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디지털기술을 가장 잘 구사하는 은행(brick-and-mortar bank)이 어디인지 물어보면 아마도 대부분 웰스파고, BBVA, 씨티, US Bank 등을 첫 손에 꼽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6년 7월 글로벌 대형 은행들을 제치고 DBS(Development Bank of Singapore)가 유로머니지(紙)에 의해 ‘월드 베스트 디지털뱅크’로 선정됐을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과연 DBS 디지털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DBS는 어떻게 해서 디지털 최강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을까?
DBS 은행은 CEO의 적극적인 주도 하에 디지털 뱅킹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모바일 뱅크를 통한 해외진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DBS 은행의 디지털 뱅킹 전략은 은행의 디지털 전환, 고객의 일상에 융합된 금융 서비스 제공, 창업가적 조직문화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뱅킹 전략은 강한 리더십과 은행 전 부문의 참여가 요구되며, 디지털 고객경험에 기반 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핵심이다. 산은경제연구소의 ‘DBS 은행의 디지털 뱅킹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DBS 은행의 디지털 뱅킹 추진배경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 은행은 CEO인 Piyush Gupta의 주도 하에 디지털 뱅킹을 은행의 미래 전략으로 수립·추구하고 있으며,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모바일 뱅크를 통한 해외사업 강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DBS 그룹은 싱가포르 대표 금융기관으로 2000년 이후 자산규모 및 수익성, 건전성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동남아시아 지역 내 최대 종합금융 그룹으로 발전했다.
DBS 그룹은 자산 SGD 4,816억(약 400조원)으로 Banker지 기준 세계 56위 은행(`15년말)이며, 개인금융 및 자산관리, 중소기업금융에 특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고, 아시아 내 280개 지점(18개 국가), 직원 22,194명(`16년말)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이나 미주보다는 아시아 지역, 특히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및 동남아시아(인도, 인도네시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 CEO인 Piyush Gupta는 `09년 취임한 이후 알리바바 등 핀테크 업체의 무서운 성장을 은행의 위기로 인식하고 디지털 뱅킹 전략을 전면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DBS 은행이 주력하고 있는 개인금융 및 자산관리 부문과 아시아 지역(특히, 중국)에서 핀테크의 성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배경 하에 DBS 은행은 단순히 디지털화 자체가 아닌 ‘고객의 은행 업무를 즐겁게(Making Banking Joyful)’라는 타이틀을 디지털 뱅킹 전략의 최상위 비전으로 제시함으로써 고객경험 향상이라는 디지털 뱅킹 전략의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설정했다.
한편, DBS 은행은 중화권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인도에 모바일 뱅크를 최초 설립, 이후 모바일 뱅크를 통한 해외사업 강화 전략을 본격화하게 된다.
DBS 은행은 `13년 인도네시아 다나몬(Danamon) 은행 인수가 인도네시아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무산되자, 큰 비용이 소요되고 규제 장벽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현지은행 인수보다는 모바일 뱅크를 통한 해외진출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오랜 준비 끝에 `16.4월 인도 최초의 모바일뱅크 ‘DBS Digibank'를 출시하여 출시 1년 만에 120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등 고객수를 빠르게 확보중이며, 추후 Digibank의 추진성과를 고려하여 중국 등으로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 : 은행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 DBS 은행은 디지털 뱅킹을 단순히 온라인에서 몇 개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디지털 전환으로 정의하며, 특히 은행의 프런트 오피스 뿐만 아니라 미들 오피스와 백 오피스까지 완전한 디지털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직 측면에서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IT 부서와 사업 부서를 통합하여 T&O(Technology and Operations) 부문을 신설, 이러한 T&O 부문은 전 세계에 걸쳐 약 5,000명의 인력으로 구성했다.
주목할 것은 T&O를 각 사업부문 및 해외부문마다 연계시켜 각 사업부문별(예: 개인금융, 기업금융) T&O heads와 해외지역별(예: 중국, 홍콩) T&O heads를 두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본부 T&O head가 총괄하고 있다.
