE가 최저를 기록한 2월말 이후로 조선, 에너지, 운송, 철강, 건설 등이 ROE 개선의 상위 업종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반해 IT,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은행 등은 실질적인 펀더멘탈 개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KOSPI의 ROE 회복에 긍정적인 측면을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또한 한국의 수출이 2016년을 기점으로 느리게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첫째 통관기준 수출의 경우 분기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다(1분기 전년대비 -13.6%, 2분기-6.7%, 3분기 -4.9%). 둘째, 하반기 들어 일 평균 수출 감소폭도 상반기에 비해서 줄어 들었다. 셋째 수출물량 감소도 진정되고 있다.
올 들어 누적으로 수출물량 감소는 전년대비 0.2%이다. 따라서 당사는 2017년은 연초를 기점으로 수출이 물량과 단가 측면에서 공히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을 예상한다.
품목별로는 산업용 IT(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와 화학/정유 업종이 향후 수출 개선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주력 휴대폰 업체의 반도체 탑재용량 증가와 중국 IT업체들의 재고 restocking cycle 영향으로 물량과 단가 측면에서 개선세가 좀 더 이어질 전망이다.
화학/정유 업종은 정기보수가 종료되는 2016년 4분기 이후 수출물량이 증가 전환되는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단가 하락폭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자동차는 중국내 자체 브랜드의 M/S 확대와 중동지역 수입규제 확대 등으로 회복이 느릴 것이다.
당사는 특히 미국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의 완만한 상승에 의해 나타나는 자원수출국 중심의 신흥국의 수요 회복과 수출단가 상승이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반영해 당사는 2017년 국제수지 기준 수출증가율 전망을 기존 2.3%에서 4.0%로 상향 조정하였고, 순수출 기여도의 경우 2016년 -0.4%pt에서 2017년 +0.2%pt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6. 이상을 반영하여 Top down 모델7에 적용하면 2017년 EPS는 2016년 대비 약 8~9%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적어도 2017년까지는 기업실적 개선에 의한 ROE 회복세가 연장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당사의 모델 추정치는 시장의 컨센서스보다는 다소 보수적이다. 컨센서스는 2017년에 KOSPI의 EPS가 2016년 대비 약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수출 증가와 기업실적 개선 예상의 한가지 불확실성은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트럼프 정부의 출범 이후 통상 압력이 강화되겠지만, 신정부 출범 후 내각 청문회 등을 고려하면 FTA 재협상이 있더라도 영향은 빨라야 2018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본다.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은 미국 통상정책 변화 이외에 중국 정부가 주택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전면적인 대출규제 강화와 주택구매 제한 등의 조치를 동원하고, 이것이 주거용 건물 판매와 투자의 현저한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다. 경착륙 현실화 시, 부동산 투자가 중국 고정자산투자의 25% 내외를 점한다는 점에서 총고정 자본형성의 추가 위축이 불가피할 수 있으며, 자산가격 하락과 거래위축으로 소비신장세가 둔화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소재와 산업재를 중심으로 중국 및 여타 EM에 대한 수출 감소세가 심화될 수 있다.
다만 구조적 ROE 턴-어라운드 여부 불확실
주지하듯 DuPont 분석에 의하면 ROE는 수익성, 활동성 그리고 재무레버리지의 3가지 효과로 분해된다. 이에 의하면 2016년부터 시작된 한국 주식시장의 ROE 개선은 절름발이이다. 수익성과 활동성은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수출, 인플레 등의 함수이다.
그런데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매출이 정체되거나 후퇴된 가운데 이익이 개선돼 나타난 것은, 수출 증가가 아닌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비용 요인에 의한 수익성 개선은 ROE의 본격적이며 추세적인 턴-어라운드 기대를 반감시킨다.
과거와 같이 경기 예측력이 높았던 경우는 수익성과 활동성(총자산 회전율= 매출/자산)에 앞서 재무레버리지 비율(=자산/자본)이 선행적으로 증가되기도 했다. 경기가 바닥이 멀지 않다고 보고 기업들이 미래의 호황에 대비해 투자를 먼저 집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거나,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는 수익성 회복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활동성 개선에 믿음이 생겨야 투자가 후행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 주요 조사에 의하면 한국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4가지를 꼽는다.
첫째 국내 주력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때문이다. 산업 성장 초기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가 줄어든 것이다.
둘째 국내외 경기 위축에 따른 제조업 경기 악화 등 수요 부진과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었다.
