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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의 영업점 운영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기술혁신에 따른 디지털 채널 발전, 고객 점포방문 감소, 은행 수익성 개선 한계 등이 그 배경이다.
은행들은 점포망을 축소하는 대신 영업점 운영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현재로선 비용효율화 측면이 강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편의성 증대에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영업점에 혁신기술을 도입해 단순거래는 비대면 방식으로 유도하고, 직원은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객상담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직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은행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관련 인사제도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매장 모습 변화
얼마 전 오랜만에 근처에 있는 버거킹 매장에 들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려는데 낯선 기계들이 카운터 바로 앞에서 필자를 가로 막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는 셀프주문 시스템이었다.
직원이 바로 앞에 있는데 왜 굳이 기계를 이용하나 싶기도 하고 몇십년 동안 이용하던 방식이 바뀌어 어색했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매장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셀프주문 시스템의 기대효과는 무엇일까? 만약 매장 직원 수가 유지된다면 음식이 더 빨리 준비되어 본질의 서비스가 더욱 향상될 것이고, 직원 수가 줄어든다면 회사는 인건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스타벅스는 사이렌오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이 모바일앱을 통해 주문․결제를 마치고 매장을 방문하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커피를 받을 수 있다. 모바일과 오프라인 매장이 연결되는 O2O 서비스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여 은행 영업점 채널이 변화
은행 영업점도 변화하고 있다. 혁신기술, 금융소비자 행태 및 은행 내부요인 등의 환경 변화로 인해 은행 점포의 모습과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기술 혁신에 따라 디지털 채널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고객들은 은행 점포에 방문하기 보다는 모바일/인터넷뱅킹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고,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은행은 과거처럼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과거 고성장․고수익 시대의 미덕은 고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은행 점포를 늘리고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하여 비즈니스의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객이 예전처럼 점포를 자주 찾지 않고 수익이 감소하는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은행들은 기존의 천편일률적 점포 확장 전략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하여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채널혁신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Wells Fargo, BBVA, mBank 등은 기존 점포망을 기능․형태 별로 다변화하여 거점을 중심으로 대형금융센터, 중소형 점포, 셀프서비스 점포 등으로 재구성했다. 채널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소위 전통적 형태의 점포를 통폐합하고 역할을 다변화함으로써 비용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
J.P. Morgan Chase, Barclays, Westpac 등은 영업점에 혁신기술 기반의 옴니채널 환경을 구축하여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과 영업점 간 연계를 강화했다. 아울러 점포 전면부에 스마트 ATM을 배치해 간단한 거래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후방에 상담공간을 배치해 직원의 대고객 금융상담 업무를 강화하고자 했다. 고객은 방문목적에 따라 신속한 거래 혹은 여유로운 상담을 선택할 수 있다.
국내 은행도 점포망을 축소하고 운영전략에 다변화 시도
국내 은행들도 영업점 운영 전략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비대면채널 이용이 늘고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서 운영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영업점 채널을 축소하거나 운영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입출금․자금이체 거래의 창구 이용 비중은 10.9%에 불과한 반면 인터넷, 모바일뱅킹은 42.1%, CD/ATM 35.7%, 텔레뱅킹 11.3%로 나타났다. 10년 전 창구 이용비중이 3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폭 감소한 수치로, 고객행태와 기술발전 등의 환경요인 변화에 따른 은행의 채널전략 변경은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은행들은 먼저 영업점 점포망을 축소하고 있는데, 지난해말 출장소와 지점을 포함한 전국 영업점망은 7,100여개 수준으로 4년 만에 7.7%, 595개가 줄었다. 5대 대형은행 기준으로는 408개가 감소했고, 올해에도 300개 내외의 지점 통폐합이 예정되어 있어 영업점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운영전략 다변화 노력도 일부 감지된다. 눈에 띠는 곳은 한국씨티은행으로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통해 대형 자산관리센터를 거점에 구축하여 금융상담에 중점을 두는 한편, 디지털채널 강화와 계좌수수료 도입을 통해 단순거래 등은 비대면채널로 유도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채널을 강화하는 동시에 계열사 복합점포, 야간점포, 스마트 키오스크 등 점포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 향상과 직원 역량 강화가 핵심
국내 은행의 영업점 운영 전략 변화는 현재로선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언론에서 은행 점포 감소에 대한 걱정이 자주 언급되고, 금융당국도 소비자 피해 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은행 점포운영 관련 조사를 시행하는 등 은행의 점포 축소에 따른 고객불편 초래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은 것 같다.
비록 점포 전략 변화가 비용절감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은행은 주주 이익 극대화와 경영효율화 뿐만 아니라 고객 편의성 향상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고객의 금융거래 트렌드인 모바일/인터넷뱅킹 기능을 향상시키고 이용 편의성을 높여야 하며, 비대면채널의 소통창구로서 콜센터 서비스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비대면채널 활용에 비례하여 고객문의도 증가할 것인데, 고객센터 연결이 지연되거나 기대하는 수준의 답변을 얻지 못한다면 고객들의 불만은 누적될 수 밖에 없다.
영업점 채널의 경우 역할․기능의 재정립, 운영전략 다변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양한 점포망을 통해 고객접점을 유지하고, 단순거래는 스마트 ATM 등 오프라인 비대면채널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대신 직원은 본연의 금융상담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직원의 전문성 강화이다.
고객 재산증식 니즈가 커져가는 가운데, 금융상품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 등은 비용우위와 혁신기술로 기존 은행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직원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식되지만, 반대로 차별화된 고부가가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결국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인력운영과 인사제도를 혁신하는 은행이 경쟁우위를 점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포용성 차원에서 고령층, 소외지역 거주민 등 취약계층의 은행 서비스 이용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역의 점포망 유지, 비대면채널을 통한 대안 서비스, 활용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여 채널 전략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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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9 15:15: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