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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의 분야에서 “불평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거시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불평등은 경기 불황기에 악화되며, 경기수축 국면의 확장적 재정 및 완화적 통화정책은 총수요의 확대뿐만 아니라 불평등의 정도를 개선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집단일수록 정책의 효과성이 크다는 점이 밝혀졌다. 아직까지 다뤄지지 않은 불평등 주제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위해 미시 및 거시경제학 분야의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의 모든 분야에서 항상 화두가 되었던 단어가 ‘불평등’이다. 일반적으로 불평등은 집단 내에 차별이 있어서 고르지 아니함을 나타낸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은 국가 또는 지역(또는 특정 집단) 내에서 경제적 성과가 얼마나 다른지를 나타내며, 보통 중요한 경제 측정변수로 소득, 자산 또는 소비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변수로는 지니계수(Gini coefficient)가 있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현되는데, 완전 평등에 가까울수록 0의 값을 갖고, 완전 불평등할수록 1의 값을 갖는다.
이 글에서는 거시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불평등을 논의한다. 특히, 경기변동과 거시경제 정책이 불평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나아가 불평등의 정도가 정책의 효율성에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경기변동과 불평등
경기변동은 경제 전반의 활동 수준이 상당한 규칙성을 보이면서 확장과 수축 국면을 반복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러한 경기변동은 집계변수와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변동을 1로 정규화 하였을 때, 소비는 0.3~0.5 정도의 변동성을 갖고, 투자는 3~4 정도의 변동성을 갖는다. 또한 소비와 투자는 모두 경기 동행적이다. 즉, 소비와 투자는 경기변동지수와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는 확장국면에는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수축 국면에는 감소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불평등 지수라고 할 수 있는 소득의 지니계수는 경기와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 소득 지니계수의 변동성은 약 0.5 정도로 GDP의 그것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또한 소득 지니는 경기변동지수와 음의 상관성을 갖는다. 한마디로 소득의 지니계수는 경기 역행적이다. 즉, 호황기에는 불평등이 완화되지만, 불황기에는 악화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소득 불평등은 경기 호황기에 개선이 되는 것일까? 경기 호황기에는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첫 번째로 경기 확장기에는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상승하게 되어 자본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호황기에는 기업들의 노동수요가 증가하게 되면서 고용과 임금이 증가하게 돼 결론적으로 노동소득이 상승한다. 이와 관련된 경제학 논문들에 따르면 노동 소득의 상승분이 자본소득의 상승분보다 더 중요하다. 그리고 고용은 소득분포의 하방에서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경제 호황은 불평등을 개선시킨다고 할 수 있다. 즉, 호황기에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자의 고용이 더 많이 증가한다. 반대로 경기 수축기에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자의 고용이 더 많이 감소하게 되어 불평등은 악화된다.
재정 및 통화정책의 재해석: 재분배효과
앞서 논의한 내용에 따르면, 경기불황기 때 경제적 약자들을 도울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경기수축 국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거시정책은 확장적 재정 및 완화적 통화정책이다. 즉, 경제위기 시 정부는 전반적인 정부지출을 증가시키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서 총수요를 진작시키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거시정책이 불평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재정정책과 불평등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관련 논문들에 따르면, 확장적 재정정책은 전반적으로 불평등의 정도를 개선시킨다.
한 예로, Anderson, Inoue and Rossi(2016)는 확장적 정부지출 충격이 왔을 때, 소득 하위 분위의 소비는 증가하는 반면 상위 분위의 소비는 감소함을 보였다. 다음으로 통화정책과 불평등의 관계를 연구한 대표적인 연구는 Coibion, Gorodnichenko, Kueng and Silvia(2017)이다. 이들의 연구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소비와 소득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확인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불황기에 펼쳐지는 확장적 재정 및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재해석 할 수 있다. 즉, 경기 하방 국면에서 수행되고 있는 총수요 확장 정책들은 총수요를 진작시킬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불평등의 정도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바꿔 말하면, 이러한 거시정책들은 경기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저소득자에게 일종의 보험을 제공해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불평등정도와 정책의 효과성
많은 경제학자나 정책 입안자들이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심각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왜 불평등이 나쁜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서 자연스럽게 들 수 있는 하나의 가설은 “불평등의 정도가 정책의 효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각 나라 혹은 집단별로 불평등 정도가 장기적인 수준에서 다를 수가 있는데, 다른 변수들을 통제했을 때, 불평등의 수준에 따라 정책의 효과성이 다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집단일수록 정책의 효과성이 훨씬 클 수 있다. Ma(2022)는 미국의 주(州)단위 데이터를 이용해서 분석한 결과, 소득지니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 통화정책의 효과성이 훨씬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비록 최근 경제학에서 불평등에 대한 이슈를 많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다뤄지지 않은 부분의 불평등 주제가 상당히 많다. 이러한 불평등의 이슈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이 동업을 시작해야 한다. 불평등에 관한 모든 데이터가 미시적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으며, 개별 가계 주체의 행태 또한 미시적 최적화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평등의 야기하고 해결하는 정책은 주로 거시적인 변화와 정책이다. 따라서 불평등에 대한 보다 나은 분석과 이해를 위해 경제학 분야의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4-12 10:07: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