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무역규제에 대응해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지극히 정당한 대응이라는 관점과 감정적 대응이라는 관점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계․학계․정치권 등 각계각층에서는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각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대응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태를 파악함에 있어 벌어지는 현상에 근거해 추측할 뿐 명확한 인간의 속내를 어찌 알겠는가? 그 속내를 알 수 있다고 해도 단기간에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을 수 없을뿐더러, 정작 아베의 속내를 간파하지 못한 입장이라면 대응책도 추측에 근거하기 때문에 내세우는 논리 역시 빈약할 수밖에 없으며, 말잔치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국민들이 대응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경제적 논리를 떠나 정의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이해득실을 떠나서 일본의 정당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는 인간사회의 가치체계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우위에 있다. 그래서 ‘정의는 항상 승리한다’는 말도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몰아세우는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다. 또한 구체적 논리도 없이 무작정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구한말 한일병합론을 주장했던 당시의 기시감마저 들게 한다.
이성을 중시하는 사람들, 특히 엘리트 계층은 이성은 인간적인 것이고 감성은 동물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고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모름지기 동물적인 충동에서 벗어나서 이성에 따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철학적 사고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과 다름없이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고 욕구가 발동하면 마음속에 긴장을 일으키게 되며, 이에 따라 감정이 발동하게 된다. 또한 납득할만한 어떤 결말을 찾아야만 감정의 평화를 얻을 수 있으며, 감정이 안정되어야 이성도 작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과학에서는 이성과 감성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심리적 실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상호 영향을 주며, 상호 견제하면서 지지를 받음으로서 향상되는 존재다.
감정은 이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지만 그동안 감정을 억제하는 측면을 강조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감정도 스스로 조정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성적 작용의 일부라 할 수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이성보다 더 우위에 있는 세계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직관이라는 개념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직관은 분명 이성의 개념에서 벗어난 별도의 판단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감정을 내세워 섣부른 판단을 함으로써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주장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매몰돼 있거나 정치적 수사를 앞세운 논거일 뿐이다.
거듭 강조하는 의미에서 시적 비유를 들어 표현하자면 민중은, 국민들은 항상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존재다.
정의를 믿고, 국민들의 직관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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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20 10:4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