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최대 수출국 중국의 소비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국내기업의 수출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비재 수출 확대로 중간재 중심의 불균형적 구조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중국 소비시장 변화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여년간 중국의 소비시장 양적·질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한은은 중국의 소비 증가가 GDP 증가율을 웃돌았고 아직도 상당 수준의 잠재 소비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1인 가구와 20·40대를 주축으로 하는 중산층의 부상으로 소비시장의 개인화, 디지털화, 고급화 등의 질적 변화도 함께 일어났다. 한은은 향후 중국 소비시장의 양적 성장과 함께 이런 질적 특성들도 향후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향 한은 조사국 중국경제팀 조사역의 ‘중국 소비시장 변화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 내용을 통해 최근 중국의 소비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살펴본다.
중국 소비시장 현황
소비 규모 = 중국의 전체소비(최종소비지출 기준) 규모는 2017년 현재 43.5조위안으로 GDP의 52.6%를 차지하고 있다.
GDP대비 소비 비중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상승기조로 전환했다. 소비의 성장에 대한 기여율도 이와 유사한 변동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금년 3/4분기에는 기여율이 80% 수준까지 확대됐다.
다만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선진국(OECD 평균 78.4%)은 물론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국가 평균(56.6%) 보다도 소비비중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이는 GDP 대비 가계소비가 주요국에 비해 부진한데 주로 기인하고 있다.
소비구조 = 중국의 소비구조(도시지역 기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소비의 서비스화 및 선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육·문화, 교통·통신, 의료·보건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비중이 2000년 35.8%에서 2017년 45.5%로 확대됐다. 재화 소비는 음식료 등의 기초소비 부문을 중심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다만 소비자의 구매력 확충과 밀접한 내구재 소비는 증가세가 견조한 편이다. 주요 내구재 보급률이 세탁기, 냉장고 등의 경우 100%에 근접하고 있으며 자동차는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2008년 8.8% → 2017년 37.5%)
목적별로는 개인의 선호가 반영되는 선택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다양성과 차별성을 특징으로 하는 소비구조를 형성중이다. 경기상황에 따라 수요조절이 용이한 선택재 비중이 늘어나면서 소비의 경기 민감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도시별 소비증가율(소매판매 기준)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신흥도시가 전체소비 증가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2~4선 도시의 소비증가율이 최근까지도 10%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대도시의 경우 소비 증가세가 201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둔화되다 중반 이후에는 6%대에서 정체돼 있다.
품목별로는 소득이 높은 1선 도시에서는 교육·문화, 교통·통신 등의 선택재 비중이,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은 신흥도시에서는 음식료, 의류 등의 필수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분포돼 있다. 이같은 신흥도시의 소비시장 확대는 빠른 구매력 증대와 높은 소비성향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 구매력(1인당 소득×인구)의 최근 3년간 변동 추이를 보면 2~4선 도시의 증가율이 1선 도시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이는 2~4선 도시의 높은 가처분소득 증가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 2015년 대비 2017년 구매금액 증가율도 2·3선 도시는 60%대에 이르는 높은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세대별 소비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인구분포에도 지난 20년간 적지 않은 변화가 발생했다.
고령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60세 이상 인구비중이 크게 확대됐다.(1995년 10.2% → 2016년 16.7%) 또한 연령별 인구분포가 20대와 40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양봉형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20대를 정점으로 인구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여타 신흥국의 인구구조와 대비된다.
연령별 인구구조의 이같은 특성 변화는 중국의 소비시장이 세대별로 분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력 소비계층으로서 20대와 40대는 인구정책 및 경제성장면에서의 상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의 소비행태를 형성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로서 한자녀 정책의 영향을 받은 20대의 경우 디지털 익숙, 호기심, 개성추구, 여행중시 등의 특징을 지니면서 문화, 여행, 서비스 소비에 특화하여 소비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5년 대비 2017년 20대의 소비증가율은 73.2%로 30대(49.5%), 40대(37.2%)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40대의 경우는 고성장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그간 축적한 소득을 바탕으로 문화오락, 사치품 등의 주요 고객이다.
