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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독 등 비해 재정투입 규모·인식 차이 커
등록일 [ 2020년04월23일 11시20분 ]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서류가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소득이 후퇴한다는 의미로, 소득 기준으로 소비를 한다고 했을 때 빚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3월 이후 세계 각국으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대응한 경기부양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진보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세금 감면 같은 간접적 방식보다 정부가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면서 재난기본소득을 통한 보상을 지지했다.


보수주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역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헬리콥터 드롭’(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에 뿌리는 것)은 이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부양책의 상징적 이미지가 됐다.


한국경제연구원도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1930년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공황은 경제적 충격이었기 때문에 경제적 해법이 가능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으로 인해 경제생태계, 즉 경제주체들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응책도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앞 다퉈 경기부양을 위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21일 미국 상원은 코로나19 대응 추가 예산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예산 지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4번째 대규모 경기부양책이다.


앞서 미 의회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지원 법안을 3차례 통과시켰다. 규모로는 네번째로 마련된 법안이 지난달 말 통과된 법안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지원했거나 지원할 예산은 총 3조 달러(약 3,693조원)에 육박한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등 각종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독일의 경우 GDP 대비 30%의 재원 투입을 결정했으며, 일본도 GDP 대비 10% 정도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와 비슷한 수준을 산정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가 1,844조 4,899억 원임을 감안했을 때 독일처럼 30%의 재원을 투입한다면 553조 3,469억 원이 되고, 미국·일본과 같은 수준인 10%만 투입해도 185조 원 가까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지원금 대상 문제를 놓고도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간에 팽팽한 기 싸움을 벌여 왔다.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공언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 유지, 별도 추경 편성에 대한 대비 등을 이유로 줄곧 하위 70% 대상 지급안을 견지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해 발생하는 재정 부담은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간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평행선을 달려온 당정이 일단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당과 기재부가 팽팽히 맞서 왔던 ‘전국민 지급’에 대한 절충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를 하면서 가까스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기조와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같은 관점을 지향해 왔지만 문제는 그동안 기획재정부의 반대 기류가 강했다는 점이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가장 먼저 주장한 김경수 경남지사는 “정부가 빚을 지지 않으면 개인이 그 빚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경제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중 어느 쪽이든 빚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빚을 어느 쪽이 감당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 셈이다.


이와 관련, tbs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보다 선진국 중 가장 양호한 편인 정부 부채를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며 “어차피 정부 부채도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한국은행의 통화 발행량은 GDP 대비 10% 수준”이라며 “일본이 110% 정도, 미국도 20%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은 정부와 중앙은행(한국은행)”이라고 주장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선진국의 부채는 GDP 대비 평균 109.1%인 반면, 한국의 경우 37.9%를 기록했다. 반면, 가계부채의 경우 선진국 평균이 72%인데 반해, 한국은 94%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부채에 비해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이런 경향은 G20국가를 비교해도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번 여당과 정부간 기 싸움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정부 관료들의 집단적 기득권 논리가 작동하면서 ‘관료통치’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며 “기재부가 3조 원 국채발행을 놓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최배근 교수는 “예산 배분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 입장에서 국가부채가 증가하게 되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게 된다”며 “이는 권한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재정건전성을 핑계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재부의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게 아니라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한 추가 재정 역할과 이에 따른 국채발행 여력 등도 조금이라도 더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최 교수는 “재난으로부터 오는 경제위기는 다른 위기에 비해 추후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며 “기재부가 계속해서 이런 것들을 주장하게 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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