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하 서강대 교수
작년 1월부터 시작된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여행업, 공연 등의 분야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경우 경영악화에 따른 소득감소로 그야말로 재난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위해 자영업자, 저소득계층에 대한 재난지원금 등을 통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는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의 경우 경제적 충격은 가장 심각하나 지원대상이 불분명하고 경제적 피해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실질적인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 500만원에 이르는 재난지원금으로는 영업 손실의 보전이나 폐업과 자활을 위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재난지원금이라면 ‘재난’을 선포하고 이에 걸 맞는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현실적으로 실천될 때 의미가 있다. 단순히 소규모의 일시적 재난지원금이나 금융지원을 통한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대폭 감소한 영업 손실의 보전이나 폐업을 방지하기에는 크게 미흡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팬더믹 정책보험제도는 정부재정 부담과 도덕적 해이 방지
자영업자의 경우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고용비중이 높고, 평소에 수입이 크지 않아 저축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재난에 따른 사업실패를 대비해서 사전에 적절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실패를 했거나 소득이 크게 감소했을 경우 정부가 지금처럼 단순 대출이나 소액의 재난지원금을 통해 지원한다면 정부재정의 부담이 가중될 뿐더러 자활로 연결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자영업자를 위한 ‘팬데믹 정책보험제도’는 재난지원금과 같은 미봉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폐업에 따른 충격 완화와 자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팬데믹 정책보험제도는 자영업자를 위한 일종의 생계보험제도이며, 사회안전망 장치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책보험의 성격을 띠게 된다. 자영업자의 소득감소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양극화를 축소하고 생산적인 복지를 실천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팬데믹 상황에 대비하여 보험료의 납부 등을 통해 소득감소에 대한 자기책임을 어느 정도 부담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정부의 일방적 지원에 따른 재정적 부담과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유사한 정책보험제도로 ‘농작물 재해보험제도’가 운용 중
팬데믹 정책보험제도의 기본구조는 자영업자가 팬더믹 상황 등의 예상치 못한 소득감소나 파산에 대비해 정책보험에 가입하고,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수령하여 소득보전이나 폐업을 방지하며 자활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실제 이와 유사한 정책보험제도로 ‘농작물 재해보험제도’가 운용 중이기 때문에 농작물 재해보험제도의 원리를 원용한다면 도입에 따른 제도적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제도는 보험원리를 이용해 자연재해를 입은 농가에 손실을 보전해 줌으로써 농가의 경영불안 요소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농업 재생산 활동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을 통해 보험 부담률 30~40% 수준 적정
팬데믹 정책보험제도의 가입 절차는 ‘보험가입안내 → 가입신청(자영업자) → 현지영업장 방문 및 소득확인 → 청약서 작성 및 보험료 수납 → 보험증권 발급’으로 이어진다. 자영업자 역시 소득 변화가 심하므로 자동차보험과 같이 매년 계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료율은 기본적으로 팬데믹의 발생확률과 자영업자의 영업손실 규모, 그리고 사고율을 기반으로 계산되나 자영업자의 매년 사고율을 산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전문기관의 협조를 통해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팬데믹 보험제도가 기본적으로 정책보험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율의 50%는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50%의 일부도 지자체에서 부담하여 자영업자의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의 5천만 원을 보험금에 가입한다면 팬데믹이 10년에 한번 정도로 발생하고, 폐업률을 20%로 가정하면, 매년 부담하는 총 보험 부담금액은 1백만 원이 된다. 이중 정부가 50%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지자체가 10~20%를 부담한다면 자영업자의 보험부담비중은 30~40%로, 1년간 부담할 금액은 총 30만원~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 달에 2~3만원만 부담한다면 팬데믹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소득 파악과 엄격한 보험약관이 요구
다만, 팬데믹 보험제도 도입의 취지는 좋으나 보험가입자의 사기보험과 같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별, 업종별 소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자영업자 중에서 일정수준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업종에 대한 소득을 영업이익을 통해 파악하고, 보험금 및 보험료율 산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 군, 구 등 지역별로 소득 수준과 분포를 파악하여 소득지수를 개발하고, 정책보험가입 시 보험료산정 등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득지수는 업종별, 지역별 소득의 변동성을 분석하는 기초통계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의 허위보고 등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
더불어 소득에 대한 과대 신고 등의 허위사실이 적발된다면 보험금 지급 제한 등의 엄격한 보험 약관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파악이 상대적으로 쉽고, 팬데믹 충격에 취약하면서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먼저 정책보험제도를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전 업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의 도입과 특별법 제정이 필요
팬데믹 정책보험제도는 정부의 정책지원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타 복지제도와의 균형적 시각도 중요하다. 최근 전국민 대상의 고용보험제도 확대와 같은 복지제도의 개편이 논의 중이기 때문에 팬데믹 정책보험도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의 구축 속에서 도입되어야 한다.
끝으로 팬데믹 정책보험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특별법에는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의의와 정부의 강력하고도 구체적인 지원내용, 그리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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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03 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