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여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호주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 보장뿐만 아니라 호주 금융산업 발전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호주의 퇴직연금은 높은 운용수익률과 소득대체율 등으로 한국의 퇴직연금이 눈여겨보는 성공사례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의 금융투자업계가 호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퇴직연금 성장이 호주 증시와 금융산업을 함께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호주는 1992년에 소득의 9%를 강제 적립하는 퇴직연금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을 도입해 자산운용업을 급성장시켰다. 이후 사용자 의무기여율을 인상하고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해 호주의 퇴직연금 자산규모는 연평균 12%가량씩 급성장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호주의 퇴직연금 규모는 1조6000억호주달러(한화 1364조원)로 전체 자산운용시장의 73.4%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의 자산운용업 규모는 1990년 2200억호주달러에서 2012년 2조1000억호주달러로 20여년간 9배 이상 늘어났다. 2012년 기준 호주 국내총생산(GDP) 1조5000억호주달러의 144%, 호주 증시 시가총액 1조4000억호주달러의 158%에 해당한다. 호주의 뮤추얼펀드 순자산 규모는 미화 1조6000억달러로 미국,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3위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36%를 차지한다.
호주의 맥쿼리는 이 과정에서 인프라펀드 운용역량을 축적하면서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맥쿼리는 퇴직연금제도를 통해 꾸준히 들어오는 자금을 당시 호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민영화 움직임에 발맞춰 인프라 펀드로 운용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되돌려줬다. 이 결과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함께 성장해나가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호주 퇴직연금과 금융산업 발전’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호주의 퇴직연금제도의 현황 및 국내에의 시사점 등을 살펴본다.
호주 퇴직연금의 개요
호주는 1992년 사업자가 근로자 소득의 9%를 강제 적립하는 퇴직연금 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또는 Super)을 도입했다.
호주의 노후보장체계는 국가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초연금제도(Age Pension), 퇴직연금보증제도(Superannuation Guarantee), 사적연금의 3층 보장체계다. 노령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한 근로소득자의 은퇴 후 소득대체율은 60~70% 수준이다.
가입대상은 호주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근로자(정규직, 파트타이머, 비정규직)와 자영업자로 호주 근로자의 95% 이상이 가입하고 있다. 92년 이후 정규직 근로자는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가입률이 상승하고 있다.
적립금은 고용주가 근로자를 위해 매월 적립해야 하는 최소의무적립금(9%)과 근로자의 추가적립금으로 구분된다. 2013년 7월부터 고용주 의무적립금이 매년 0.25~0.5%씩 상승, 2019년에 1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호주의 퇴직연금 자산은 지난 10여년간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여 세계 4위의 자산규모를 보이고 있으며, GDP 대비 자산규모가 100%를 초과하고 있다.
호주의 퇴직연금기금은 크게 5가지 형태로 구분되며, 2005년 연금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 스스로가 기금을 선택하고 선택된 기금 내에서 투자상품을 자유롭게 지정하고 있다.
기업기금(Corporate Fund):특정 고용주나 기업의 피고용인들이 가입할 수 있으며, 고용주가 자체 플랜을 운용하거나 투자관리자 또는 마스터신탁을 통해 운용되고 있다.
산업기금(Industry Fund):기본적으로 특정산업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별 연금기금이나, 가입대상을 제한하지 않는 산업펀드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공공부문기금(Public Sector Fund):정부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유지하는 연금기금이다.
소매펀드(Retail Fund):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는 펀드로, 생명보험 대리점이나 금융설계사를 통해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연금기금이며, 주로 대형은행이나 생보사 등 금융기관들이 사모 및 공모기금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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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개인관리펀드(Self-Managed Superannuation Fund):자영업자와 소규모 사업자들이 스스로 연금을 관리하기 위하여 5인 미만의 가입자로 설립됐다.
