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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승인을 받으면서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으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대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월 13일 선정한 초대형 IB 5개사 중 핵심업무인 단기금융업은 한국투자증권에만 인가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가를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2주일 안에 초대형 IB 사업을 위해 약관을 변경하고 발행어음 판매에 돌입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을 조달해 발행어음 시장 선두주자로 나서는 동시에 기업금융 투자비중도 채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앞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의 2배인 약 8조7000억원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50% 이상을 기업 대출, 어음할인, 주식·회사채 투자 등 기업금융에 사용한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별도의 운용부서를 통해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초기 단계에서 사업을 빠르게 확대해 다른 증권사 대비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국금융지주에 이익 모멘텀이 기대된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11월 발행어음업무를 시작해 5000억원을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신규 수익 57억원을 창출할 수 있다”며 “2018년 2조원을 발행하면 247억원의 신규수익을 창출, 한국금융지주에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특히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특화된 수익 강점을 갖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새롭게 도입된 신규 수익원으로 이익개선의 폭이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몸 잔뜩 불린 4개 증권사…ROE 하락 불가피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은 단기금융업 사업이 불가능해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대주주 관련 형사재판 및 검찰 조사 결과 등이 나오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는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심의 결과가 나와야 하고 KB증권은 금감원 제재 등을 이유로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4개 증권사의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금융위 의결 등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연내 추가로 단기금융업을 인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들 증권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발행어음 인가를 위해 자기자본을 4조원 넘게 불려 놓았지만 발행어음 인가가 연기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나머지 4개 증권사들의 증가한 자본을 감안하면 ROE 등이 일정 부분 불확실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에 대해 “이번 인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정부가 작년 8월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방안을 발표한 후 관련 규정 개정과 인가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1년 3개월 만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는 종합금융투자회의가 출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초대형 IB 출현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며 “혁신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업권 간 형평성과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그러나 생산적 금융을 통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특정 금융업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금융산업 전체가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야 할 공통 과제”라며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 기업의 성장단계 별로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또 “초대형 IB 육성 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기업금융업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다면 동일하게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한 개 증권사에 대해서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하지만 금융감독원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여타 증권사에 대해서도 인가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형 증권사, ‘틈새 IB’로 초대형 IB 파고 넘는다
한편, 이번 초대형 IB 출범으로 자기자본 1조~3조원인 중형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본 규모에 따른 위험인수 여력이나 리스크관리 능력이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되며 부족한 자본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초대형 IB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불리한 사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중형사들의 특화 전략 찾기는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형사들의 생존전략은 개별 업체의 상황에 특화된 ‘틈새 IB’로 요약된다. 키움증권의 중소벤처기업 관련 IB 강화가 대표적이다. 키움증권은 2009년 IPO팀 신설 이후 중소벤처기업과 관계지속형 IB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장기간 노력의 결과 중소벤처기업 대표 주관사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했다. 키움증권은 증권사로는 이례적으로 올 4월 1000억원 규모의 성장사다리 M&A펀드의 위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3조1300억원의 자기자본으로 대형사 진입을 눈앞에 둔 메리츠종금증권은 최희문 사장이 부임한 2010년 이후 꾸준히 기업의 체질을 IB로 바꿔나갔다.
특히 국내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집중한 대체투자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와 독일 도이치텔레콤 본사 등 4건의 해외 부동산을 펀드형태로 매입한 뒤 재매각(셀다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메리츠종금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월말 기준 14.2%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증권과 은행·보험·캐피탈 등 그룹 내 자본시장 역량을 결합해 최근 글로벌투자금융(GIB)사업부문을 출범했다. 신한은행 등 계열사가 해외에서 쌓아놓은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IB 거래와 투자 대상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초대형 IB가 주도할 발행어음에 대응해서는 단기 유동성 상품을 비롯해 전단채·사모펀드·글로벌 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2015년부터 기업 자문에 중점을 둔 ‘솔루션 프로바이더’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채·유상증자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위한 중장기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기업의 전반적인 자문 역할을 통해 한 건의 딜을 성사시키는 차원을 넘어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올 들어 14일 현재 5건의 IPO를 주관해 대형사를 빼면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가장 많은 IPO 주관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글로벌 IB’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KEB하나은행 IB사업단과의 협업을 통해 ‘ONE IB’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영업력과 153개에 달하는 은행의 해외 영업망·자본력을 결합시킨다는 복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들어서만 프랑스 파리 소재 로레알 본사 총액인수, 미국 네바다주 태양광 발전소 지분에 대한 시니어론 주선, 독일 베를린 알리안츠 본사 총액인수,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태양관 발전소 지분에 대한 시니어론 주선 등 해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업계에선 초대형 IB들이 늘어난 자본금만큼 잉여자본을 적절하게 투자하지 못할 경우 유휴자본이 증가해 자기자본이익률(ROE)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의 이익률 저하가 자칫 증권업 전반의 분위기 침체로 번질 수 있다”며 “새로 출범한 초대형 IB들이 선구자적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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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