셋째 기업들의 실적 부진 지속으로 상환채무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면서 설비투자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넷째 해외 직접투자 확대가 국내 설비투자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 및 설립이 증가했다.
때문에 2016년의 ROE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가 확보됐다고 장담이 어렵다. 따라서 구조적인 ROE 회복 여부는 2017년까지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출과 내수개선에 의한 Top line (매출)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수익성 회복에 대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미루어 두었던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고, 보다 안정적인 ROE 회복 사이클이 가시화 될 것이다. 이 경우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은 당연히 재평가될 것이고 기업 역시 배당 등의 재원이 늘어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적극적이게 될 것이다.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한국 trading BUY
글로벌 시장에서 Outperformer가 되기는 어려워 = 트럼프의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졌다. 하지만 옐런의 주장하는 고압경제의 현실화 여부를 떠나 Fed가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여기에 미국 주도의 인프라 투자 등이 가세한다면 단기적(1~2년)으로는 주식 등 위험자산에 유리하다. 이늦한 환경은 output gap에 따른 글로벌 자산 사이클의 구분에 의할 경우, Recovery와 Expansion 국면에 해당된다.
특히 2017년은 Recovery(=‘미니 Goldilocks’) 국면이 될 전망이다. 조금 더 기대를 확장한다면, 각국의 재정정책공조 여부에 따라 2018년 이후는 Expansion 사이클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투자의 관점에서는 Expansion 국면의 후반 어느 시점에서 위험자산(≒주식)의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 하지만 2017년 사이클은 여전히 위험자산(=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시점이다. 다만 지역, 국가별 선호는 2016년과는 복잡하고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과 같이 낮은 인플레와 비전통적 통화 정책에 의존했던 국면에서는 글로벌 수요와 투자에 의존하는 신흥시장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2016년에 신흥국 주식의 반란이 나타났던 것은 미국 등 선진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과 공급 측 주도로 원유 등 상품가격의 반등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2017년에 가장 선호 받을 주식시장은 미국이 될 전망이다. 대규모 정책적 지원 하에 기업실적모멘텀 개선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서 상품가격 반등세 유지된다면 원유 이외의 Commodity를 생산하는 신흥국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수출 주도형 국가들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기회복 국면이라는 점에서 총론적으로는 긍정적이나, 선별되게 될 것이다. 즉 가격 경쟁력이 아닌 제품 경쟁력에 기반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통상분쟁에 자유롭지만, 한국의 위상은 중간 또는 열위적 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나마 다행스늦운 것은 한국 기업의 펀더멘탈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순환적이라고 할지라도 ROE의 개선이 진행 중이어서 한국의 소외가 완화될 가능성이 유효하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진다는 점도 한국주식에는 불리하지 않다. 주요국 증시 밸류에이션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다. 경기민감주의 비중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통상압력 우려에도 불구하고 ROE 회복과 인플레이션 상승은 한국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총론적으로는 한국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제시한다. 다만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외부의 환경(선진국 증시 강세로 상대적 밸류에이션 유리+위험선호 강화)이 Book value에 근거한 투자 논리를 유효하게 할 것이다.
즉 한국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Outperformer가 되기는 어렵지만, 미국 등 글로벌 증시 강세에 후발로 동참할 정도의 펀더멘탈은 가지고 있다. 운이 좋으면 sweet spot 기간이 한동안 있을 수도 있다. 우려와 달리 미국이 통상압력을 높이더라도 교역조건의 변화가 생기는 것도 당장 2017년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trading BUY'를 제시한다.
2017년 KOSPI 예상 등락 범위는 1,860~2,210pt
2017년 KOSPI는 1,860~2,210pt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예측의 논리는 P/E보다는 P/B에 근거했다. 전통적으로 한국 증시에서 P/E에 대한 신뢰는 낮았다.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와 KOSPI의 경기민감업종 비중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경제환경에 따라 이익변동성이 커서 실적 예측력이 낮아 P/E의 신뢰성도 떨어진 것이다.
반대로 P/B를 기준으로 할 경우 주식시장의 역동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함에도 2017년 KOSPI 전망에 P/B를 이용한 것은 한국 증시의 핵심 논점이 ROE의 회복 여부이며 대외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P/B에 대한 신뢰는 자기자본에 대한 수익률인 ROE(Return on Equity)와 자기자본비용(Cost of Equity)의 차이로 측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ROE가 COE를 상회할 경우 P/B의 신뢰는 높아지고,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 한국 시장의 ROE가 지속 하락하면서 KOSPI의 P/B는 청산가치인 1.0배를 하회하는 수준에서 연간 저점을 형성하였다. 2017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ROE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과거에 비해 P/B에 의한 지지선의 신뢰가 높아질 전망이다.
