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을 위해서라면 오지를 마다않고 지구촌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자유로운 영혼. 숱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도전하는 사람.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상품화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 뭔가 가능성이 보이면 세상에 미칠 순기능을 생각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사람. 평범한 일상의 이면을 비틀어보면서 그 속에서 색다른 요소를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같은 캐릭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엉뚱함’이다. 이종기 유니코리아월드 대표는 그런 ‘엉뚱한 사고력’을 지녔다.
이런 인물의 특징은 뭔가 대단한 것을 창조해내기보다는 다른 방향에서 사물을 보려 노력하고, 때론 비틀어보면서 새롭게 변화시킬 요소들을 찾곤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때론 허황된 사람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아니, 정말로 황당무계한 측면이 너무나 많다.
한때 정치가의 꿈이 있었던 이종기 대표는 자신에 맞는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대영주택건설이라는 회사를 세우게 된다. 대영주택은 경기도 이천에 대우APT를 건설했는데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돼 당시로서는 상당한 목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정부 주도로 시작된 벤처붐은 이 대표의 ‘엉뚱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잘 나가던 주택사업을 그만두고 곧바로 벤처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KNT그룹을 설립한 것이다.
이종기 대표가 구상한 사업 아이템은 바로 동시통역서비스였다. 사업상 해외방문이 잦았던 이 대표는 공항에서부터 언어장벽에 부닥쳤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를 해소하는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불어 독일어 서반아어 아랍어 등 전세계언어를 12대 권역으로 분류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공항에서 택시를 타는 순간부터 통신수단을 이용해 24시간 동시통역 서비스를 실시함으로써 언어장벽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2001년 한국방문의 해와 2002년 월드컵·ASEM회의 개최 등 잇따른 국제적 행사를 통해 KNT그룹이 개발한 ‘코네티서비스’는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며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이같은 희망의 빛 속에서도 어둠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종기 대표에게 첫 번째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한때 코스닥 상장을 꿈꿀 만큼 눈부시게 성장했던 회사였지만 말 그대로 땡전 한 푼 건지지 못한 채 폭삭 망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들은 자만이 불러온 재앙이었다.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본 마당에 더 이상 할 일도 없었고 목표도 없었기에 마냥 뒷골목을 헤매고 다녔다. 할머니의 권유로 신앙을 갖게 되면서 차츰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 의욕도 싹트고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에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해외여행을 떠날 만큼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이 대표는 이번엔 엉뚱하게도 동티모르라는 낯선 땅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온 국토가 초토화됐던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며 동병상련이라도 느꼈던 것일까?
우연찮게 인연을 맺게 된 동티모르 한 정치가의 손을 붙잡고 이 대표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2002년 완전 독립한 동티모르는 당시 해외 원조를 통한 국가 인프라 재건에 주력하고 있을 때다.
이 대표는 폐허의 땅 동티모르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안토니오 시메네스 기독민주당 총재와 함께 경제부흥을 위한 투박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동티모르는 커피 수출 등으로 근근히 먹고 사는 정도의 경제적 빈곤을 겪고 있었기에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권 등을 주도적으로 개발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두 번째 시험에 들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떼강도를 당하게 된 것이다. 테러가 빈번하고 치안이 극도로 불안했던 당시의 동티모르 상황에서는 어쩌면 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죽을 고비를 넘긴 이 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됐다.
다시 이를 악물었지만 유엔평화유지군에 치안을 맡길 정도로 치안이 극도로 불안했기에 사업이 순조로울 리는 만무했다.
손놓고 앉아 수개월을 절치부심하던 차에 태국 탁신 총리가 공약한 정책사업인 국민주택 사업이 사업 파트너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이 대표는 파트너와 함께 바로 태국으로 날아가 태국 정부가 발주한 국민주택 5만 가구(한화 약 5,000여억원) 건설사업을 수주하게 된다.
처음으로 시작했던 사업이 주택사업이었던 만큼 이 대표는 자신감으로 그득 차 있었다. 이 사업을 계기로 재기하겠노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국가적 재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군의 쿠데타로 인해 탁신 정부가 실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내각이 붕괴되면서 사업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마냥 주저앉을 수 있는 여유조차도 없었기에 주먹을 불끈 쥐고 또 다시 일어섰다. 이 대표는 말레이시아에 재복홀딩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코리아타운 건설에 나섰다. 당시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어던 터라 말레이시아 굴지의 대기업인 아이보리그룹 등이 기꺼이 재복홀딩스의 파트너가 되어줬다.
여기에서도 이 대표는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믿을만한 측근이라 여겼던 회계사의 장난으로 회사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이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으로 가득 찬 이 대표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런 나날이었다.
하지만 오뚝이 인생에 있어서 절망이란 단어는 없었다. 이종기 대표는 최근 태국 정부가 발주한 대규모 소방차 공급계약을 따냈다. 팽이연이라는 회사를 통해 태국 에이전시 회사인 Consult US(TH)와 1조원 규모의 국산 소방차 공급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이다. 팽이연은 국내 생산업체를 통해 국산 고가사다리소방차 2,247대를 태국 76개 주 정부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에 소방차를 수출하게 된 팽이연이라는 회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 대표는 팽이처럼 계속 채찍을 맞아야 쓰러지지 않고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처럼 이 대표는 수많은 시련을 통해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던 셈이다.
이제 이 대표는 또다시 새로운 사업의 황금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숱한 세월 동안 100여 개 국가를 떠돌면서 이 대표의 가슴 한구석에는 타고 남은 불꽃이 숨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해외 곳곳에서 만났던 북한 동포다. 달콤한 열매를 탐하지 말고 가라 하는 길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한민족 공동체 복원 사업이다.
이종기 대표는 새롭게 인연을 맺은 유니코리아월드를 통해 대북사업을 꿈꾸게 되면서 가장 깊은 두려움을 느끼고 됐다고 고백했다. 가장 깊은 두려움은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고, 우리에게 측량할 수 없는 힘이 있다는 데 있다.
이 대표는 “대북사업이 빛을 발할수록 저절로 다른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 믿기에 가슴 떨리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종기의 ‘엉뚱한 상상력’으로 출발한 사업적 수완이 물적·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것들을 통해 새로운 사업의 실마리를 찾아 왔듯이 유니코리아월드라는 도구를 통해 남북사업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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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6 16:07: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