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투자, 책임투자 일환으로 금융투자 유관기관들이 ESG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비재무적 지표인 ESG가 실제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 투자시장에서도 ESG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SG는 기업의 환경(E), 사회적책임(S), 지배구조(G)를 뜻한다.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이를 투자에 활용하는 책임투자(RI)가 서구권에서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보통 투자 판단 지표는 매출, 이익 등 재무상 데이터가 바탕이 된다. 하지만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나 정경유착 등 돌발 변수가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ESG를 투자 데이터 중 하나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ESG가 우수한 기업이 투자 시장에서 선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 최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SG 투자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투자자 관심 증대, 관련 규제 강화, 우수한 투자성과로 인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ESG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아직 ESG 투자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 중이지만 향후 관련 시장의 확대 가능성과 국제적 흐름을 감안하여 선제적으로 ESG 투자 정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SG 투자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글로벌 ESG 투자 현황 및 배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ESG 투자가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SG 투자란 투자의사결정 시 대상 기업의 재무적 성과 외에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영향(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사회적 책임 투자(responsible investment), 지속가능 투자(sustainable investment)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2018년 전세계의 ESG 투자 규모는 30조 달러에 달하며, Bank of America는 향후 20년 간 ESG 펀드에 20조 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ESG 투자는 2016~2018년 간 연평균 15.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유럽과 미국이 전체 운용자산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지역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ESG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기업과 운용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우수한 투자성과 또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투자 시 수익보다 개인적 가치나 사회적 이익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ESG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확대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86%는 시장평균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ESG를 추구하는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며, 75%는 자신들의 투자 행태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대에 걸쳐 75%의 투자자가 ESG 투자에 관심을 표명하였고 80%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ESG 투자를 실행하겠다고 응답했다.
UN SDGs 2030, 파리협약 등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기구 결의 이후 각국에서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ESG 관련 공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운용사·투자자에게는 투자의사 결정 시 ESG 이슈를 고려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TCFD,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EU의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등은 기업의 ESG 요소와 관련된 주요 리스크와 영향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운용사는 기업의 ESG 실태를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용이해졌다.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 연금 투자 시 ESG 요소 고려, 관련 내용 공시,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를 규정하고 있으며 EU 집행위원회는 자산운용사대상의 규제안을 검토 중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업과 운용사·투자자를 대상으로 2018년 신규 도입된 ESG 관련 규제는 170여건에 달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들에서 ESG 투자가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통제할 뿐 아니라 수익률 측면에서도 시장의 성과와 유사하거나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펀드의 65%가 각 유형별 수익률 상위 50%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형주 ESG 펀드의 48%가 S&P500의 수익률을 상회하고 있다. Morgan Stanley의 분석에 따르면, ESG 펀드는 특히 경기하강기에 일반 펀드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였으며 다수의 연구 결과5)에서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일수록 주가 수익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SG 투자 사례
규제기관과 투자자들의 요구가 증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전 검토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운용과정에 걸쳐 ESG 투자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웹사이트에 공시하고 있다.
[운용프로세스에 적극 활용] Credit Suisse Asset Management(CS AM)는 ESG 펀드 뿐 아니라 일반 펀드에 대해서도 재무정보와 함께 ESG 요소를 반영하여 투자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전담 조직을 설치했다.
투자 대상 설정 시 ESG 기준을 적용하여 미충족 기업을 후보군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투자 의사결정이나 포트폴리오 설정, 종목 편입 후 관리 시 ESG 관련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분석하여 활용하고 있다.
주식, 채권, 부동산자산 등 자산종류별로 지속가능 기준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이를 전체 액티브 펀드로 확장할 계획이다. 사업모델의 지속가능성이 입증되지 않거나 수익의 주 원천이 석탄, 무기개발, 담배 제조 관련인 기업, 지속가능성 기준에 위배되는 국가 등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동산 펀드 운용 시에는 2009년 개발한 녹색 건물 인증(greenproperty seal)과 기타 국제 인증 여부, 에너지 효율성, 탄소배출량을 고려하여 투자대상을 선정하고 운영 기간 중에는 환경 요소를 최적화하여 관리한다. MSCI 등 외부 데이터 제공업체로부터 ESG 관련 정보를 입수하여 내부 검증과정을 거쳐 재무정보에 대한 보완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7년 CEO에게 직보하는 IFA(Impact Advisory and Finance) 부서를 설립하였고 2018년에는 통합적인 ESG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ESG팀을 신설했다.
IFA 부서는 자사와 기관투자자들을 위해 수익성과 사회·환경적 영향력을 겸비한 프로젝트 발굴 업무를 수행한다. ESG팀은 ESG 체계 마련, 내·외부 ESG 데이터·시스템 관리, 기관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담당한다.