때문에 2017년 KOSPI의 하단을 2016년 저점 P/B(0.86배)보다 다소 높아진 0.88배인 1,860pt로 제시한다. 예상외의 글로벌 위험이 출현하여 IERP에 의한 COE가 상승하더라도, ROE의 개선이 과거보다 낮은 P/B 수준까지 KOSPI를 밀어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오히려 2017년은 COE 하락 효과가 아닌, ROE의 추세적 회복을 타진할 것으로 보여 KOSPI가 P/B 1.0배에 안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를 고려해 2007년 이후 P/B의 회귀선을 기준으로 +0.5 표준편차까지 P/B가 상승할 것으로 가정한다면, 2017년 KOSPI는 2,210pt(=P/B 1.04배)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상기 전망치는 (12개월 예상) P/E 기준으로는 9.3~11.0배 범위에서 KOSPI가 등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2014~16년 사이 P/E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펀더멘탈 회복과 글로벌 위험선호 등만 고려한다면 보다 낙관적인 예상이 가능할 것이나, 일단은 신중한 접근에 무게를 두었다.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측면의 re-rating은 보다 ① 구조적인 ROE 개선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② 글로벌 증시의 위험선호가 본격화되는 등의 조건과 ③ 미국의 통상정책의 불확실성 해소 등의 조합이 필요하다.
분기별 시장 흐름 – 우상향 U자형 예상
이벤트 측면에서 2017년에 불확실성이 높은 시점은 2~3분기로 보인다. 미국 Fed의 다음(≒세번째) 정책금리 인상 시점에 관한 논쟁이 2분기 후반~3분기 중 전개될 것이다. 2017년 중 1~2회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번을 한다면 9월에, 두 번을 한다면 6월과 12월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불확실하나, 1분기 말~2분기 중에 영국의 Brexit 관련 협상 개시 관련 노이즈 가능성도 있다. 기타 정치 이벤트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총선과 대선이 4월과 6월에 독일의 총선이 9월에 예정돼 있다.
국내 기업실적은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모멘텀도 약해지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을 전망이다. 다만 이익증가 추세는 유효한 만큼 실적으로 인한 시장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2017년 분기별 흐름은 2~3분기 중에 조정 압력이 있으나 하반기로 가면 회복하는 우상향 U자형 가능성을 예상한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2017년 KOSPI의 하단을 1,860pt로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지지선 형성을 기대한다. 따라서 1,950pt 이하에서는 주식 비중 확대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늦한 2017년 연 중 등락 전망의 한가지 위험변수는 ECB의 테이퍼링 개시시점이다.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ECB의 테이퍼링 우려는 커질 수 있다. 다만 당사는 테이퍼링이 실제 가시권에 들어 오는 시점은 시장이 우려하는 것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빨라야 2017년 하반기가 될 것이다. 유로존의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국면에 도달하고 유럽 내 정치 지형변화의 윤곽이 드러내는 것은 2017년 4분기이다. 즉 ECB의 테이퍼링이 2017년 하반기의 불확실성 요인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추세를 좌우할 정도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
스타일 투자 - 가치주, 대형주 > 성장주, 소형주
스타일 투자(가치주 vs. 성장주, 대형주 vs. 소형주) 관점에서는 2017년에도 가치주, 대형주 선호를 전망한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스타일 선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변수는 미국의 장단기(10-5년)금리차였다. 즉 금리인상 사이클에 따른 curve steepening 기대가 강화되는 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치주와 대형주가 선호 받았다. 이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른 수익률 기대 변화가 국내 증시에서도 민감하게 작동했던 때문으로 이해된다. 지난 해 12월 미국의 첫 금리인상 이후부터 기존에 시장을 주도했던 성장주와 소형주의 성과가 부진했던 것을 참고할 수 있다.
