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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저금리 장기화·대출규제 풍선 효과 영향
등록일 [ 2021년10월11일 14시11분 ]

한국은행이 2017년 이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가 강화됐지만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가계대출,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거시건전성정책 효과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금리 인상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금융불균형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취약부문의 경우 부실위험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서 “대출 규제의 총량 관리 효과는 코로나19 발생 시기를 전후로 상반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19년 중에는 규제강화 이후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및 기타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로는 그간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및 기타대출의 증가세가 확대됐다.

주택가격도 2017년 규제 강화 이후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오히려 더욱 확대됐다. 특히 규제지역에서 대출규제 강화의 효과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한은 관계자는 “DTI 규제가 가계대출 및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최근 들어서는 그 영향의 크기 및 지속 기간이 과거보다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층 가계부채 비중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확대돼 2020년 말 이후 약 27%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2분기 기준 26.9%로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총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층 가계부채 규모도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집값과 주가가 떨어지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킨 청년층이 받는 충격이 커질 수 있고, 이미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취약계층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금융권으로까지 파장이 이어질 수 있어 한은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이 발표한 가계부채DB 비율을 이용해 청년층 가계부채 잔액을 시산해 보면, 2분기 기준 청년층 가계부채 규모는 약 485조7900억원으로 처음으로 485조원을 넘어섰다. 청년층 가계부채 잔액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398조55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4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선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청년층 가계부채의 특징은 전세자금대출 비중이 25.2%로, 여타 연령층(7.8%)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이 집을 매매하진 못할 경우 전월세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은데,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은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해 빚을 내 살 곳을 마련한 결과다. 남들이 집을 살 때 사지 못하면 영원히 사지 못할 것이란 '포모(FOMO)' 현상도 작용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집을 사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중 청년층 거래비중은 36.6%를 차지했다.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한 경우가 늘어난 것도 청년층의 빚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청년층 신용대출 증가율은 올해 2분기에 20.1%로, 여타 대출보다 가파르게 늘었다.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신규계좌 723만개 중 20~30대의 계좌는 392만개로 54%를 차지했다.

아직까진 청년층 가계부채 연체율은 0.40%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이 청년층에서 늘고 있는만큼 청년층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7.1%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 비중은 6.8%로, 여타 연령층보다 높다. 소득은 다른 연령층보다 낮으면서 빚 부담은 커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 가계부채 증가 중 청년층 기여율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주담대, 신용대출 등 자산시장과 연계된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청년층의 차입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자산확대는 예기치 않은 자산가격 조정에 취약할 수 있고, 부채 부담 때문에 건전한 소비활동을 막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은이 가계부채DB를 활용해 우리나라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임계수준을 측정한 결과, 소비를 제약하는 DSR 및 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율(LTI) 수준(임계수준)은 각각 45.9%, 382.7%였다. 현재 평균 DSR는 36.1%, LTI는 231.9%로 아직 임계 수준에 도달하기엔 여유가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수준은 낮게 나타나 임계 수준을 넘어서는 차주들의 비중도 소득수준이나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저소득층에서 DSR 임계수준을 넘어서는 차주 비중은 14.3%에 달했고, 청년층의 경우 9.0%가 이미 DSR 임계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 저소득층에서 빚 부담이 임계 수준을 넘어서 소득을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임계 수준을 넘어선 차주들이 갖고 있는 빚을 살펴보면,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60%대로 임계수준 이하 차주들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40%대)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이 임계수준을 충족하기 위해 갚아야 하는 부채규모는 약 36조~72조원에 달한다.

한편, 한은은 기업에서도 임계 수준을 넘어서는 빚을 가진 기업들이 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제약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균적으로는 투자를 막을 정도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264.2%로, 현재 기업들의 부채비율(91.0%)를 크게 웃돌고 있다. 다만 임계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자산·매출액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경우 저소득 및 청년층, 기업의 경우 자산 및 매출이 작은 업체들이 과다한 빚으로 소비나 투자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평균적으로는 안전하지만, 쇼크가 왔을 때 이런 부분들이 먼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은 관계자는 “금융불균형 심화, 경기회복 움직임 등 달라진 금융·경제 여건에 맞춰 일부 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며 “가계대출 규제 시행 과정에서 풍선효과가 커지지 않도록 규제 차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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