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대출이 30~40대를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이들이 가계부채 전체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가계 원리금 상환에 따른 자금운용 행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하나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 가운데 30~40대 비중은 61%로 2015년 12월 말의 58%보다 3% 포인트 늘었다. 또 30~40대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부채보유 비중도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30대의 부채보유가구 비중은 75.3%에 달했다. 40대는 76.0%였다. 30대 미만 가구의 부채보유비중도 2014년 51.8%에서 57.0%로 상승했다. 미래소득이 높은 30~40대는 미리 빚을 내 집을 구입한 다음, 대부분의 현재 소득을 원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40대는 주택구매를 위한 대출상환에 모든 소득을 다 사용하는 만큼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중반 1000만원 중반대이던 30~40대 가구의 순금융자산은 지난해 마이너스 1000만원까지 떨어졌다. 30~40대가 은행 대출을 받아 비싼 가격의 집을 구매해 가처분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과 생활비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원리금분할상환 유도 과정에서 가계 자금운용 규모가 감소하고 자산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채 감축에 따른 가계 수신 감소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가계 원리금 상환에 따른 자금운용 행태 점검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가계 과다 부채와 부채 감축 - 주요국 사례와 비교
국내 가계부채는 부채 비율, 상환 부담 측면에서 모두 과다 부채 위험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가계 레버리징 속도는 OECD국 중 가장 가파르다.
가계 부채 감축은 소비와 저축, 자산배분 구성에 변화를 야기시킨다. 가계 부채 감축은 경제 충격, 초고령화 진행, 정부 정책 등과 함께 진행된다. 주요국 사례에서 볼 때 디레버리징시 가계 저축률이 상승하고 소비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경제 성장(가계 소득 증가)이 뒷받침되지 않는 디레버리징이 진행되는 경우 현예금 중심의 자금운용 축소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는 가계 부채 감축시 처분가능한 금융자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높은 실물자산 선호로 가계 순자산에서 실물자산 비중은 OECD국 중 최상위인 반면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급격한 디레버리징 진행시 자산가격 하락과 소비 부진이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가구별 부채 보유 현황
국내 가구별 부채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14~’19년 중 부채보유가구 비중은 감소했으나 부채보유가구 평균 부채 규모는 증가했다.
소득분위별 부채 보유 특징을 살펴보면 기간 중 부채 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한 계층은 고소득층이다.(소득 4~5분위) 특히 이들의 순자산 규모는 가장 큰 폭 증가했으나 순금융자산 감소폭도 가장 커 부채를 활용한 실물자산 획득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연령별 부채 보유 특징을 살펴보면 기간 중 30~40대의 부채가 가장 큰 폭 증가, 재무 비율도 가장 빠르게 악화됐다. 특히 30~40대는 원금 상환으로 저축 여력이 없고 순금융자산도 마이너스 수준이다. 고령층은 부채 보유자와 미보유자 간 보유 자산 규모, 상환 능력 등에서 양극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별 부채 보유 특징을 보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으며, 이는 고령층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비은행 및 만기 일시 대출 비중이 높아 DSR 규제 강화 과정에서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부채상환가구와 과다차입가구 특징
부채 상환 역시 상환능력이 있는 가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득과 자산 규모, 종사자 지위 측면에서 원금 상환 가구가 보다 양호한 편이다.
가계 상환 부담과 자금운용 관련 서베이 결과, 가계가 부담을 느끼는 경상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은 20%, 원리금 상환 가구의 76%가 소비와 저축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부채 상환으로 인한 소비 감소는 30대에서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또한 ’17년 대비 ’18년 금융자산이 감소한 가구는 증가 가구 대비 부채 비율이 취약했다.
DTI와 DSR, ΔDSR 수준별 가구 특징을 살펴보면 부채 및 상환 비율이 가장 높은 가구 그룹군(DTI 500% 초과, DSR 45% 초과, ΔDSR 40%p 초과)의 경우 보유 자산 규모가 크고 금융자산 증가율도 양호한 편이다. 오히려 과다 부채 차상위 계층(DTI 400~500%, DSR 30~45%, ΔDSR 20~40%p)이 보유 자산 규모나 금융자산 증가율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상환가구의 자금운용 행태 분석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15년말과 ’19.6월말 대비 차입 차주의 여수신 변화를 점검해본 결과, 여신 구성의 변화는 주담대 중심의 대출 규제 강화로 보증서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신이 작을수록 전세자금대출 비중 확대가 진행된 반면, 평균 수신이 클수록 기타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급감하고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확대됐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 지역의 개인 차주 DSR이 가장 높고, DSR 증가 속도도 가장 빨랐다. 기간 중 30대 이하 차주의 주담대 고객이 가장 큰 폭 증가(고객 수 기준)했으며, 중위 소득 이상 가구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했다.
DSR 그룹군 별 자산 운용 행태를 살펴보면 DSR이 낮은 차주는 평균 수신 잔액이 증가하고, 높은 차주의 경우 수신 잔액이 감소. 이는 순수 가계보다 개인사업자에서 수신 변화 격차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DSR이 낮은 차주 그룹군은 예금부터 수익성이 높은 상품까지 다양하게 보유하며 금융 자산을 늘리고 있으나, DSR이 높은 차주의 경우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DSR이 40% 이상인 차주의 경우 정기예금과 저축성 보험 수신 감소가 커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만기 이전 금융상품 해지가 일부 진행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DSR 증감에 따른 차주 수신 특징은 DSR이 크게 감소한 그룹(40% 이상)의 수신 증가율이 가장 높고 DSR 증가 차상위층 (20~40%p)의 수신 증가율이 가장 낮아 시장 데이터와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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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9 15:15: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