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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비중 크고 첨단 IT 부문 경쟁력 약해
등록일 [ 2023년10월31일 10시13분 ]

독일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진 가운데 금리인상 파급효과, 중국 등 대외수요 둔화가 가세하면서 G7 국가 중 올해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제상황이 단기에 개선되기 어려워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제조업 비중이 크면서도 첨단 IT부문 경쟁력은 약한 산업구조와 고령자·비숙련 노동자 비중이 큰 노동시장 구조가 향후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프라가 취약하여 경쟁력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내연기관→ 전기차·자율주행)되는 상황에서 과거의 지배적인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노동시장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고령층 및 저숙련 이민자 유입에 의존한 결과 고숙련 근로자를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독일 정책당국은 구조적 취약점에 대응하여 친환경 전환 및 첨단산업 관련 정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이민자 유치를 적극 도모하고 있다.

에너지안보 확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전환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반도체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자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고,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여서는 연간 40만명의 이민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제조업 비중과 중국 의존도가 높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가 크다는 점에서 최근 독일경제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독일 모두 과거 중국경제의 부상에 힘입어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유지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 노동공급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습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독일 노동시장 상황과 흡사하다.

이에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은행 미국유럽경제팀에서 낸 ‘최근 독일경제 부진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최근 독일경제 상황

독일경제는 G7 국가 중 올해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4/4분기부터 2분기 연속 역성장하면서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이후 올해 2/4분기에도 회복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으며, IMF도 지난 7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올해 독일의 성장률을 -0.3%로 전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제상황이 단기에 개선되기 어려워 독일경제가 다시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독일경제의 부진은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진 가운데 금리인상 파급효과 및 중국 등 대외수요 둔화가 가세한 데 주로 기인한다.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과정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여 화학, 금속 등 에너지집약 산업 생산이 크게 위축되고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감소하였다. 또한 금리인상에 따라 금융여건이 악화되고 민간부문 대출도 크게 줄어드는 등 높은 제조업 비중으로 인해 긴축적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외거래 측면에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해진 점이 경기회복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외에 팬데믹 및 에너지위기 대응과정에서 늘어났던 정부 지출의 정상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취약요인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크면서도 첨단 IT 부문 경쟁력은 약한 산업구조와 고령자· 비숙련 노동자 비중이 큰 노동시장 구조가 독일경제의 성장 전망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첨단제조업 경쟁력 저하 = 독일은 첨단제조업 및 디지털 인프라가 미흡하여 미래성장산업에서의 경쟁력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독일의 제조업 비중은 1970년대 30% 수준에서 점차 하락해왔으나,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기계장비 및 고급소비재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 내외에서 머무르는 등 소득수준에 비해 제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가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 수요 둔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제조업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하면서 산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R&D 투자 규모 세계 4위, 유럽내 특허 1/3 차지 등 양호한 연구 개발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성과가 대부분 자동차, 전자기계 등 기존 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자율주행 등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의 비중이 여전히 높아 과거의 지배적인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숙련 근로자 부족 = 노동시장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고령층 및 저숙련 이민자 유입에 크게 의존한 결과 고숙련 근로자(skilled worker)를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독일은 2000년대 중반부터 동유럽 및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장려하고, 고용형태를 다변화하여 단위노동비용을 낮추면서도 실업률을 큰 폭으로 하락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크게 유입된 결과로 최근 은퇴자 급증이 시작되었다. 독일 노동부장관은 2035년에 노동력 부족 규모가 7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민정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실질 임금의 경우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였으나 상위 10%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오른 결과, 2019년 현재 상위 10% 임금은 중위임금의 2.1배로 미국(2.7), 캐나다(2.5) 뿐 아니라 영국(2.3)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고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은 독일어 사용 가능여부, 독일 고유의 직업훈련제도 등과 함께 앞으로 테크 인력 등 고숙련 노동자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의 정책대응 및 시사점

독일정부의 대응 = 독일 정책당국은 위와 같은 구조적 취약점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전환 및 첨단산업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이민자 유치를 도모하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안보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친환경 전환(Green transition) 계획을 비교적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반도체 생산 지원책 등을 추진하여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의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노동시장과 관련하여서는 연간 40만명의 이민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종사할 숙련노동자 유인책은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우리경제에의 시사점 = 우리나라도 제조업 비중과 중국 의존도가 높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가 크다는 점에서 최근 독일 경제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중국경제의 부상에 힘입어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유지되었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 고령층이 노동공급 증가세를 견인하는 모습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독일 노동시장 상황과 흡사하다. 독일의 경우 중국수요 둔화 등 대외 요인과 친환경 전환 등의 동기가 맞물려 산업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산업을 대체할 인프라와 고용기반이 취약한 점 등이 도전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도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양호한 고숙련 근로자 기반을 활용하여 첨단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산업 다변화와 친환경전환을 성장잠재력 확충의 기회로 삼는 한편 외국인 노동자 유입 등의 정책방안을 마련하여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부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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