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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해를 돌아보고 오는 해를 기다리게 하는 의미에서 매년 12월 교수신문이 발표한 대학교수들이 뽑은 2017년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선정됐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은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다.
사악한 것을 깨닫는 것은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므로 얽매이는 마음을 타파하면 바르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특히 삼론종(三論宗)의 중요한 근본 교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파사현정은 2017년 한해 세상을 움직였고 달구었던 ‘적폐청산’이라는 이슈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사회지도층, 엘리트 집단, 기득권층의 갑질, 그런 독점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났다.
갑질하던 사람들은 정치·경제·교육·법·역사·제도·문화·도덕, 그런 기획과 실천까지 장악해버렸고, 더 나아가 세습까지 독점해버렸다. 이런 민낯들이 드러나자 국민 모두가 분노했다. 이런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 ‘파사현정’인 것이다.
사실 파사현정이라는 사자성어는 5년 전에도 선정된 바 있다. 2012년 당시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선정한 것이었다.
교수들은 “지난 4년간이 정책이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대통령과 가진 자들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공익을 실현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하도록 하는 바람 때문에 파사현정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편법·꼼수는 가고 정의가 바로 섰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이런 꼼수와 편법에 길들여 있는 정치권을 없애고 진정한 정치가 남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선정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MB 정권에 대한 실망감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 여망에 나온 말이었는데, 거꾸로 그 말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바뀌어 다시 출현하고 말았다.
한편, 신년을 맞이해 2018년 사자성어로도 여러 기관에서 발표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서는 700개사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뽑은 2018년 사자성어 호시우행(虎視牛行)을 선정했다. 호시우행은 ‘눈은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유지하면서 행동은 소처럼 부지런한 모습’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이 2018년에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도 신중하고 흔들림 없이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로는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식사도 잊고 노력함’을 의미하는 ‘발분망식(發憤忘食)’이, 세 번째는 ‘가야 할지 머물러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는 ‘거주양난(去住兩難)’이 뽑혔다.
2018년은 기업환경의 앞날을 전망하기 어려워 투자나 채용이 어려운 해라고 보고 있고, 그만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과 고정투자의 호조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장기간의 저성장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이러한 한국경제의 ‘서프라이즈’에 대해 두 가지 경계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의 호황에 의한 ‘착시’이며, 그러한 효과를 걷어내면 전반적인 경기 및 산업의 수익성 개선 정도가 크지 않아 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유사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 경제가 ‘인구 고령화’로 인해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면서 재정부담이 커지고, 저금리를 바탕으로 부채가 증가하고 자산가격이 상승했던 80년대 후반 일본과 닮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TB 투자증권은 2018년을 3R의 시대(Reduction, Recovery, Reflation)라고 명명하면서 2018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도 경기 회복과 리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2017년 글로벌 증시의 상승 랠리를 견인했던 경기 회복 모멘텀이 2018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2017년 3.6% 성장에서 2018년 3.7% 성장으로 모멘텀이 유지되는 가운데,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 회복세가 확인되는 과정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6년 선진국과 신흥국의 디커플링을 초래했던 세계교역량 감소와 저유가 기조에 대한 우려는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판단했다.
현 시점에서 주식시장 흐름을 돌이켜보면 비록 힘찬 출발은 아니었지만 이후의 흐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이었다. 국내 KOSPI 지수는 선진국 증시의 랠리에 동참하며 역사적 고점인 2500선 고지를 넘어서는 전인미답의 길을 달리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고민은 위와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는 시점에서 희망 섞인 사자성어를 꼽으라면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여 모두 의식(衣食)이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가급인족(家給人足)’을 뽑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4대 경제정책 방향은 일자리 중심 경제, 소득 주도 성장, 공정 경제, 혁신 성장 등이다.
일자리 중심 경제는 고용친화적 시스템 구축, 노동시장 제도 및 관행의 개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소득 주도 성장부문은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 사회안전망 확충, 인적자본 투자 확대 등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공정 경제에 있어서는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혁신 성장부문은 중소기업 성장동력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대외개방 및 전략적 해외진출 등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평균 3%에도 미치지 못하여 저성장 장기화 우려 확산되고 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인해 수출 주도 성장전략이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국제기구들도 소득 증대를 통한 성장전략을 권고하는 추세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제시된 새로운 미래비전을 모두 실현하기는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소득 주도 성장전략은 ‘성장 프레임’을 넘어서 ‘포용적 발전’을 위한 구조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시대적 의미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시돼야 한다.
2018년을 맞아 우리 경제가 당면한 긍정적 모멤텀들이 현실화되면서 경제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국민적 소통을 통한 이뤄낼 수 있다면 연말에는 ‘가급인족(家給人足)’이라는 사자성어가 따뜻하게 와 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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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9 15:15: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