한편 60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의 확대는 의료, 보건, 요양 등 양로서비스 시장의 빠른 성장을 유도하고 있따. 중국의 양로시장은 2010~16년중 연평균 23.6% 성장하고 있다.
중국 소비행태 변화의 주요 특징
개인화 = 중국의 가구규모가 급속히 소형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1인가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6년 현재 1인가구 비중은 14.1%로 2000년(8.6%)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지역별로는 베이징, 상하이 등 1·2선 도시 지역에서 높게 분포돼 있다. 1인가구는 앞으로 확대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2025년경에는 1억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혼인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추세가 2010년대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 확대 전망의 주요 근거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이 2013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조이혼율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증가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의 2016년 1인가구 비중(14.1%)이 우리나라(27.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점도 확대속도 가속화 전망의 배경이다.
1인가구의 비중 확대는 소비활동의 ‘활성화’와 지출행태의 ‘개인화’ 현상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인가구는 소비의 주된 목적이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소비활동에 매우 적극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 1인가구의 소비규모가 4인가구의 인당 소비지출을 두 배 이상 상회함에 따라 1인가구의 비중 증가만으로도 전체 소비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품목에 대한 선호기준도 2인이상 가구와 달리 편리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소위 ‘개인화’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1인가구가 외식, 여가, 유흥 관련 소비에 지출하는 경비는 전체 소비의 8.5%로 다인가구의 6~7%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달전문 서비스(外賣)와 반려동물 시장의 주요 이용자도 1인가구가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화 =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인터넷 및 모바일기기의 보급 확대,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 20대·1인가구의 부상 등을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0% 넘게 증가하면서 현재는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의 인터넷 이용인구(2017년 7.7억명)와 모바일기기 보유인구(7.5억명) 등이 성장 기반이다. 특히 모바일기기 보급 확대의 영향으로 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된 기업 대 소비자간 거래(B2C; Business to Customers) 시장이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속성과 편리성을 지닌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 유통시장이 오프라인 거래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금년 1~9월중 전체 소매판매액의 20% 가까이가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었으며, 온라인거래의 70% 이상이 Alipay, WeChat pay 등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고 있다. 주요 구매대상에는 주력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20대·1인가구의 선호 품목인 의류, 외식, 여행 등의 품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다만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를 요구하는 화장품, 유아용품 등에 있어 서는 해외직구 시장을 통한 수입품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해외직구의 주요 대상국으로는 일본(41.1%), 미국(35.3%), 한국(32.1%) 순이다.(2018년 상반기 기준, 구매지 중복선택 포함, iResearch)
한편 최근에는 유수의 온라인 유통기업들이 기존 매장형 유통업체와의 적극적 제휴를 통해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새로운 유형의 소비시장(New Retail)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전체 소비의 약 80%(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부동산가격 상승, 경쟁 과열,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다.
대표적 온라인 유통기업인 알리바바는 약 50만개의 지역 마트를 온·오프라인 결합 플랫폼인 링쇼우통 생태계로 편입했다.(2017.9월) 온라인 기업은 오프라인 소비자들에게 제품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체험을 통해 구매여부를 결정한 뒤 온라인으로 구매·결제하는 방식이다.
고급화 = 중국은 주력 소비계층인 중산층 비중이 소득 증가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노동소득분배율 상승의 영향으로 1인당 가처분소득의 증가 속도가 성장률을 기조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2017년중 GDP는 6.9% 성장한 반면 도시가계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이 보다 높은 8.3% 증가하고 있다. 소득증가에 힘입어 중국의 중산층 비중이 지난해 37%로 확대되었으며 2025년에는 50%에 이를 전망이다.(중국사회과학원, 2018.1월)
특히 1세대 중산층으로 가장 많은 인구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40~50대 초반 세대가 중산층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은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출생하여 고도성장기중 상당한 구매력을 축적한 1세대(上一代)와 1980년대 한자녀로 출생하여 선진화된 소비행태를 보이는 2세대(下一代)로 구분된다.