Fed가 2017년까지는 일단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curve flattening보다 curvesteepening 기대가 점차 우세를 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당분간 가치주와 대형주의 선호는 연장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이와는 별개도 경기확장 사이클 중후반에 진입하면 통화 승수가 상승하고 위험선호가 증가하면서 다시 성장주, 소형주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는 구간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이늦한 사이클의 도래는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각국의 재정확대정책 공조가 나타나는 시점 직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선호 업종과 삼성 Top 10 picks
글로벌 수요의 현격한 개선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17년 포트폴리오 전략의 기본방향은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구간에서는 실제 수요에 의한 기업실적 개선보다 경기민감주에 더 높은 프리미엄이 부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에 저성장, 저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선호되던 테마성 성장 업종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배당수익 등에 유리한 전통적 경기방어 업종들 역시 2017년 시장에서는 다소 소외될 것으로 본다.
업종별로는 원유 관련을 제외한 산업재와 소재를 선호한다. Commodity 가격의 상승 환경에 수혜가 근거이다. 금융도 인플레 기대가 커지고 완만한 금리상승이 유지된다면 영업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은행과 보험이 해당된다. IT는 반도체와 OLED 등은 긍정적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보유 산업은 시대와 상관 없이 선호된다. 다만 세트 부문은 마진 축소가 우려된다.
필수소비재, 경기소비재 등은 개별 종목별 대응을 권고한다. 텔레콤, 유틸리티 등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그 동안 누렸던 투자관점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다.
Output gap에 의한 Asset allocation 모델을 업종별 선호 결정에도 응용하더라도 상기 아이디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2000년 1월~2016년 9월 기간을 대상으로 평가하면 각 국면 별 승자업종을 구분할 수 있다. 우리의 예상과 같이 2017년이 Recovery 국면으로 진입한다면 선호 받게 될 업종은 유통, 반도체, 자동차, IT HW, 운송, 내구소비재/의류, 은행 등이다. 주목할 점은 이미 2016년부터 이늦한 업종들이 시장 평균대비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금융시장의 특징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17년에 다소 성급한 투자자들은 Expansion 국면에 선호되는 업종을 선제적으로 편입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에너지, 조선, 생활용품, SW, 철강, 건설, 운송 등이다. 두 국면(Recovery, Expansion)에 선호 받는 업종 중, 2017년 컨센서스 영업이익이 의미 있게 플늦스 기여를 하는 것은 IT HW, 반도체, 자동차, 은행, SW, 건설, 철강, 내구소비재/의류, 유통 등이다. 이에 반해 국면 평가에 긍정적이나 이익전망이 소극적인 업종들은 조선, 운송 등이다. 이들은 해당 산업의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어 여전히 실적 가시성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2017년 대형주 top picks로 삼성전자, POSCO, 현대산업, 현대중공업, 한국항공우주, 두산밥캣, KB금융, 삼성화재, SK하이닉스, NAVER를 제시한다.
기타 불확실성 트럼프 정부, FOMC 성향, Brexit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영향 =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기존에 체결한 미국의 통상관련 협정들이 관계국들의 규정 위반 등으로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모든 FTA를 재협상하고 TPP의 비준을 반대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미국이 질서를 새롭게 제시하고 이에 따르는 국가들에게는 ‘공정’하게 대하겠으나, 동참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향으로 보인다. 이를 각국은 우려하고 있는데, 당선 이후 수락연설에서 ‘미국의 이익 우선’과 ‘다른 나라를 공정’하게 대하겠다는 발언을 했지만,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물론 트럼프의 급진적 태도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무역 협정 재협상 과정에서 압력은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미국 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자동차 산업만 보더라도 수출 의존도가 35%에 달하기 때문에, 보호무역의 극단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늦나 미국 향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멕시코, 대만, 영국, 이탈리아, 한국 등)과 공개적으로 무역 불공정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 등의 수출 환경 악화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본격적인 무역협정 재협상은 2017년 중반부터 시작돼 빠르면 2018년 이후부터 영향이 가시화 될 수 있다.
산업별로는 미국의 산업과 경쟁구도인지, 아니면 보완구조인지에 따라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산업과 동반자적 기업은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경쟁기업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의 첨단제조업 육성에 참여할 경쟁력 있는 핵심 부품 기업은 미국 제조업 성장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IT 등에서 일부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단순 조립 기업, 원가에 기반한 제조기업 그리고 완성차 등의 영업환경은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개선 또는 악화 가능성이 병존한다고 본다. 트럼프의 집권 초기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핵 보유국 지위인정 여부에 대한 논쟁이 격화될 수 있다. 또한 협상의 전개에 따라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의 확대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2017년에 한국 대선이 예정돼 있어 미·북 협상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로 국내 법인세 인상 논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이다.
