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대주주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상장주식의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자본이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있다.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의 기준을 살펴보면 현재에는 종목별 보유액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은 25억원, 코스닥시장은 20억원이 적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2018년 4월부터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대해 동일한 기준인 15억원이 적용된다.
그리고 이 기준은 2020년 4월에 10억원, 2021년 4월에는 3억원으로 강해질 예정이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누진세율도 처음으로 적용된다.
2018년 1월부터 양도소득과세표준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대주주에 대해 20%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양도소득이 많아질 경우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주식의 자본이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글로벌 조세트렌드를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주식양도소득세의 확대 도입은 불가피한 방향성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주식과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제는 시장의 기능을 효율화하는 방향성보다는 세수확보에 지나치게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부과는 투자자의 투자행태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금융투자상품의 양도소득세제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서 자본시장의 발전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본고는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제의 특성 및 문제점을 분석하고 양도소득세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최적화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제상의 문제점
전술한 바와 같이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방향성으로 파악된다.
조세형평성 측면을 감안할 때에도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도입에 관한 논리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주식 양도소득세제가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강화된다면 주식시장의 투자행태에 바람직하지 않은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왜곡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도소득세 확대에서 관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는 양도소득세제 강화의 목적이 세수확대라는 측면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세수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고용과 복지에 관한 재정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세원의 확보는 정부정책에서도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일 것이다. 그렇지만 세수확보라는 목적이 양도소득세가 가진 자본시장과 거시경제에 대한 성장지원 기능을 희생하는 댓가로 달성되어서는 곤란하다.
최근 국내 경제에서는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의 성숙도가 높아짐에 따라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낮아지는 경제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반전시키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은 기업부문, 특히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들의 성장일 것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의 출현과 성장을 통해 우리경제가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양도소득세제의 설계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양도소득세제를 단순히 세수확보만을 목적으로 설계하기 보다는 자본시장과 경제성장 지원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우리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정교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현행 양도소득세제를 살펴볼 경우 세수확보의 측면은 강조된 반면, 모험자본의 축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손익의 통산, 손실의 이월공제, 장기보유에 대한 우대세율의 적용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관찰된다.
현재 주식으로 발생한 양도소득과 양도손실에 대해서는 손익의 통산이 허용된다. 그렇지만 주식이외의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과의 손익통산은 허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식과 파생상품간의 양도소득·손실에 대해서는 통산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현시점에 발생한 손실을 미래의 양도소득에 대해 이월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장기투자를 장려하면서도 이를 지원하는 세제정책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포괄적인 손익통산과 손실의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수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수확보를 위한 경제적 기회비용이 증가하고 있음에 더 큰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모험자본의 축적과 양도소득세
주식이나 주식관련 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적용은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투자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주식의 세후수익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투자수요를 줄이는 요소가 된다. 이는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대해 더 높은 기대수익률이 적용됨을 의미하며 자본의 한계생산성을 높일 것을 요구한다.
자본과 노동의 한계생산성은 체감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자본투입량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결국 생산활동의 위축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양도소득세제를 설계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부과효과는 모든 양도소득에 대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기업의 특성에 따라 세금부담효과가 상당히 차별화되어 나타난다.
세금부담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배당의 지급시기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당의 지급시기는 해당기업의 사업성숙도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사업의 성숙도가 낮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일 경우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사업기회에 재투자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주주의 입장에서도 기업의 이런 선택은 지지를 받게 되는데 지금 당장 배당의 형태로 수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향후 기업가치의 증가에 따른 주가의 상승으로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의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의 경우 성장을 위한 이익재투자의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배당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의 기회가 제한적이라면 주주는 배당을 통해 이익의 분배를 요구할 유인이 커지는 것이다.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배당을 미래에 지급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강한 기업(스타트업 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해 배당을 즉시 지급할 유인이 더 높은 기업(성숙한 대기업)보다 더 많은 세금부담을 주게 됨을 의미한다.