중국의 중산층 확대로 가계의 소비트렌드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고급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Mckinsey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절반가량이 주어진 예산하에서 가능하면 가장 비싸고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응답했다.(2016.3월)
2016년 전세계 사치품 시장의 1/3 가량을 중국인이 점유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점유율이 4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Mckinsey, 2017.8월) 2030년에는 중국의 중산층(연소득 4,015~40,150달러) 소비 규모가 전세계 소비의 22%에 이르면서 미국(7%)을 크게 앞설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Brookings Institute, 2017.2월)
자족화 = 그간의 품질 개선 및 경쟁력 제고 노력 등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산 제품 신뢰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국산 제품에 대해 만족 이상을 응답한 중국 소비자의 비중이 2018년 80%로 대다수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자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량을 늘렸다는 응답자 비중도 2016년 61.0%에서 2018년 75.8%로 증가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인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WeChat), 샤오미 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했다.
다만 선호도가 높은 중국산 제품에는 신선식품, 생필품 등의 기초 소비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과 화장품 등 고품질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아직도 낮은 수준으로 수입품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2017년중 중국내 알리바바 플랫폼(taobao, Tmall 등)에서 판매된 제품의 중국산 점유율 평균은 71%이나 화장품, 디지털가전, 스포츠용품 등은 60%를 하회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을 근간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산 제품을 앞으로 다수 개발하여 적지 않은 분야에서 수입품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 성공사례로 몇년전만 하더라도 미미했던 중국산 휴대폰 점유율이 지난해 3/4분기 70%까지 상승했다.
종합평가 및 시사점
최근 10여년 동안 중국의 소비시장은 거래규모, 핵심 주체, 지출 구성 등 소비시장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GDP를 상회하는 큰 폭의 소비 증가를 바탕으로 중국의 소비시장은 글로벌 2위 규모로 성장하였으며 아직 상당한 수준의 잠재적 소비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GDP 대비 소비 비중이 향후 소비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반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1인가구와 40대 및 20대를 주축으로 하는 중산층 부상은 소비시장의 개인화, 디지털화, 고급화 등으로 대표되는 질적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전망기관의 예상대로 중국 중산층 소비시장이 향후 10년내 전세계 소비시장의 1/5을 점유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경우 이같은 질적 특성들이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Brookings Institute는 전세계 소비시장에서 중국의 중산층 소비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6%, 2030년 2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017.2월)
세계적 소비지출국으로서 중국의 부상이 우리에게 기회로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면밀한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교역구조 측면에서는 중간재 중심의 불균형적 구조를 소비재 수출확대 등을 통하여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 수입품중 한국산 소비재 비중은 최근 2년간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5.7%로 부진이 심화됐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시장 개척을 위한 시장조사 및 정보공유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현지 투자기업의 경영애로 해소를 위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역별, 세대별로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중국의 소비시장을 특성별로 공략하는 맞춤형 전략에도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지역별로는 포화상태의 1선 도시 이외에 2·3선 도시 및 내륙 소비시장에 진출하는 소위 ‘차이나 플러스 차이나(China+China)’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중국 이외에 동남아 등을 생산기지 및 소비시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과 같이, 포화상태인 1선 도시 진출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하여 2선 이하의 도시들을 새로운 시장으로 발굴·개척해야 한다.
세대별로는 K-pop, 게임 등 중국의 젊은 세대를 위한 문화컨텐츠 서비스와 실버세대의 수요 충족을 위한 관광, 의료분야를 대상으로 우호적,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상품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디지털경제 확산에 대응하여서는 결제시스템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강화한 온라인플랫폼의 개발과 함께 신속한 배송체계의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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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5 15:51: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