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정권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무역갈등에 대해 그동안 팔짱을 끼고 방관적 태도를 취했던 미국이 중재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31일 아사히신문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는 수출규제 강화 ‘제2탄’을 진행하지 않을 것, 한국에는 압류한 일본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각각 촉구하고 3국이 수출규제에 관한 협의의 틀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알려진 상황만 놓고 보면 우리에게 다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움직임을 봐가며 대응을 할 수 있다.
반면, 일본 아베는 즉시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까지 가장 긴 하루를 보내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외교적 접점을 찾기 위해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일본이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미국의 중재안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땅한 퇴로도 찾지 못하고 있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어쨌든 이번 미국의 한일간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 합의 촉구는 우리 정부 외교전의 결과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적 협상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일본이지만 ‘중재 카드’를 꺼내 든 상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일본도 더 이상 ‘버티기 모드’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최근 아베의 여러 행태를 지켜보면 사고방식 기저에 한국을 아직도 일본의 속국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같은 행태를 갖게 된 것은 우리에게도 본명 잘못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일병합조약을 앞두고 우리나라 지배계층은 일본보다 한 수 아래이기 때문에 나중에 힘을 길러 대항하자며 일본의 의도에 순순히 굴복하면서 일본이 제시하는 대로 따라 하는데 급급했다.
해방 이후 박정희 정권 역시 1965년 굴욕적인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으면서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박정희 정권은 뒤로는 비밀리에 일본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으면서 개인적 치부와 정권연장에 급급했던 저급한 행위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밝혀졌다. 박근혜 정권하에서의 굴욕적인 위안부 관련 합의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국운이 걸린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정치적 야망이나 개인의 치부를 위해 굴욕적인 외교를 한 지배계층과 이에 동조한 엘리트계층이 있었던 것이다. 이같이 지배계층에 의해 뿌리내린 식민사관에 젖은, 열등감으로 가득찬 의식은 현재까지도 남아 있다.
우리는 언제나 세계열강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고, 우리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해 왔다. 하지만 세계 11위의 경제력ㆍ세계 7위의 군사력ㆍ여기에 덧붙여 촛불혁명을 통한 정권교체, 이게 바로 현재 대한민국의 객관적인 평가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촛불혁명 이후 열등감에서 벗어나 대단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촛불혁명 당시 대중매체를 통해 대한민국을 바라본 세계는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무한한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다. 더욱이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일본과의 싸움에서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한다는 신념에 찬 굳은 의지도 강하다.
외교적으로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는 경제적 실리를 떠나서 끝까지 맞서야 하고, 적당히 얼버무릴 사안도 아니라는 생각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참에 그동안 청산하지 못한 친일반민족 세력을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토착왜구까지도 깡그리 쓸어내야 한다는 다소 감정 섞인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보수는 애국ㆍ진보는 반일’이라는 식의 이분법으로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게 바로 냉전적ㆍ수구적 사고방식이다.
이젠 식민사관이 지배한 민족적 열등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통해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민족적 자존감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4-26 16:07: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