FOMC 이사진 교체와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 대통령 당선 시 옐렌 Fed 의장을 교체하겠다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온 바 있다. 그는 지난 9월께 있었던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옐렌 의장은 정치적 이유로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가짜 경제(false economy)를 만들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고 발언하였다. 다만 미국 대통령에게 Fed 의장에 대한 해임 권한은 없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 이후로 Fed의 독립성 침해와 의회 및 행정부와의 갈등 고조로 인한 옐런 의장의 조기 사임 가능성이 통화정책 관련 시장의 주요 우려 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당사는 Fed 법과 과거 의장들의 사례를 볼 때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해서 옐런이 조기 사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공화당이 양원을 지배함에 따라, 오바마정부에서 계속 지연된 신임 FOMC 이사 2명에 대한 임명이 가능해 진다는 점을 주목한다. 즉 親 트럼프 인사로 이사가 채워질 경우, 현재의 ‘비둘기파 5명 vs. 매파 3명 (중립 2명)’의 FOMC가 보다 매파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늦한 변화는 당장 2017년에 가시화되기 보다 매파적 멤버가 더 늘어날 수 있는 2018년부터로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를 돕는 경제 브레인들은 대체로 매파적 성향이 많은 편이다. 이들의 견해는 저금리 기조가 오래 지속되면서 증시에 버블이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저축 소득이 감소하고 자산 분배 왜곡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도 80년대 볼커의 공격적 금리인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향후 트럼프 정부에서 규제 완화 및 감세정책 등에 따른 공급측면의 경기확대 가능성과 인플레 상승 등으로 Fed이 2018년까지 정책금리를 1.75~2.00% 수준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Brexit 불확실성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50조 발동 시 영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지, 혹은 의회 동의 없이 총리의 고유 권한만으로도 실행이 가능한지 여부이다. 지난 6월 국민투표 직후 이 논쟁이 불거졌을 때 총리의 단독 권한으로 가능하다고 가닥이 잡힌 듯 했으나, 아직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일부 투자회사 등에서 고등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영국 정부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유럽연합에 탈퇴 의사를) 통보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에서 항소에 나섬에 따라 대법원의 판결을 연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당사는 영국 대법원의 연말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50조 발동은 성사될 것이라는 견해이다. 법률적으로 반대 해석이 나오더라도 정치 논리로 정당화시키려 할 것이며, 의회 승인을 얻기 위해 의회 표결을 거치게 되더라도 당내 정치논리 때문에 EU 탈퇴가 강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 50조 발동 시 의회 동의가 필요해진다면, EU 와의 협상 시 영국의 입장이 좀 더 유화적으로 다듬어질 여지가 생기고, EU 탈퇴 프로세스가 3월 이후로 지연될 수도 있다. 이는 파운드화 약세 압력을 완화시키는 재료가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이다. 영국은 크게 세 개의 협상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EU 탈퇴 협정, EU와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무역협정, 그리고 非 EU회원국 53개국과의 신규 무역협정이 그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EU 탈퇴 협정과 EU와의 신규 무역협정 체결 시점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협정 (interim arrangement)을 체결해야 할 수 있고, WTO 가입 협정 및 유럽 공동안보 및 방위 협력안을 새로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소위 Hard brexit과 Soft brexit은 이 중에서 EU와의 무역협정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관한 논란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영국과 EU의 Brexit 협상 과정이 매우 장기간의 프로세스이고 매우 가변적이라는 점이다. EU 탈퇴 협정이 2년 안에 끝난다고 가정했을 때, 영국이 실질적으로 EU를 탈퇴하는 시기는 2년 후이고, EU와의 무역협정 결과에 대한 대략의 윤곽까지 어느 정도 드늦나는 시기를 전문가들은 대개 5~6년 후로 본다. hard Brexit이 될지 soft Brexit이 될지는 5~6년 후에야 비로소 명확해지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EU와의 협상 포지션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2017년 초 50조가 무난히 발동된다 하더라도, EU와의 무역협상 중간에 결국에는 영국의 EU 탈퇴가 무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만큼 현재 브렉시트의 미래를 둘늦싼 불확실성은 매우 높고, 지난 국민투표 때와 같은 단기간의 큰 충격이 아니더라도 과정상의 노이즈는 불가피할 것이다. 2017년도 주요국 선거시즌과 맞물려 EU 회원국들이 매우 강경한 협상 포지션을 내놓거나, 협상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여타 유로존 회원국들의 반 EU정서를 동요시킨다면 재차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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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