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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간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RA 서비스의 공급이 빠르게 확산되자, RA 알고리듬에 대한 규제를 체계적으로 확립하고 있는 추세다.
그 내용을 보면, 각 국가마다 규제의 정도와 내용의 차이는 있으나 건전한 영업행위 확립과 투자자 보호라는 규제의 목적과 방향은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본고에서는 최근 RA 알고리듬에 대한 글로벌 규제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RA 서비스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RA 알고리듬 체계와 규제 필요성
RA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온라인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서비스(이하, 자문서비스)를 말한다. 각국의 금융당국에서는 RA를 디지털자문(digital advice), 자동화된 자문업자(automated advisor), 자동화된 투자도구(automated investment tool)라고 지칭한다. RA는 자문서비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알고리듬을 채택한다.
즉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알고리듬에 담아 자문서비스를 자동화하여 공급하는 것이 RA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RA는 자문서비스 형태에 따라 주식, 펀드, 보험 등을 고객에게 추천하는 금융상품 추천형과 고객의 자산을 일임받아 관리하는 자산배분 관리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논의의 초점을 자산배분 관리형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자산배분 관리형 RA의 알고리듬은 고객진단, 자산배분, 리밸런싱 알고리듬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객진단 알고리듬은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을 파악하고 적합성 원칙(suitability principle) 또는 신의성실 의무(fiduciary duty)에 맞게 고객유형을 분류하기 위한 알고리듬이다.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고객진단은 매우 중요한 서비스 단계다. 정확한 고객의 진단이 자문서비스의 질과 신뢰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진단 알고리듬이 고객유형을 잘못 분류하여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에 적합하지 않게 자산배분을 추천할 경우 자문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불완전판매(mis-selling)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46조와 「표준투자권유준칙」에서는 적합성 원칙 심사에 필요한 고객정보를 파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문의 경우 재산상황, 투자경험, 금융지식 수준 및 이해도, 위험감내수준, 가족관계, 연령, 취약투자자 여부, 과세형태, 투자목적, 투자예정기간, 투자희망 상품, 투자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투자일임의 경우 소득수준, 금융자산 비중 등을 더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RA의 고객진단 알고리듬은 10개 이내의 온라인 질문으로 고객유형을 분류한다. 이 때문에 RA는 자문업자보다 고객유형 분류의 오류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으며, RA가 적합성 원칙을 준수하였는지의 여부가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
RA는 자동화된 자문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그 영업행위는 사람이 제공하는 자문서비스와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RA도 자문업자에게 적용되는 영업행위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을 필요가 있다. 즉 RA의 고객진단 알고리듬은 자문업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 또는 신의성실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자산배분 알고리듬은 고객유형에 맞게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구성하기 위한 알고리듬이다. 일반적으로 RA는 마코비츠(Harry M. Markowitz)의 현대포트폴리오이론(Modern Portfolio Theory: MPT)을 자산배분 알고리듬의 이론적 기반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6년말 운용자산 기준 상위 12개 RA가 MPT에 기반하여 자산배분 알고리듬을 설계하고 운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몇몇을 제외한 RA 대부분이 MPT에 기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MPT는 자산배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모형일 뿐, 가장 효율적인 자산배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국내의 경우 몇몇 RA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산배분 알고리듬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산배분 알고리듬은 어떤 이론모형에 기반하여 설계되는가에 따라 그 구조나 요건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자산배분 알고리듬은 고객유형에 맞게 자산배분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의적인 가정이나 개입이 없어야 하고,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하기 위해 일관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효율적인 자산배분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하며, 추천된 자산배분이 고객유형 분류에 적합하여야 하고, 채택한 알고리듬의 한계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RA가 효율적 자산배분의 기본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MPT가 아닌 다른 이론모형에 기반하여 자산배분 알고리듬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경우 최소한 MPT보다 더 일관되고 체계적이며 효율적이라는 것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RA 서비스에 대한 신뢰와 수요가 감소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리밸런싱 알고리듬은 고객 포트폴리오의 운용성과를 평가하고 편입자산의 가격변동으로 변화된 포트폴리오를 효율적 자산배분에 맞게 재조정하는 알고리듬이다.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구사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편입자산의 가격이 장기적으로는 평균으로 회귀(reversion to the mean)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편입자산의 단기적인 가격변동은 고객 포트폴리오의 실현수익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격이 평균보다 높게 상승한 편입자산을 매도하고 가격이 평균보게 낮게 하락한 편입자산을 매입할 경우 고객 포트폴리오의 실현수익률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리밸런싱 결과가 고객 포트폴리오의 실현수익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RA의 리밸런싱 알고리듬에 문제가 있거나 RA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문업자의 임의적인 개입이 존재할 수 있다고 의심받을 수 있다.
글로벌 규제 동향
미국의 SEC 및 FINRA, 영국의 FCA, 호주의 ASIC은 최근 1~2년 사이에 각각 RA 알고리듬에 대한 규제방안을 내놓았다. RA 알고리듬에 대한 글로벌 규제 동향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오프라인 자문업자와 동일하게 적합성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둘째, 알고리듬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투자이론(generally accepted investment theories)에 기반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전문성을 갖춘 자문업자가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그 과정을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고객에게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알고리듬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섯째, 알고리듬을 상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미국의 SEC는 2015년 5월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RA에 대한 투자자 주의(Investor Alert: Automated Investment Tools)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후 RA 사업모델의 특성을 감안하여 RA에게 1940년 투자자문업법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하여 검토하여 왔고 2017년 2월에 RA에 대한 규제지침안을 발표하였다.
