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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주 KDI 연구위원
최근 정책금리가 인하되면서 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조적인 저성장 상황에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가 가중되면서 향후 경제가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저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 금리인하로 인해 우리나라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중추를 담당하는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 심각한 금융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 은행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저성장, 저물가 및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충분히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금융불안 가능성은 확장적 통화정책의 주요 제약요인이다.
그런데 금리인하가 은행 수익성을 반드시 악화시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고전적인 화폐금융론에 따르면 정책금리의 인하는 오히려 은행의 수익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정책금리가 인하되면 초단기 금융상품인 예금의 금리는 즉시 하락하지만 만기가 보다 긴 대출의 금리는 단기적으로 변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책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이루어진 선행연구(Drechsler et al ., 2018)에 따르면 은행 수익성은 정책금리의 변동과 무관함하다. 미국의 정책금리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연준기금금리(Fed funds rate)는 지난 60년간 크게 변동했으나, 미국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순이자마진 및 총자산순이익률은 정책금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콜금리와 지난 20년간 특별한 양의 관계를 갖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의 시장지배력과 대출만기 조정능력으로 인해 정책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수익성은 악화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론적 발견) 은행은 예금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고 대출의 만기를 조정할 수 있으므로, 정책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순이자마진을 특별한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다.
은행은 결제성 예금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결제성 예금은 전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금융서비스다. 결제성 예금은 정부의 인가를 받은 소수의 은행만 취급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은 예금금리를 정책금리에 비해 일정 비율만큼 낮게 책정하므로, 정책금리에 대한 예금금리의 민감도는 낮다.
예금금리가 정책금리 변동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음에 따 라 은행은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 대출 중 단기적인 금리변동과 무관한 장기대출의 비중을 높일 수 있어, 정책금리에 대한 대출금리의 민감도도 낮다.
예금금리가 정책금리와 같다면, 정책금리가 1%p 인상될 때 대출금리도 즉시 1%p 증가해야 대출이자로 예금이자를 갚을 수 있는데, 이는 1년 이상의 장기대출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예금금리가 정책금리의 절반 수준이라면, 정책금리가 1%p 인상될 때 대출금리는 0.5%p만 증가해도 대출이자로 예금이자를 갚을 수 있는데, 이는 장기대출과 초단기대출4)을 5:5의 비율로 섞은 대출 포트폴리오하에서 가능 결과적으로 정책금리에 대한 예금금리 민감도가 대출금리 민감도와 동일해지면서, 은행 수익성은 정책금리 변동과 무관하게 된다.
시장지배력이 높은 은행은 예금금리를 정책금리의 30%(예시)로 책정하고, 수익성이 높은 장기대출의 비중을 늘려 장·단기 대출의 비중을 7:3으로 가져감으로써 정책금리에 대한 대출금리 민감도도 30%에 맞춘다. 반면, 시장지배력이 낮은 은행은 예금금리를 정책금리의 80%(예시)로 책정하고, 장ㆍ단기 대출의 비중을 2:8로 가져감으로써 대출금리 민감도도 80%에 맞춘다.
실증적으로 금리인하는 은행 수익성악화 초래하지 않아
(실증적 발견) 정책금리가 인하될 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모두 상대적으로 작은 폭으로 하락하면서 예대금리 격차가 대체로 유지되므로 순이자마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다. 은행단위 패널자료(2002~19년)를 통해 정책금리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콜금리가 1%p 상승할 때 예금금리, 대출금리 및 순이자마진의 변화를 추정했을 때 콜금리가 1%p 상승(하락)할 때 예금금리는 그 절반 수준인 0.53%p 인상(인하)되는 데 그쳐,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책정할 때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예금시장 점유율이 높은 은행일수록 콜금리가 상승할 때 예금금리 인상폭이 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나, 강한 시장지배력이 낮은 예금금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콜금리에 대한 예금금리 민감도가 낮은 은행일수록 장기대출 비중이 높아 대출금리 민감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남. 즉, 콜금리가 상승(하락)할 때 은행들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거의 1:1의 비율로 인상(인하)하므로 수익성에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콜금리가 1%p 상승(하락)할 때 순이자마진은 0.05%p의 소폭 증가(감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준이다.
통화 및 금융정책에 대한 시사점
완화적 통화정책이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통해 금융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 최근 저성장 및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요청되고 있는데,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은행 수익성 악화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을 제약요인으로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정책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의 순이자마진 감소폭은 미미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또한 순이자마진이 감소하더라도 저금리는 대출 증가로 이어지므로 순이자마진에 대출액을 곱한 이자이익은 감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본고는 정책금리가 0 이상인 상황을 전제로 분석하였으므로, 네거티브 금리 상황에 대해서는 분석 결과를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없으며, 가계부채, 대외채무 등 여타 변수도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본고는 은행의 수익성 채널에 집중했다.
금융정책 측면에서도 경쟁촉진을 위해 은행업 인가단위를 세분화할 때, 예금기능과 대출기능을 전면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최근 경쟁촉진과 함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핀테크 기업이 출현할 수 있도록 인가단위를 세분화(스몰뱅킹 라이선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스위스 등에서는 핀테크 기업에 제한적인 은행업 라이선스를 부여하되 예금 업무를 금지하는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Cochrane(2014)은 금융안정을 위해서 예금은행은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국채 등 초우량 자산에만 투자하도록 하고, 대출은행은 자기자본만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 그러나 본고의 분석 결과, 예금과 대출 업무를 전면적으로 분리할 경우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은행이 자기자본만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한계가 있어 실물경제에 충분한 대출을 제공하기 어렵다. 반면, 예금과 대출 업무를 포괄하는 은행은 예금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 금리변동 위험에 대한 큰 우려 없이 장기대출을 실물경제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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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5 15:51: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