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탈석탄 선언, 친환경 투자 등 환경(E)과 관련된 내용에 편중되어 있어 사회(S)와 지배구조(G) 등과의 균형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지어 사회(S)와 관련된 활동을 단순히 사회공헌 활동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임직원, 협력회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S)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한 실정이다.
보험사, 금융권 최초 ESG 경영 실천 선포
지난 2월 23일 보험업계는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주관으로 생보·손보 공동 ESG 경영 선포식을 개최했다.
금융권에서 은행 등이 개별적으로 ESG 경영을 선포한 적은 있었지만 업권 전체가 집단으로 ESG 경영을 선포한 것은 처음이었다.
선포식에는 금융위원장을 비롯해서 생보협회장, 손보협회장 뿐만 아니라 생보사와 손보사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사실 보험업계에서는 ESG 경영이 기업 신뢰와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아젠다로 부각되면서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한화손보,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롯데손보 등이 이미 탈석탄 선언 또는 ESG 경영 강화를 선포한 바 있다.
보험사의 ESG 경영 실천 결의서에는 △보험사의 의사결정 시 ESG 고려 △고객 및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ESG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키고 위험관리 및 솔루션 개발 △정부 및 기타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ESG와 관련한 광범위한 활동 촉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국내외 선진 보험사들에서는 △환경오염 최소화를 위한 친환경 사업 및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 △내부 임직원들의 환경오염 대응 봉사활동 진행 △자사 건물내 친환경 발전 및 에너지 절감 △취약계층 대상 금융교육 및 사회적 기업 투자 진행 △아동 장애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 사회공헌활동 전개 △ESG 펀드 및 채권 등 ESG 투자 확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및 공시 △이사회 내 ESG위원회 설치 및 ESG 관련 국제협약 가입 등 다양한 ESG 경영 활동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국내 112개 금융기관, 2050 탄소중립 지지선언
지난해 7월 정부에서는 한국형 뉴딜의 한 축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기·수소차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이러한 탄소중립 선언에 화답하듯 국내 112개 금융기관들은 2050 탄소중립을 적극 지지하고 기후금융에 적극 노력함으로써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3월 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환경부, 금융위원회, 주한영국대사관 등의 후원으로 마련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선언식이 열렸다.
국내 최초로 열린 2050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후금융 지지선언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을 필두로 주요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공제회 등 다양한 금융업종이 대거 참여해 지지를 선언했다.
이번 지지선언 참여 금융기관들은 선언문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적극 지지 △금융 비즈니스 전반에 기후 리스크를 비롯한 ESG 요소 적극 통합 △기후변화 관련 국제적 기준의 정보공개 지지 및 이에 따른 재무정보 공개에 적극 노력 △대상기업에 기후변화를 비롯한 ESG 정보공개 적극 요구 △다양한 기후행동으로 고탄소 산업에서 탈탄소 산업으로 자본 유입에 적극 노력 △기후변화 대응 관련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 등 기후금융 실행을 위한 6대 약속을 천명했다.
또한 지지선언 참여 금융기관들은 6대 약속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의 일환으로 △탈석탄 선언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지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서명기관 등재라는 3가지 사항 중 최소 2가지 이상을 충족하기로 약속했다.
삼성생명·삼성화재 이사회 내 ESG위원회 신설
지난 3월 삼성그룹 보험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나란히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지속가능경영 강화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통상적으로 정기주총 이후에는 새로 선임된 이사들로 새롭게 위원회를 구성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주총에서 신규로 이사를 선임했고, 주총 후 이사회에서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회 위원과 위원회 대표를 선출했다.
사실 금융회사들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의거하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을 의무적으로 둬야 하고, 이들 위원회는 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하며, 위원회의 대표는 사외이사가 맡아야 하는 등의 의무규정이 있다.
반면, ESG위원회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위원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설치한 것으로 지속가능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PSI에 가입한 삼성화재와 신한생명의 환경경영
지속가능보험원칙(PSI; Principles for Sustainable Insurance)은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가 지난 2012년 선포한 국제협약이다.
여기에는 전세계 200여개 금융기간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특히, 보험사의 핵심 경영활동에 지속 가능성을 접목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삼성화재가 국내 최고로 가입했으며, 2020년에는 신한생명이 생보업게 최초로 가입하며 보험업계 환경을 리드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신한생명은 현재 지속가능보험원칙(PSI)에 따라 환경경영 추진 현황을 대중에 공개하고 있는데, 삼성화재의 경우 환경경영 추진전략과 추진조직 환경·에너지경영 방침을 객관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ESG 경영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UN 지속가능보험원칙(PSI)에 참여하는 보험사 또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TCFD에 가입한 현대해상과 삼성생명의 환경경영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Task Force on Climate-Financial Disclosures)는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의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가 기업들의 기후 관련 전략 정보 공개를 목적으로 2015년에 만든 협의체다.
지난 2017년 기후변화 관련 4가지 핵심 요소인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측정 지표 및 목표로 구성된 정보 공개 권고안을 발표했으며, 현재 78개국 1,900여 기관이 가입해 있다.
