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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고채금리가 국내 통화정책 여건이나 기대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도 미국 국채 금리에 동조되어 빠르게 상승하였다. 지난 7월 하순 이후 한달 가량 미국에서는 물가 경기 지표가 엇갈린 가운데 국채 수급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하였다. 이에 영향받아 국내 국고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압력을 받는 등 금융시장의 경계감도 높아졌다.
이러한 미국과의 금리 동조화는 오랜 기간 금융시장에서 관찰되어 온 현상이나 최근 동조화 경향이 심화되어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경제 여건이나 통화정책 운용과 무관하게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
장기 시계열 특징 = 장기 시계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는 과거에도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는데 이러한 동조화 경향은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한·미 장기국채(10년물) 금리의 일별 상관계수를 보면, 2001~2007년 중 평균 0.57에서 2010년 이후에는 0.70으로 크게 높아졌으며, 국내 국고채금리에 대한 미국 국채금리의 회귀계수도 0.63에서 0.71로 상승하였다.
특히, GFC 이후 한·미 국채금리 간 동조성은 만기가 길수록 더욱 뚜렷한 모습을 나타내었다. GFC 이후 만기별 한·미 국채금리 간 동조성은 10년물의 경우 상관계수 및 회귀계수가 0.70~0.71 정도를 보였으나 3년물(각각 0.29 및 0.36)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1년물(각각 0.29, 0.07)도 낮은 수준을 나타내었다.
한편, 다수의 선행연구에서는 미국과 주요국 국채금리의 동조화(co-movement) 또는 수렴(convergence) 현상은 글로벌 실물·금융의 연계성 강화와 미 달러화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GFC 이후 동조성이 더욱 강화된 것은 미 연준 등 주요국 양적완화(QE)1) 등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주요 동인이 된 것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건전성 개선, 국가신용도 상승 등으로 한국 국채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량자산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점도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 동조성이 높아진 원인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한편, 만기가 길수록 금리 동조화가 강화된 것은 장기물일수록 기간프리미엄이 장기금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GFC 이후 주요국 간 금리 동조화가 기간프리미엄을 통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금융시장 현황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지난해 이후의 상황을 보면, 우선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루어졌던 지난해에는 한·미 금리의 동조성이 모든 만기에 걸쳐 크게 강화되었다. 10년물뿐만 아니라 3년물과 1년물 등 중·단기물 간의 상관계수도 장기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0.97~98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미국 국채금리와의 회귀계수 값도 1년물은 0.67로 3년물 및 10년물은 0.80대로 높아졌다.
반면 금년 들어서는 전반적으로 동조화 정도가 다소 약화되는 가운데 만기별로 차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년물 이하 단기물은 상관관계가 0.6 정도로 상당폭 낮아진 반면 장기물의 경우 상관계수 및 회귀계수가 지난해에 비해서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10년물 각각 0.93 및 0.69)을 유지하였다.
이에 따라 금년 들어 한·미 정책금리 격차가 크게 확대되었으나 국채금리 간 격차는 만기물별로 다른 모습을 나타내었다. 금년 2월 이후 한·미 정책금리차가 100bp 확대되는 동안 국채 금리 간 격차는 8월말 현재 1년물이 63bp, 3년물이 27bp 확대되었으며, 10년물의 경우에는 8bp 추가 확대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단기물 금리 격차 확대에도 장기물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으면서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이 크게 역전(inverted)된 상황에서도 국내 국고채 수익률곡선은 평탄하거나 소폭이나마 우상향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7월 하순 이후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국내 단기 금리는 거의 변화가 없었던 반면 장기금리의 경우 만기가 길수록 상승폭이 확대되며 국내 수익률곡선은 가팔라졌다.
한·미 금리 동조화 경로별 점검
선진국-신흥국간 수익률곡선 동조화 경로와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참조해서 보면, 한·미 국채금리의 동조화는 실물경제 연계 경로, 통화정책 기대 경로, 글로벌 유동성 및 위험회피 경로(기간프리미엄) 등 3가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지난해에는 모든 경로가 한·미 금리 동조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였으나 금년 들어서는 실물경제 연계 경로 및 통화정책 기대 경로는 점차 약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물경제 연계 경로 = 우선, 금년 들어 지난해와는 달리 한국과 미국의 물가·성장 여건과 향후 전망에 대한 시장기대가 차별화되면서 실물경제 연계 경로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유가 등 글로벌 공급충격의 영향이 약화되면서 양국 모두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한국에 비해 물가상승률은 높고 성장세는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양국 모두 2%대 초중반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성장률의 경우 우리나라는 높아지는 반면 미국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양국의 물가와 성장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화정책 기대 경로 = 금융시장에서는 한·미 정책금리가 이러한 물가·성장 기대 차이를 반영하여 중단기적으로는 엇갈리다가 장기적 시계에서는 수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재상승 위험 등을 감안할 때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한·미 정책금리차가 소폭이나마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내년 이후 중기적 시계에서는 미국이 성장 둔화에 대응하여 상대적으로 빠르게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양국간 정책금리차가 점차 좁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 예상하는 장기 중립금리 수준인 5년후 5년(5Y5Y) 선도금리는 양국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한·미 정책금리가 수렴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금년 들어 한·미 국채금리 동조화 경로별 영향이 달라짐에 따라 단기물에서는 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반면 장기물에서는 상대적으로 격차가 확대되지 않고 동조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양국 국채금리에 내재된 기대단기금리가 실물경제 여건 및 통화정책 기대 등을 반영하여 만기물별로 차별화되고 있는 반면, 기간프리미엄은 여전히 높은 동조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미 국채금리가 기대단기금리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단기물의 경우는 차별화 움직임을, 기간 프리미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장기물은 여전히 높은 동조성을 유지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 동조화에 대한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 분석 = 한·미 금리 간 동조화에 있어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을 만기별로 추정하기 위하여 시변계수(Time-varying parameter) VAR 모형을 활용하여 동태적 예측오차 분산분해를 실시하였다.
