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보험회사의 국채투자를 촉진하고, 국채투자 증가는 다시 금리를 하락시키는 ‘금리의 정(+)의 피드백’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보험회사의 자본관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학계, 감독자 및 실무자들은 금리변화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측면만을 고려해왔으나 이러한 측면뿐만 아니라 보험회사의 채권투자가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국채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금리가 추가 하락함으로써 보험회사 는 금리의 정의 피드백(Positive Feedback)에 직면하게 된다. 국채 수요곡선의 기울기가 우상향하는 비정상적인 경우인데, 국채가격이 상승(또는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회사의 국채수요량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금리의 정(+)의 피드백 형성은 보험회사의 자본관리를 더욱 어렵게 함 - 저금리 지속은 듀레이션 갭 확대를 가속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국내 금리는 모든 만기에 걸쳐 하락하고 있는데, 특히 장기금리 하락폭이 보다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만기 10년 국채금리는 2008년 12월 기준 4.87%에서 2019년 3월 중 1.95%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리기간구조는 2008년 12월 말에는 만기가 길수록 국채금리가 높아지는 우상향(Upward-sloping)의 기울기를 보였으나, 2019년 3월 말에는 모든 만기에 걸쳐 사실상 평탄한 (Flattening) 기울기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 말 국채금리는 만기 1년 3.26%, 만기 20년 4.6%를 갖는 우상향 기울기를 보인 반면 최근 2019년 3월 말 국채금리는 만기 1년 1.72%, 만기 20년 1.86%를 보여주는 평탄한 기울기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금리기간구조는 중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가 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기 10년과 만기 3년 국채금리 간의 기간스프레드(Term Premium)도 2009년 말 146bp이었으나 최근에는 20bp 이내로 급락했다. 장기금리 구간의 경우 금리 역전현상도 나타나는데, 만기 50년 국채금리가 만기 20년과 만기 30년 국채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국채 시장에서 보험회사의 역할
최근 국채시장에서 보험회사의 국채 수요증대가 금리기간구조(Term Structure of Interest Rates) 3) 의 수준 및 형태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금리기간구조는 기초경제여건(Economic Fundamentals), 즉 통화정책의 경로, 경제성장률 및 기대인플레이션, 위험선호 증대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경제여건 변화가 금리기간구조의 하락 및 평탄화라는 특징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실질 경제성장률 및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은 금리기간구조를 수평적으로 하향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으나, 장기금리 하락폭이 단기금리보다 심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유동성이 높은 만기 10년 미만 국채금리에 반영되므로 만기 10년 이상 장기금리의 행태를 기술하기는 어렵다. 이 뿐만 아니라 국채금리 하락은 국채시장에서 보험회사의 장기국채 투자 증가와 관련이 있다.
장기국채 수요증가 원인 = 보험회사의 장기국채 수요증대는 다른 금융권 대비 보험권의 높은 성장, 즉 보험부채 증가에 따른 자산 확대에 기인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전체 자산규모는 2008년 말 354조 7천억 원에서 2018년 말 1,155조 원으로 증가했으며, 약 13%의 높은 연평균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말 보험회사의 총자산 규모는 GDP 대비 35.5%를 차지하였으나, 2011년과 2012년 이후 크게 증가하면서 2018년 말에 GDP 대비 64.8%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증가로 인해 보험회사의 국채보유 규모는 2008년 말 현재 80조 원에서 2018년 3분기 말 현재 253 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동 기간 동안 보험회사의 국채보유비중은 GDP 대비 7.3%에서 14.2%로 높아졌다. 또한 보험회사는 2017년 말 보유금액 기준으로 국채시장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가 또는 금융법인이다.
국채 투자자는 보험, 증권, 은행, 연기금 등 금융법인, 일반 정부, 비금융법인, 가계, 외국인 투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금융법인이 66.2%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이는 보험회사의 국채 보유비중 확대에 기인하고 있다. 다음으로 외국인투자자, 일반 정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이다.
이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의 국채 수요 증가는 지급여력제도 강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현행 지급여력제도(RBC)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강화 조치로 보험회사는 자산부채종합관리(Asset Liability Management, 이하, ‘ALM’)의 관점에서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ALM 관점에서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의 갭이 커짐에 따라 보험회사의 채권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증적 결과 = 금리변화와 보험회사의 국채보유 간에 시계열 실증기법을 적용한 결과, 금리의 정(+)의 피드백 현상의 존재가 규명된다.
금리의 정의 피드백 현상은 보험회사의 국채보유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금리가 하락할 뿐 아니라 장기금 리가 하락하면 국채투자 또한 증가한다는 것이다. 보험회사가 국채보유를 확대하면 일정기간 후에 금리가 하락하며 또한 금리가 하락하면 일정기간 이후에 보험회사의 국채보유가 늘어나고 있다.