지난 3월 9일 국내 112개 금융기관들이 2050 탄소중립을 적극 지지하며 기후금융에 적극 노력함으로써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하겠다는 선언을 한 이후 TCFD에 가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현대해상이 손보업계 최초로 지난 2월에 가입했으며, 지난 3월에는 삼성생명이 생보업계 최초로 TCFD에 가입했다.
현대해상의 경우는 이미 다양한 환경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전사적 에너지 절감활동, 친환경 보험상품 개발 및 판매, 기후변화 대응, 대외 친환경활동 참여, 환경경영시스템(ISO 14001) 인증 획득, 날씨경영인증 획득 등 다양한 활동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는 환경경영에 대해 홈페이지 내에 별도의 공간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에 환경성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한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사내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각종 청약 서류 및 약관, 안내장 등을 모바일화하고 있는데, 실제 2019년 9월 이후 지난해까지 각종 업무를 디지털화해서 A4용지 약 6,000만장을 줄여 30년 수령 나무 5,960그루, 탄소 배출량 172톤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금융권 기후리스크 포럼 구성
지난 5월 13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국내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관련 인식 확대와 대응능력 제고를 위해 각 금융권별 주요 금융회사(총 28개사)를 대상으로 기후리스크 포럼을 설립했다.
각 업권별 참여사를 살펴보면, 은행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증권은 미래에셋 삼성 KB NH, 자산운용은 한화 키움 신한, 생보는 삼성 한화 교보 신한, 손보는 삼성 현대 KB DB 코리안리, 카드사는 삼성 신한 국민 현대 등과 현대캐피털 현대커머셜 BNK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대응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포럼 구성을 통해 금융권이 보다 선제적으로 기후리스크에 대응하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보았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리스크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1차적 물리적 피해라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비하면서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비용의 증가나 손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단가가 다른 에너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런데 2030년까지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결정(RE100)한다면 현재 기준에서는 에너지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단가 역시 크게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기후리스크는 금융회사에서 신용 리스크, 시장 리스크, 운영 리스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리스크를 예측하고 사전에 인지해 적절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기후리스크 포럼의 역할인 셈이다.
한편, 포럼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감독체계 역시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각 기업들이 이제 겨우 기후변화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환경경영 계획을 포함한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거나 이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단계라는 점이다.
평가에 있어서도 국내외 600여개의 ESG 평가기관들이 난립하고 있고 각 기관마다 자신들의 평가방법을 채택하려고 경쟁하면서 당분간은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회사 내부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는데, ESG의 모든 항목을 다 챙길 수는 없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자신들의 업종에 맞는 ESG Identity를 찾아 집중하면서 점차 영역을 확대해 가는 ESG 경영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KB금융그룹, 국내 금유지주 최초로 RE100에 가입
지난 8월 19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35% 이상'으로 명시한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르면 당장 올해부터 매년 2402만톤씩의 탄소를 줄여야 한다. 이는 현대제출이 1년간 배출하는 2224만톤보다 많은 양이다.
탄소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대기 중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상쇄할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움으로써 이산화탄소 총량을 중립 상태로 만든다는 뜻이다.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방안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만큼의 숲을 조성하여 산소를 공급하거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 에너지인 태양열·태양광·풍력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거나 이를 구매하는 방법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없는 기업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나 탄소배출권 구매가 필수적인데,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는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이 주목을 받고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글로벌 캠페인이다.
지난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와 협력해 시작됐으며, 현재 324개 글로벌 기업(구글, 애플,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14일 KB금융그룹이 그룹 전체 계열사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에 국내 은행 지주사 최초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RE100'은 사전에 엄격한 검증과 승인 과정을 통과해야 가입할 수 있는데, KB금융 관계자는 "탈석탄 선언, 탄소 중립 목표 수립 등 국내 리딩뱅크로서 기후변화에 대한 리더십과 영향력을 인정받아 The Climate Group으로부터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가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 KB금융그룹은 ESG 경영활동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활동성에 있어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ESG 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조원에서 지난해 ESG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뿐만 아니라 종합등급에서 모두 A+를 받았다.
또한 해외 지속가능경영의 대표적인 지표라 할 수 있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째 World에 편입되고 있다.
보험사의 어린이보험 출시와 실손의료보험 판매중단
보험사의 어린이보험 출시가 ESG 경영과 관련이 있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어린이보험 판매는 단순히 보험회사의 수익 제고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실제 ESG 등급 평가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경우, 보험회사에서 치매보험을 출시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ESG 등급 평가에도 반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문제 뿐만 아니라 소득 불균형, 부동산 시장 불안, 과도한 경쟁, 교육 문제, 정치 불안, 환경오염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제는 기업이 단순한 수익 추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주주, 고객, 임직원, 협력사 등)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주문받고 있으며, 이것이 ESG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건강보험과 동일한 필수보험의 성격을 띠고 있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보장받음으로써 갑작스런 건강 이상으로 인한 의료비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필수상품이다.
하지만 AIA생명,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등이 2011∼2013년에 일찌감치 실손보험을 포기했고, 2017∼2019년에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등이 이어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부터 판매 중단 선언을 했다.
이로써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는 6곳만 남았다. 이 중 ABL생명도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5%로 집계되는 등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이유겠지만 어린이보험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회 안전망 확충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