[공시와 정보 제공] Schroders는 운용사 내부의 ESG 투자 활동을 분기별로 공시하고 있으며 DWS와 CS AM은 운용보고서에 각 펀드의 ESG 성과를 포함하여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Schroders는 매 분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여 ESG 투자 프레임워크와 기간 내 수행한 ESG 투자 내용을 상세히 공시하고 있다. ESG 주요 정책 방향, 자산군별 ESG 요소 반영 방법, 기업의 ESG 요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를 계량화하는 자사 모델(SustainEx), ESG 관련 이슈, 투자 기업별 주 권한 행사 내역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DWS는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준수 현황을 평가하기 위해 eKPI(ESG Key Performance Indicators)를 설정하여 기관투자자 대상의 맞춤형 운용보고서에 포함하고 있으며 소매 고객 대상으로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CS AM은 각 펀드의 ESG rating, ESG 속성, ESG 테마별 점수, 상위 비중의 투자 기업과 관련된 ESG 이슈 등 ESG 성과 지표 실적을 월별로 발표하고 있다.
[능동적인 주주권 행사] BNP Paribas Asset Management는 경영참여가 투자자를 대리한 운용사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인식 하에서 기업의 경영 뿐 아니라 공공정책의 입안 과정에도 스튜어드십 전략을 수립하여 적극 참여하고 있다.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주총 의제 대리 투표, 경영참여,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정한 스튜어드십 정책과 투표 시 찬반의 상세한 기준을 정의한 Governance and Voting Policy를 제정·운영하고 있다. 대리 투표는 외부 전문 컨설팅 업체의 정보와 사내 Proxy Voting Committee,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의견을 참고하여 Sustainability Centre에서 실행하며 매년 투표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
2019년 9월에는 입법·규제기관을 상대로 한 ESG 이슈 관련 공개 제안, 전문가로서 정책입안 과정에 참여, 정책에 대한 연구보고서와 의견 제시 등 행동방안을 포함한 Public Policy Stewardship Strategy를 발표하여 스튜어드십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의 ESG 투자 현황
국내의 ESG 투자는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ESG를 테마로 한 펀드 운용자산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운용중인 ESG 펀드의 AuM은 2019년말 9,433억원이며 이중 ETF는 7종목, 시가총액은 693억원으로 전체 펀드 규모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ESG 펀드는 2017년 말 이후 13개 종목이 신규 설정되며 연평균 5.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2019년 말 기준으로 전체 주식형 펀드 중 1.1%로 낮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ESG ETF는 2018년 AuM이 852억까지 증가하였으나 2019년 1개 종목이 추가 상장되었음에도 AuM이 18.7% 감소하였고 전체 주식 ETF에서의 비중은 0.2%에 그쳤다. ESG 펀드의 AuM 가중평균 수익률은 3개월 5.4%, 1년 9.9%로 코스피(3개월 1.1%, 1년 6.3%), 코스피200(3개월 4.3%, 1년 7.1%) 등의 시장 지수를 상회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ESG 테마 펀드 출시 외에는 아직 운용 프로세스에 종합적으로 ESG 요소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자산운용사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적극적인 ESG 투자를 수행하는 데는 미흡한 편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등 일부 소형운용사들이 ESG 투자 정책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UN의 PRI(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참여하는 자산운용사는 하이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2개사에 불과하다.
2016년 12월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된 이후 2020년 1월말 현재 42개 자산운용사가 참여7)하여 참여율은 15.3%에 불과한 실정이다.
ESG 관련 공시가 늘어나고 대형 연기금들이 ESG 투자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향후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는 2019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였고 향후 환경과 사회책임에 대한 공시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 11월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고 기타 연기금도 ESG 투자 운용 규모를 확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향후 ESG 투자 대상 자산군을 전체 자산으로 확대하고 운용사 선정 시 책임투자 요소를 포함하여 평가하며 운용보고서나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에 ESG 투자 관련 요소를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학연금은 2022년까지 ESG 투자를 3,600억원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며 공무원연금은 운용사 선정 시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사점
ESG 투자가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중장기적 수익성을 제고할 뿐 아니라 국제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이 확산되고 관련 규제가 정비되면서 자산운용업계의 주요 이슈로 대두될 전망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인식하고 관련 시장 확대에 대비하여 ESG 투자 원칙과 정책을 수립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ESG 요소를 통합하여 자산을 운용·관리하고 운용사와 펀드의 ESG 투자 내역을 공시하며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등 종합적인 ESG 투자 프레임워크 수립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03 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