보통 회사의 IT 부서가 조직 내 독립된 부서로 존재하는 데 반해, DBS 은행은 T&O 부서를 개별 사업부문 및 해외지역마다 만들어 전행적인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였으며, 그 결과 IT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융합하고, 각 사업부문 및 해외부문마다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추진해온 DBS 은행은 지역마다 다른 언어 및 문화, 법체계 등을 감안하여 디지털 플랫폼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T&O를 통한 IT와 비즈니스의 유기적인 결합은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의 유연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두 번째 전략 : 고객 일상에 융합된 금융서비스 제공(Embedding Ourselves in the Customer Journey) = DBS 은행은 디지털 뱅킹을 통해 금융서비스가 고객의 일상생활에 완전히 융합하여 불편 없이 활용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DBS 은행은 `10년 CEO가 위원장을 맡는 고객경험위원회(Customer Experience Council)를 신설하고, 고객 여정지도(Customer Journey Mapping) 기법을 활용하는 등 디지털 고객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분석 역량 및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중이다.
요컨대 DBS 은행은 디지털 기술이 단순히 은행의 생산성 향상이 아닌, 고객의 효용 증대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즉 판매할 상품과 서비스 자체보다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금융서비스와 통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전략 : 창업가적 조직문화 구축(Creating a Start-up Culture) = DBS 은행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판단 하에 직급, 연령에 관계없이 전 직원의 디지털 사고방식(digital mindset)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년 CEO가 위원장을 맡는 혁신위원회(IC, Innovation Council)를 신설하고, 최고 혁신 책임자(CIO, Chief Innovation Officer)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주입식 강의가 아닌 DBS 해커톤(Hackathons) 등 다양한 참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가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추진사업 = 인도 최초의 모바일 뱅크 ‘DBS Digibank’를 포함하여 소매금융 뿐 아니라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적용·확대하고 있다.
DBS 은행의 디지털 뱅킹 전략의 가장 극대화된 사례는 인도에 최초의 모바일 뱅크 ‘DBS Digibank'를 출시한 것이다.
DBS 은행은 Digibank를 통해 모바일 지갑(E-Wallet), 예금계좌(digiSavings), 가상비서(virtual assistant) 등의 서비스를 활발히 제공 중이며, 향후 5년 동안 500만 명의 고객과 5천억 루피(약 9조원) 규모의 예금기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매금융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 뱅킹서비스를 적용하여 적용범위를 확대 중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온라인 자산관리를 포함하여 온라인 계좌개설, 온라인 TB, 스타트업 기업과 투자자를 연계해 주는 플랫폼인 DBS Business Class 등을 도입하여 일부 기업금융 업무도 디지털화했다.
아울러, DBS 은행은 `10년부터 6년간 빅데이터, 생체기술, 인공지능 등 디지털기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SGD 50억(약 4.2조원)을 투자했다.
이는 DBS 은행의 `16년 당기순이익인 SGD 37억보다 많은 금액으로,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DBS 은행은 `16.7월 BBCA, Citi, ING 등 글로벌 대형은행들을 제치고 Euromoney로부터 World's Best Digital Bank에 선정됐다.
한편, DBS 은행은 2018년 6월을 목표로 디지털 토큰(digital token) 시스템을 개발하여 모바일/인터넷 뱅킹 시스템에 도입할 계획이다.
디지털 토큰은 현재 온라인 뱅킹 계좌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OTP(One-Time Passwords)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 것으로, DBS 은행은 모바일과 PC 모두 거래 시 OTP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디지털 토큰을 통해 편의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시사점
디지털 뱅킹 전략은 강한 리더십과 은행 전 부문의 참여가 요구되며, 디지털 고객 경험에 기반 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핵심이다. 디지털 뱅킹으로의 전환은 강한 리더십을 통한 전행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DBS 은행에 따르면 디지털 뱅킹 전략은 Task Force 등을 통한 프로젝트 사업 또는 특정 IT 부서만을 통해 달성할 수 없는, 은행 전체의 핵심 신념(core belief)을 바꾸는 작업이다.
이에 우선 CEO를 포함한 고위 경영진들의 디지털 뱅킹 전략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리더십이 필요하며, 조직·인사(예: T&O 부서, 혁신위원회) 및 조직문화(예: 해커톤 프로그램) 등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뱅킹 전략의 핵심은 고객경험 이해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DBS 은행은 상품 및 서비스를 새롭게 디자인하는데 앞서 고객 행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인사이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뱅킹의 핵심은 온라인 서비스의 업그레이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은행이 상호 작용해왔던 모든 채널,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통합적으로 혁신하는 것으로 디지털 고객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분석 역량 및 프로세스 개선·강화가 동반될 필요가 있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10 14:24: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