2008년 1/4분기~2018년 4/4분기 동안의 ‘만기 10년 국채금리’와 ‘GDP 대비 보험회사의 국채보유 비 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변수들 간에 불안정성(Non-Stationarity)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변수를 각각 차분해 안정적인(Stationary) 시계열로 변환한 후에 분석한 결과, 그랜저 인과관계(Granger Causality)가 양방향으로 존재하고 양방향 음(-)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 기간 동안 금리기간 스프레드와 보험회사의 채권보유 간의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동 기간 동안 금리기간 스프레드와 보험회사의 채권보유 간의 선형관계를 나타내는 상관계수는 – 0.67로 나타났다. 금리기간 스프레드는 10년 국채금리로부터 3년 국채금리를 차감한 값으로 정의한다. 이는 보험회사의 채권보유 규모가 확대될수록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되거나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보험회사의 채권보유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정의 금리 피드백이 보험회사의 자본관리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금리의 정(+)의 피드백은 음(-)의 듀레이션 갭을 갖고 있는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향후 보험부채를 시가기준으로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내 (생명)보험회사의 듀레이션 갭(Duration Gap)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듀레이션 갭은 자산 듀레이션에서 레버리지에 부채 듀레이션을 곱한 값을 차감한 값이다. 음의 듀레이션 갭을 갖는 상태에서 금리가 하락할 경우 듀레이션 갭이 더욱 확대되는데, 이는 보험부채 듀레이션의 증가가 자산 듀레이션의 감소보다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금리 하락에 따른 듀레이션 갭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 국채 수요를 늘리고 이는 다시 국채 금리를 하락시켜 금리 하락의 오버슈팅(Overshooting)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는 현행 RBC제도에서는 보험회사의 듀레이션 갭은 관리 가능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으로 요구자본 산출 방식이 보험부채 실제 현금흐름의 만기확대, 시장금리에 기반을 둔 할인율 적용, 금리충격 시나리오 방식 도입 등으로 강화되는데, 이는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확대할 수 있다.
첫째, 보험부채 현금흐름의 실제 만기를 적용하면 보험부채의 금리노출액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둘째, 보험부채의 할인율은 저금리기조 지속과 신지급여력제도하에서 적용되는 장기선도금리(Ultimate Forward Rate, 이하, ‘UFR’)의 하향조정 가능성으로 현재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신지급여력제도하에서 금리위험은 금리충격 시나리오 방식에 의해 산출되어 현행 위험계수방식을 적용하는 RBC 방법에 비해 보다 높은 요구자본이 요구된다.
신지급여력제도에서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보유한 보험계약자의 해약 유인을 제한하여 해약률 이 감소할 수 있는데, 이는 듀레이션 갭을 추가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어 보험회사는 저금리함정에 빠질 수 있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생명보험회사의 평균 듀레이션 갭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하락 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해약률이 금리 하락 이전보다 낮아짐으로써 보험부채의 예상 현금지 급액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금리 하락 시 수시 입출금이 허용된 유니버설 보험 계약자들 가운데 높은 최저 보증이율이 적용되는 유니버설 보험 계약자의 추가 보험료 납부 증가로 보험부채 금액이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보험회사는 듀레이션 갭의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국채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다시 금리 가 하락하는 악순환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장기국채 발행비중 확대는 보험회사의 금리 딜레마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채권수요에 비해 공급 규모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12월 기획재정부는 올해 2월부터 국고 50년물을 격월로 연 6회(회당 5천억 원 내외, 연 3조원) 정례 발행하기로 했으며, 필요시 분기 말에 2회(3, 9월) 추가 발행할 것임을 발표했다.
금리 딜레마 해결 방안 평가 및 시사점
최근 보험회사는 금리 딜레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안으로 보장성 보험 비중 확대, 파생금융상품, 해외투자 또는 대체투자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점이 있다.
저금리에 따른 저축성 보험계약의 가격인상과 수익성 저하로 보험회사는 보장성 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나 이러한 상품재구성이 지속가능한 수익원으로 연결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파생금융상품 활용의 경우 상품을 공급하는 은행 또는 투자금융회사도 파생상품 매각에 따른 위험 헤징 을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데, 이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보험회사는 금리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현물 국채를 매입하는 대신에 금리스왑 또는 장기선도환 등의 파생금융상품을 은행 또는 투자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파생금융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은행 및 투자금융회사는 국채 현물 또는 선물을 매입할 수밖에 없으므로 국채금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해외투자 확대는 보험회사의 국채수요를 줄여 금리 딜레마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환헤징 부담, 롤오버 위험 또는 환위험의 존재로 한계가 있다.
해외 장기채 매입은 완전 헤징을 하는 경우에도 환헤징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며, 특히 장기일수록 높은 환헤징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단기 환헤징을 시도할 수 있으나 이는 환헤징을 하는 시점에서 금리변동성에 노출되 어 금리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우량 회사채 또는 대체투자의 비중 확대를 고려할 수 있으나 우량회사채 투자의 경우 국내 우량 회사채시장 규모가 작고, 대체투자의 경우 높은 위험계수가 적용됨을 고려해 볼 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량 회사채의 경우 국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고 유동성도 높지 않아 듀레이션을 확대하기 위한 대안투자로서는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대체투자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어 듀레이션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높은 위험계수를 갖고 있어 또 다른 요구자본이 확대될 수 있다. 투자부동산은 타 자산에 비해 9%의 높은 위험계수(투자부동산 제외 6%)를 적용한다.
이처럼 보험회사는 현재의 금융환경에서 금리 딜레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제시한 방안들은 보험회사가 금리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감독당국은 보험회사의 국채투자 증가가 국채금리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에 대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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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