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절대적 저평가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선진국과 신흥국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이며, 『주가순자산비율(PBR)』 측면에서도 저평가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는 소극적 주주환원정책과 저성장전환 등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그런데 새 경제팀 출범과 맞물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높은 만큼 추가적인 증시활성화 대책 등이 발표될 수 있겠으나, 최근 PER이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인 만큼 단기 상승 기대감보다는 중기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새 경제팀의 경기 활성화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최근 최경환 부총리는 ‘한국증시 저평가’를 언급하며 향후 대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9월 16일 한 강연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한국의 전반적인 국부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발언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매경 이코노미스트 클럽에서 한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고 국민연금의 주주권한을 행사하는 한편 국내 대형투자자들을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주택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대비 20~30% 가량 하락해 있어 주택시장 거품이 다 빠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 6월 말 부총리 내정 이후 사내유보금 과세 등을 통해 배당 강화를 강조하고,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전반적인 자산가격 상승을 도모해 온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자산가격 상승폭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저평가 여부는 다른 지표들을 통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점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주가 상승률은 117%로 비교대상 주요 15개국 중 12위에 불과하다. 2014년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도 1.3%로 15개국 중 12위에 그쳐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에 비해 주가 흐름이 부진한 편이다.
수익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한국 주식시장이 절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MSCI 기준 KOSPI PER(price-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은 17.5배(9월 19일 기준)로 최근 3년은 물론 과거 10년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KOSPI PER은 2014년 들어 지속적으로 17배를 상회하고 있으며, 8월에는 18배를 초과하기도 하는 등 역사적 평균(3년 16.3배, 10년 13.9배)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KOSPI의 저평가 매력이 상실되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등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절대적으로 낮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PER이 과거보다 다소 높지만, ECB 통화완화 등의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국내금리 하락을 감안할 때 정당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존재하고 있다. 반면 향후 기업이익 추정치가 추가로 하향될 수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주가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업종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주가 과열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주식시장과 선진국 및 신흥국 등 글로벌 시장을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는 저평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9월 20일 기준 선진국 주식시장 PER 대비 KOSPI PER 비율은 96%로 과거 3년 평균(102%)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PER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주식시장의 과열 논란도 큰 상황이다.
한편 신흥국과 비교한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 PER은 2014년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9월 20일 현재 133%로 최근 3년 평균(138%)을 하회하고 있다. 지난 해 버냉키 전 연준의장의 출구전략 발언 이후 신흥국 대비 한국 주식시장 매력도가 높아졌으나, 올해 들어 신흥국 선거 이후 개혁 기대감 등으로 신흥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시장과 비교한 디스카운트 정도가 과거 평균대비 크게 높지 않아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에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최근 3년 평균 대비 상대 PER로 보았을 때 선진국 대비 5%, 신흥국 대비 4% 가량의 상승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MSCI 기준 KOSPI의 PBR은 1.18배로 과거 3년 평균(1.24배)을 하회하고 있으며, PER보다 글로벌 시장 대비 디스카운트 폭이 훨씬 큰 상황이다. 선진국 대비 한국 주식시장의 PBR 비율은 55%, 신흥국 대비 비율은 77%에 불과하다.(과거 3년 평균치는 각각 67%, 81%)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가 아직 높은 반면 낮은 투자 등으로 기업의 자본 활용도가 낮아 PBR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는 저배당과 저성장 등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는데, 최근 정책효과 등에 힘입어 이러한 요인들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저성장 기조 전환, 지나친 어닝쇼크 등으로 인해 펀더멘털 및 글로벌 주식시장 대비 할인되었던 경향이 있다. 낮은 배당성향 등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선진국 주식시장 대비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요인으로 작용해 왔는데, 최근 정부정책 효과로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리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2014년 예상 한국의 배당성향은 9.7%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보다도 낮다. 새 경제팀이 기업배당을 강조하면서 우선주 할인율이 33%로 하락하는 등 배당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할인율이 가장 높았던 당시는 2009년 4월로 61.5%)
한편 한국경제의 낮아진 성장성으로 인해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신흥국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여 왔으나, 최근 이러한 디스카운트가 완화되는 추세다. 2003년 이후 신흥국의 빠른 성장세는 한국 대비 신흥국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높여왔지만, 최근 신흥국-한국 간 성장률 격차가 축소되면서 KOSPI 디스카운트도 축소되고 있다.
신흥국 대비 펀더멘털은 안정적인 가운데 금리 수준은 낮으며, 정부의 경기활성화 의지가 높다는 점도 한국 주식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는 상황이나, 지나친 기대감보다는 중기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PER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배당 성향과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으로 한국주식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디스카운트 완화가 기대되고 있다.
정부가 사내유보금 과세 등을 통해 배당 증대를 유도하고 있어 배당 성향이 높아지면서 PER 레벨이 한 단계 상향될 수 있다. 각종 부양책으로 경기반등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추가 금리인하에 따른 저금리로 할인율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새 경제팀의 경기 활성화 의지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거래소는 기업배당 확대, 거래 활성화 방안, 우량기업 상장 유치 등을 점차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PER 수준이 다소 부담스러운 만큼 단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중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KOSPI 및 PER 상승은 새 경제팀 출범에 따른 기대를 일정 정도 반영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단기적인 기대감을 키우기보다는 추가 대책발표, 법안 통과 및 경기반등 여부 등에 따라 중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03 0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