스타트업 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우리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경제주체들이다. 새로운 영역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서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고,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서민들의 소득안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가 이들에 대해 꾸준히 정책적 지원을 제공함과 동시에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을 위한 모험자본의 축적을 장려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제의 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모험자본 축적을 위축시키는 이러한 요소들을 감안하여 장기투자에 대한 우대세율 적용과 같은 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
장기투자로 인한 자본이득의 축적 가능성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로 벤처기업의 경우에 더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세제정책적 지원의 의미로 장기자본이득에 대해 우대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당위성을 가진다.
손익의 통산과 손실의 이월공제
모험자본의 축적을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손익의 통산과 손실의 이월공제는 양도소득세제의 설계에서 반드시 반영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손익의 통산과 손실의 이월공제는 세수확보라는 목적과의 상충관계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책적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본손실을 자본이득에 대해 통산할 경우 정부는 양도소득세수의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손실의 이월공제도 동일하다.
현재 발생한 자본손실을 미래에 발생할 자본이득에 대해 상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양도소득세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자본이득과 자본손실에 대해서 비대칭적인 조세원칙을 적용할 인센티브를 가진다.
이득과 손실에 대해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행태에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양도소득세를 비대칭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자본이득이 발생하였을 경우 세금을 통해 이득의 규모가 줄어들고, 자본손실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세제상의 혜택이 없기 때문에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이는 투자자산의 위험수준을 높이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게 되는데,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줄이는 기제로 작용한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는 것은 결국 스타트업 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를 축소하게 됨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의 모험자본 축적 기능이 위축되는 것이다.
현행 세법은 주식 양도소득과 양도손실에 대한 손익의 통산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험자본축적기능의 강화를 위해서는 손익통산의 허용범위가 확대될 필요성이 크다. 주식 및 주식관련 파생상품, 그리고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포괄적으로 손익의 통산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상품의 설계기법이 고도화됨에 따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종류의 금융투자상품이 시장에 출현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손익통산의 범위는 가급적 넓은 상품군에 대해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손실의 이월공제도 5년 이상의 기간에 대해 인정될 필요성이 크다. 손익의 통산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손실이 남을 경우 미래의 양도소득에 대해 상계할 수 있어야 투자자들은 모험자본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손실의 이월공제는 모험자본의 중요한 특징인 장기투자를 장려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손실의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는 자본이득이 발생한 다른 투자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양도소득세를 줄이려는 유인을 가진다.
손실의 이월공제가 허용될 경우 투자기간을 적정수준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반대의 경우 투자기간이 단기화될 수 있는 것이다.
유동성 확대와 국제적 정합성 제고를 위한 거래세 인하
양도소득세제의 합리적 개선과 더불어 거래세의 인하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의 국내외적 도입 연혁을 살펴보면 가격에 버블을 형성시키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려는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래비용이 높아질 경우 소규모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적 투기거래가 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유동성 추세를 살펴보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래량이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음이 관찰된다.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거래횟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동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거래세는 투기적 거래수요를 억제하는 기능보다 유동성 저하를 부추기고 시장의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역기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양도소득세제가 강화될 경우 우려되는 시장 유동성 감소도 거래세의 인하가 필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경제학자들은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때 자본화효과(capitalization effect)와 동결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양도소득세 부과가 투자자의 행태에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주가가 변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이론들이다. 두가지 효과가 가격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유동성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감소를 예측한다.
이는 양도소득세가 강화될 경우 시장유동성이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유동성 감소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으로서 거래세의 인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경쟁국가들의 거래세 체계도 국내 거래세 인하의 압력요소이다. 국가간 자본이동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서 거래세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될 경우 이는 해당국가로의 자금유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흥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거래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은 0.1%, 홍콩은 0.1%+5홍콩달러, 싱가포르는 0.2%, 대만은 0.15%로 파악된다. 국내 금융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준 일본의 경우 거래세를 아예 폐지하였다.
주변 국가들이 거래세를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하였던 이유를 감안하여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거래세도 점진적으로 인하할 필요성이 크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03 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