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업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줄을 이어왔지만 정작 창업기업들의 생존율은 낮은 상황이다. 반면 해외 선진국들의 창업기업 생존율은 비교적 높아 대조를 이뤘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당국은 예전부터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적극 나서왔다. 최근 3년(2016~2018년)동안에도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통해 총 100조원에 달하는 창업기업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창업기업에 총 16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다.
시중 은행권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지속해 왔다. 창업지원금으로 신보에 65억원을 특별출연 하거나 혁신창업 대출상품 출시, 출연금 지급, 직접투자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에도 국내 창업기업의 생존율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국내 창업기업(신생기업) 생존주기(2015년 최종 기준)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7%, 3년 생존율은 39.1%, 5년 생존율은 27.5%를 기록했다. 2014년의 경우 84만2789개의 창업기업이 생겨났는데, 1년 후인 2015년엔 52만 8107개의 기업이 생존했다. 2012년의 경우엔 76만9878개의 창업기업이 생겨났지만, 3년 후인 2015년에는 30만910개의 기업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2010년엔 77만3226개의 기업이 문을 열었지만, 5년 후인 2015년엔 21만2265개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비슷한 기간 스웨덴과 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들의 창업기업 생존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OECD가 발간하는 보고서인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at a Glance)'의 통계자료를 보면 스웨덴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의 창업기업 3년 생존율은 각각 75.2%, 60.4%, 54.4%, 52.6%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의 창업기업 5년 생존율도 각각 62.6%, 50%, 52.6%, 5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규모 지원에도 국내 창업기업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금융지원이 주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존 중소기업청의 지원예산 중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비중은 85%에 달한 반면 스케일업(성장·성숙기) 지원은 15%에 불과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연구와 사례를 보면, 성장·성숙기에 대한 지원이 매우 중요하나 창업(Start-up)에 비해 지원비중이 적은 편"이라면서 "창업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생태계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스케일업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은경제연구소의 ‘해외 스타트업(start-up) 대출상품 사례연구(Venture Debt 사례)’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창업기업들에 대한 효과적인 금융지원정책 등을 살펴본다.
Venture Debt 상품 개요
Venture Debt의 개념 = 일반적으로 ‘VC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자본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대출 상품’으로 정의할 수 있다. 크게 Equipment Financing, Venture Term Loan, Working Capital Line of Credit 등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Venture Term Loan이 Venture Debt의 전형적인 유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Venture Debt의 특징 = (대출대상) VC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자본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다. 통상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은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나, 투자를 받은 직후 약 4년 동안은 부도율이 낮음에 착안하고 있다. VC 등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약 3~4년 이내의 대출을 제공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로 대출 취급 가능하다. 현재 Venture Debt는 주로 Series A에서 Series B로 넘어가는 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초기 단계일수록 VC의 후속투자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상환재원) VC 등의 자본투자 자금이다. 일반 여신심사에서 중시되는 현금흐름이나 담보가치는 스타트업이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이나, 자본투자 자금은 본격적인 수익이 발생하기 이전의 스타트업도 활용할 수 있는 상환재원이다. 후속투자를 통한 상환은 Venture Debt의 핵심요소로, 여신심사 시 후속투자 유치가능성(Likelihood of Follow-on Equity Round)이 심사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통상 VC들은 최초 투자규모 수준의 자금을 유보하고, 이를 향후 해당 기업에 대한 후속투자에 활용한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입증됐다. 이는 투자기업의 성장을 통한 수익창출뿐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로 스타트업을 육성함으로써 VC의 업계 내 평판이 제고되는 것도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성장단계) 통상 Series A~B 단계의 스타트업이다. 통상적으로 Venture Debt는 VC의 후속투자에 의한 안정적 채무상환 가능성이 높은 Series A~B 단계의 초기 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본래 Venture Debt는 초기･후기 투자단계 기업을 특별히 구분하지는 않으며, 매출 또는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후기기업 또한 자금운용 관련 높은 유연성 등의 장점 활용을 위해 Venture Debt를 이용한다.
