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놓고 분석기관별 전망치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대로 정하고 정책수단을 집중하고 있다. 취임 초 문재인 대통령은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슈퍼리치 증세 등 '소득주도성장'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하반기 들면서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재분배' 등 경제체질을 바꾸는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혁신성장은 어찌됐건 산업계를 지원해 성장률을 제고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방향이다. 다만 과거정부와 달라진 점은 대기업 대신 중소·중견기업과 1인·창업기업, 수출산업이 아닌 4차산업혁명 관련 산업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점이다.
정부는 글로벌 세계경기회복과 '혁신성장 정책'에 힘입어 올해 우리 경제가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분석한다. 정부 관련 경제분석기관들은 하반기 일제히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3% 달성은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예산 집행과 대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19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3.0%로 상향했다. 역시 공공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도 3.0%로 상향조정했다. 정부관련기관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만 연초부터 2.6% 성장률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기구 가운데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3.0%)가 가장 낙관적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을 제외하면 3% 달성을 낙관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는 오히려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 12일 LG경제연구원은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는 하반기부터 경기 상승 흐름이 다소 약해지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2.9%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2.7%를 제시했다. 최근에는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성장률을 2.8%로 낮췄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투자은행들도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 중후반대로 점치고 있다.
정부기관과 민간기관간 성장률 전망치는 왜 다른 것일까
의견이 가장 갈리는 부분은 그동안 수출과 함께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설비투자에 대한 전망이다. 내수의 성장전망에 대한 분석도 다르다.
3% 성장을 전망한 한은의 경우 올해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을 14.0%로 전망했다. 종전 7월 전망치(9.5%)보다 4.5%p 높은 수치다. 특히 하반기 전망치(12.1%)는 앞서 7월(5.0%)보다 대폭 끌어올렸다. 이는 정부 전망치(9.6%)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2%대 성장률을 전망한 한경연은 설비투자가 상반기에는 한은과 같은 15.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하반기 들어선 8.7%로 다소 꺾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현대경제연구원의 하반기 전망치(5.2%)를 두 배 이상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부문에 쏠린 설비투자 지속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설비투자는 기업들의 경기 전망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는 126.9% 상승하며, 전체 설비투자 증가분의 77.2%를 차지했다.
소비나 내수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정부와 한은의 경우 민간소비가 확대되면서 내수는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내년은 정부의 소비 및 경제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올해보다 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6% 성장률을 전망한 KDI는 "소비 증가세가 축소되는 등 내수 경기는 완만하게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민간 연구기관들도 내수가 하반기부터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정부기관들은 수출·설비투자 증가세,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안정적 환율 흐름 등을 근거로 경기가 무난한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민간에서는 최근 경기 흐름이 불안하다는 평가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기관들은 아무래도 정부의 정책목표를 염두에 두다 보니, 경기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세와 비교하면 한국 경제는 아직도 내수가 견고하지 않고, 대외리스크도 남아 있어 변수가 많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2018년 경기 전망
한편, 2018년 경기 전망에 대해 민관 연구기관들은 하나같이 올해보다 하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기관들은 소득이 증가해 소비 심리는 증가하겠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국제무역 감소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취업자 수도 증가하지 않아 실제 내수 경기는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10월 24일 올 하반기부터 국내 경제의 상승 흐름이 약해져 2018년 2.5%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올해 예상치인 2.8%보다 약 0.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2018년 국내외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 심리가 다소 개선되겠으나 건설투자가 감소하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집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세계 교역도 둔화해 내수 경기가 이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특히 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높은 편”이라며 “소비 회복에도 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낮아 성장률 하향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2.9%에서 2018년 2.8%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심리 개선과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민간 소비가 증가하는 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저축률 상승 등으로 그 상승 폭이 제한적이고, 건설투자가 감소하고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 신규 취업자 증가도 전년 대비 소폭 둔화한 31만5000명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을 2.7%로 전망한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경기 전망과 관련, “양극화 극복으로 인한 소비 심리 진작은 작은 부분이고, 투자 위축은 큰 부분”이라며 “당분간 국내 경제가 2%대 저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 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을 살펴본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03 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