2013년 말 퇴직연금기금의 비중(자산 기준)은 소규모 개인관리펀드가 32%, 소매형 26%, 산업형 20%, 공공부문 16%, 기업형이 4%를 차지하고 있다. 퇴직연금기금의 수는 총 54만 개에 이르지만 대다수는 소규모 개인관리펀드이며, 전체 계좌수는 3,000만개를 넘어섰다. 가입자가 선택한 펀드가 없을 경우 MySuper라는 저비용 구조의 퇴직연금 구좌에 적립하는 MySuper 제도를 201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과 자산관리산업
1990년 호주 자산운용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2,200억 호주달러이었으나 2013년에는 2.2조 호주달러로 지난 20년간 10배 성장하였는데, 이는 1992년 도입된 퇴직연금제도(Superannuation Guarantee)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4년 6월말 호주 퇴직연금기금의 운용자산규모는 1.85조 호주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5.3% 증가하였으며, 이는 호주 전체 자산운용시장의 73%에 달하고 있다. 2013년 호주 자산운용시장 규모는 명목 GDP의 147%, 상장시가총액의 158%이다. 호주 뮤추얼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전세계 3위이며, 아·태지역에서 36%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인은 세제혜택과 높은 투자수익률에 기인하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은 초기 기여금 및 투자수익에 대해 15%의 최저세율이 부과되고 은퇴후(60세 이상) 수령액에 대해서는 전액 면세혜택이 주어진다. 2014년 6월말 퇴직연금 투자수익률 11.6%를 비롯하여 지난 20년간 연평균 투자수익률이 10%를 초과하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기금의 또 다른 성장 배경은 민간부문에서의 자유로운 운용과 경쟁하고 있다. 가입자에게 기금선택권을 부여하여 각 기금은 더 나은 성과와 서비스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연금운용과 관련된 규제가 거의 없으며, 개인에게 연금펀드의 선택권(투자방법) 뿐만 아니라 운영방법에 대한 선택권도 부여하여 수익률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2013년 호주의 퇴직연금 수수료는 연평균 1.12% 수준이다.
호주의 퇴직연금기금은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비중이 84%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고, 주식 및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기금의 인프라투자에 대한 자산 비중은 약 6%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장기 자산운용의 수단으로 인프라투자에 대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과 은행산업
90년대 말부터 호주 4대 은행그룹은 생명보험 및 펀드관리사업을 인수함으로써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분야로의 사업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그 결과 2013년 은행그룹 총영업이익의 10%를 자산관리 비즈니스가 차지하고 있다.
은행은 소매형 퇴직연금 자산의 약 55%를 운영하고 있으며, 운용/관리수수료 수취 및 퇴직연금 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등을 통한 수익창출을 꾀하고 있다. 또한 은행은 비영리단체기금 등 다른 퇴직연금펀드에 자산관리, 수탁, 조언, 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SMSFs(Self-managed super funds)에 금융조언, 거래플랫폼 등의 금융서비스 제공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은행 자금조달의 주요 수단(자본확충, 차입 등)으로 퇴직연금기금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다. 퇴직연금(Super) 자산의 약 25%가 은행의 예금,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통한 은행의 자금조달 비중은 지난 10여년간 증가하면서 15%에 달하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 자산배분의 예금비중이 증가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변동성의 증가, 퇴직연금 가입자의 은퇴시기 도래, 펀드이동제도입(2004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등에 기인하고 있다. 2007년부터 퇴직연금기금의 은행차입이 가능해졌지만 아직까지 차입규모는 크지 않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도 확보돼 있다. 레버리지(부채조달) 기능이 없고 투자기간이 장기인 퇴직연금 자산의 특성상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호주 금융산업의 안정적 자금조달원으로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의 전체 자산규모는 매우 크지만 산업내 집중도가 낮아 시스템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2013년 호주 퇴직연금펀드 중 상위 5개, 상위 10개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6%, 27% 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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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6 16:07: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