(대출시기) 일반적으로 자본투자와 동시, 또는 자본투자 직후를 선호하고 있다. 대주(Venture Lenders, 이하 VL) 입장에서는 투자를 받은 직후가 스타트업의 부실 가능성이 가장 낮은 시기이고, 여신심사 시 VC의 실사(Due Diligence) 자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는 시점이 통상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시점(milestone)으로서, 이 시기에 보다 저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Warrant) 높은 리스크에 대한 대가로 VL은 소액의 Warrant 취득이다. Venture Debt는 전통적인 대출상품에 비해 리스크가 높아, VL은 통상 이에 대한 보상으로 창업자의 지분희석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희석률 : 1~2%)에서 소액의 Warrant를 취득하게 된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구분하지 않으나 대개 우선주를 취득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Warrant를 취득하지 않는 사례도 존재하고 있다.
Venture Debt와 VC = Venture Debt가 VC의 자본투자 자금을 상환재원으로 한다는 점에서 Venture Debt와 VC는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VC는 Venture Debt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VC는 기존 주주의 지분희석 최소화 측면에서 Venture Debt를 선호하며, 추가 투자비용을 낮추면서 기 투자한 스타트업의 안정적 성장 도모 차원에서 Venture Debt 활용에 긍정적이다. 일반적으로 VC는 부채비율 등 재무비율보다는 현금보유 규모를 중시하며, 따라서 스타트업이 Venture Debt를 활용하여 현금보유액을 늘리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VC 중에는 자신의 투자금이 타 금융기관 대출 상환재원으로 쓰이는데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존재하고 있다.
한편, VL은 VC와의 협력관계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 이는 일반 상업은행의 Venture Debt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VL의 관심은 스타트업 자체보다 기존 투자자인 VC의 후속투자에 대한 입장으로, VL은 VC와의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해당 스타트업에 대한 VC의 기 투자금액･가치평가･후속투자 예상근거 △VC가 추정하는 해당 스타트업의 적정 자본규모 △후속투자를 위해 유보하고 있는 VC 자금 및 스타트업 내 VC 이사진의 입장 △투자단계별 미집행 투자금(Dry Powder), VC 포트폴리오 내 해당 스타트업의 순위 등의 내용 등을 공유 및 심사한다. 특히, Top-tier VC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경우 기술력과 성장성이 어느 정도 입증될 뿐 아니라, 기존 및 신규 투자자에 의한 후속투자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VL이 선호되고 있다.
Venture Debt의 장단점 = 일반적인 대출 또는 투자에 비해 Venture Debt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일반 운전자본 대출에 비해 자금 조달 및 운용에 있어 높은 유연성(Flexibility)을 지니며, 투자와 비교해서는 지분희석이 작아 창업자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자본투자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 자본투자가 제품개발 등에 소요되는 자금이라면 Venture Debt는 Cash Runway(보유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를 연장해주는 역할을 한다.(보통 6~12개월)
자본투자는 후속투자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나, Venture Debt를 이용할 경우 후속투자 전까지 추가 자금 확보가 가능해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여러 성장단계에 보다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투자 이후 부족자금을 Venture Debt로 충당하는 경우 기업가치가 높아진 다음 후속투자를 추진할 수 있어 더 유리한 조건의 투자 유치 가능하다.
반면, Venture Debt는 다음과 같은 단점도 가지고 있는바, Venture Debt 이용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벤처시장의 전반적인 사이클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벤처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타이트해질 경우 스타트업과 VL의 동반부실 가능성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198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였던 Venture Debt 취급기관들은 1990년대 말 닷컴 버블로 다수가 자취를 감추게 됐다.
과도한 부채는 스타트업에게 원리금상환에 따른 현금부담을 가중시키고, 후속투자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 가장 최근 투자받은 Equity 금액의 20~30%를 Venture Debt의 적정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매월 원리금상환 규모가 영업비용의 35%를 넘지 않고, 전체 Venture Debt 규모가 기업가치의 10%를 넘지 않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출계약에 부과되는 각종 특약사항은 때때로 스타트업의 영업활동을 제약하고, 예상치 못한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예 : 과도한 예수금 구속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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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07 11:28: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