분석변수는 한·미 수익률곡선 구성요소(수준 및 기울기)를 사용하였으며,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를 대상으로 하였다.
분석 결과, 장기 시계에서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미국 국채금리의 변동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한·미 금리 동조화의 만기별 차별화 현상과 부합하는 결과였다. 미국 국채금리의 국내 금리에 대한 영향은 5~10년물은 50% 내외, 3년물도 40% 중반의 높은 수준을 보였던 반면 1년물 이하 단기금리의 경우 대체로 10~20% 수준에 그쳤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졌는데 연준이 정책금리를 빠르게 조정하거나 양적완화(QE)를 실시했던 시기에는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이 크게 확대되면서 한·미 금리의 동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금리를 급격히 인하하거나 지난해와 같이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는 경우 대부분의 만기에서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이 크게 확대되었는데, 특히 실물경제 연계 경로나 통화정책 기대 경로를 통해 단기금리에 대한 영향도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연준이 양적완화(QE)를 실시했던 시기에는 대체로 장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이 확대되었는데 이는 동 시기 한·미 금리 간 높은 동조화 경향과도 일치하였다.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을 보면, 지난해 이후 모든 만기에 걸쳐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이 더욱 커지고 그 정도도 만기가 길수록 높아졌으나 금년 들어서는 중·단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이 줄어들어 한·미 금리 동조화의 만기별 차별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물의 경우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이 지난해 18~19% 수준에서 금년 들어서는 10%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10년물에 대한 영향은 소폭 감소에 그치면서 여전히 50%를 상회하였다. 앞선 한·미 금리 동조화의 3가지 경로별 영향이 금년 들어 달라지면서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이 만기별로 차이가 발생하였고 이는 한·미 금리 동조화의 만기별 차별화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지난 7월 하순 이후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던 기간(7.19~8.21일) 동안 국내 장단기 금리에 미친 영향의 정도를 시산해 보면, 1년 이하 단기물의 경우 금리가 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국고채 10년물은 상승폭 40bp 중 절반을 상회하는 약 22bp(56%) 정도가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영향을 받았으며 3년물의 경우 상승폭 25bp 중 대략 10bp(39%) 정도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평가 및 시사점
지난해 한미 정책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는 과정에서 양국간 국채금리의 동조화 경향이 강화되었다. 금년 들어서는 미국 국채금리의 국내 국고채금리에 대한 영향이 다소 줄어든 가운데서도 만기물별로 차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단기물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중·단기 물가·성장 여건과 이를 토대로 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차별화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이 줄어든 반면, 장기물의 경우 글로벌 유동성 및 위험회피 경로를 통해 여전히 높은 동조성 경향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 한·미 금리 동조화 지속에도 중·단기물의 경우에는 그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고 이와 금리수준이 연동되는 가계 및 기업의 자금조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에도 국내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는 대체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가계 및 기업 대출금리가 주로 1년 이하 단기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대출 비중이 높은 데다 회사채, 은행채 등 기업과 금융기관의 채권 발행만기도 3년물 이하 중·단기물 비중이 높아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이 우려할 만큼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장기금리의 경우 여전히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성이 높은 만큼, 이와 연계된 일부 대출금리 등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장기물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동일 만기의 은행채나 회사채 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최근 정책모기지 공급 확대 등으로 가계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국채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사상 최대로 확대되었으나 한·미 금리의 동조성이 만기물별로 차별화되면서 장기물의 역전폭은 크지 않아 장기영역에서는 자본유출입과 환율 측면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미국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미국 국채금리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향후 미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욱 장기화되고 국채시장의 수급상황이 보다 악화될 경우 미국 국채금리는 추가적으로 크게 상승할 수 있다. 반면 내년 이후 미국의 정책금리가 경기둔화 심화로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인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미국 국채금리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합리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시장과 원활히 커뮤니케이션해 나가면서 국내 시장금리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보다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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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9 15:15: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