동 지침안은 주로 투자자 입장에서 RA 알고리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RA의 고객진단 알고리듬이 신의성실 의무를 준수하도록 지도하기 위함이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RA는 특성상 고객과의 상호작용에 한계가 있으므로 고객에게 RA가 어떻게 작동하는지(how it works)에 대한 설명을 상세하게 제공해야 한다.
둘째, RA가 제공하는 자문서비스의 범위에 대해 고객이 오해하지 않도록 명확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RA는 핵심설명사항, 투자위험, 면책사항 등 중요정보를 고객이 단계별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이 가능한 웹기술을 활용해 제공해야 하고, 그 컨텐츠는 운영체계, 웹브라우저, 접근매체 등에 의해 제한받지 않도록 기술 중립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넷째, RA가 신의성실 의무에 따라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대우하고 적합한 투자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고객이 온라인 질문에서 일관성 없이 응답할 경우 이를 고객에게 알려 고객유형 분류에 오류가 없도록 기술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RA는 고객이 직접 자산배분을 조정할 때 그 결과가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에 적합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알고리듬 설계, 개발, 운용, 수정 등에 대한 모든 절차를 적정한 준법감시프로그램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FINRA는 SEC에 앞서 2016년 3월에 RA 알고리듬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특히 RA 알고리듬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및 감독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RA 알고리듬이 일종의 블랙박스여서 개발자 이외는 그 구조나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배분과 리밸런성 알고리듬에 대한 요건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RA가 선호하는 특정 증권이 편입되었는지, 특정자산이 과도하게 편입되었는지, 자동 리밸런싱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에 맞게 실시되는지, 리밸런싱이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초래하는지 등 이해상충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세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SEC의 RA 알고리듬 규제가 고객진단 알고리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FINRA는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의 FCA는 2016년 3월에 발표한 금융자문시장점검(Financial Advice Market Review)의 실행방안으로 2017년 4월에 RA 규제지침안을 발표하고 2017년 가을까지 이를 확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영국의 RA 대부분은 종합자문(full advice)이 아닌 단순자문(simplified advice) 또는 중점자문(focused advice)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을 고려하여 RA 규제지침안도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각 시장 또는 상품별로 구체적인 지침을 예시로 제안하였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금융상품(intended market or product)에 적합한 고객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 절차(filtering process)를 마련하여야 한다.
둘째, 자문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의 특성에 맞게 UI(User Interface)를 기술 중립적으로 설계(interface design)하여야 한다.
셋째,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금융상품은 고객의 투자수요, 성향, 목적에 맞게 선택(product selection)되어야 한다. 넷째,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질문으로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을 진단(risk profiling)해야 한다. 그 외 상시감시 의무, 기술지원 인력요건, 투자정보 공시의무, 개인정보 수집제한, 적합성 자가진단 금지 등에 대한 지침안을 마련하였다.
호주의 ASIC은 2016년 3월에 건전한 디지털자문시장의 발전을 위한 RA 규제지침안을 발표하고 2016년 8월에 이를 확정하였다.
호주의 RA 규제지침안은 RA의 적격성 요건(competence obligation)과 알고리듬 상시감시 및 테스트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자문서비스 제공업자는 자문업자에게 요구되는 최소 교육 및 역량 요건을 충족하는 책임자를 1명 이상 임명해야 한다.
둘째, RA 알고리듬이 적정하게 설계되고, 상시감시되고, 테스트되는지를 적절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ASIC은 7가지 세부 지침을 마련하였다.
셋째, 적격성 요건을 갖춘 자문업자가 디지털자문서비스의 질을 상시감시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동 규제지침안은 RA의 디지털자문서비스는 사람이 제공하는 자문서비스를 자동화하는 것인 만큼 그 질적 수준은 최소한 사람이 제공하는 자문서비스만큼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사점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4월말 제1차 RA 테스트베드가 완료된 후, RA 서비스 시장의 확대를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시장의 반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투자일임서비스의 비대면 가입을 제한하는 규제로 일반 투자자가 온라인에서 쉽게 RA 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RA의 자산배분 및 자산운용 역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특히 제1차 RA 테스트베드 과정에서 RA 대부분의 투자성과가 시장평균을 밑돌면서 RA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A의 자산배분 및 자산운용 역량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결과적으로 RA의 투자성과에 의해 좌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원천적으로는 RA가 채택한 알고리듬의 고객진단, 자산배분, 리밸런싱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
RA 알고리듬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을 잘 파악해 효율적으로 자산배분을 하고 투자성과와 시장상황에 맞게 시의적절하게 고객의 투자자산을 운용하면, RA는 자연스럽게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RA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RA 알고리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규제 동향에 맞춰 RA 알고리듬에 대한 규제를 체계적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RA 서비스 시장이 미국, 영국, 호주처럼 대중화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의 투자자문 또는 일임에 대한 규제와는 별도로 RA에 대해서는 비대면 가입을 허용해 RA 서비스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건전한 영업행위 확립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RA 알고리듬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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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03 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