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QE 테이퍼링 종료를 앞두고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소위 F5라 불리는 취약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등 실물경기가 작년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보유고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경제규모 대비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며, 통화가치도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대외부문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취약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올해 금융시장은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으나,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로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대외부문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들 취약 신흥국가들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재현될 수 있는 자금 유출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취약 신흥국 리스크 점검’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여부를 짚어본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커져
미국의 QE 테이퍼링 종료를 앞두고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확산되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10월 QE를 종료하고 내년 중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연방기금 선물금리는 기준금리 첫 인상시점을 내년 9~10월로 예상하고 있으나,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은 내년 2분기중을 시사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조기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월 이후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미국 테이퍼링 종료 및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약한 경기 회복과 ECB･BOJ의 통화완화정책으로 달러/유로는 14개월래 최저치인 1.29달러대로 하락했으며 엔/달러 환율은 6년래 최저치인 107엔대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여 9월초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연초 2% 후반대에서 움직이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초 2.3%대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2.6%대로 상승하는 등 추가 상승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2년물 등 단기 국채의 경우 연초 이후 등락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8월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버냉키 발언’ 이후 이른바 일부 취약 신흥국들(F5)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었던 점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이들 국가들의 펀더멘털 및 금융시장 상황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취약 신흥국 5개국(F5, Fragile Five)은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브라질을 말하며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로 분류되고 있다.
실물경기 현황 =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등 경제 성장률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취약 신흥국의 실물경기는 지난해 대비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5.4%(IMF)로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나머지 국가들의 경우 성장률이 둔화되거나 회복되더라도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는 지난 5월 모디 정권 출범 이후 과감한 경제 안정화 조치 및 투자 촉진책을 실시함으로써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F5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모습이다.
브라질의 지난 2/4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전년동기 대비 -0.9%)로 돌아서고, 터키의 성장률이 급락세를 보이는 등 나머지 국가들의 실물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IMF의 2014년(2013년) 성장률 전망은 인도 5.4%(4.4%), 인도네시아 5.4%(5.8%), 터키2.3%(4.3%), 남아공 2.3%(1.9%), 브라질 1.8%(2.3%) 등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만성화된 상황이 이들 국가들의 성장세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향후 빠른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3/4분기 이후 경상수지 적자가 축소되고 있으나 향후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며(IMF), 특히 터키와 남아공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5~6%대로 취약 신흥국 중에서는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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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부문 현황 = 외환보유고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규모 대비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며, 통화가치도 최근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대외부문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여름에 비해 외환보유고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명목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율이 10%대에 머물러 있어 주요국(2014년 8월말 기준 한국 30.1%)과 비교할 때 여전히 취약한 수준이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환시장 방어를 위한 잦은 시장개입으로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는 데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취약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최근 다시 가파르게 약세로 전환됐다.
F5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지난해 급락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올해 들어 소폭 절상되었으나, 펀더멘털이 취약해지기 시작한 2011년 이후의 장기적인 통화 약세추세가 최근 다시 재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1년 1월~2014년 9월 중 F5 국가들의 달러 대비 통화가치 변화는 인도 -25.7%, 인도네시아 -24.2%, 터키 -27.6%, 남아공 -37.0%, 브라질 -28.4% 등이다.
터키와 같이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우 외국 자금 유출에 취약한 상태이며, 7월 이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차입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S&P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터키의 단기외채 비중이 명목 GDP 대비 166%에 달하고 있어 자금유출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분류했다.
금융시장 현황 = 취약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취약 신흥국의 금융시장은 올해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으나, 최근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장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9월 들어 하락세로 반전됐다. 인도와 남아공의 주식시장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위기가 확산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던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증시도 올해 전체적으로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4년 중 F5 국가들의 주가 상승률은 인도 28.4%, 인도네시아 18.6%, 터키 16.3%, 남아공 10.3%, 브라질 15.1% 등이다.
하지만 9월 들어 미국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브라질과 터키를 중심으로 증시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인도･남아공 등 랠리를 이어가던 국가들의 증시도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9월 중 F5 국가들의 주가 상승률은 인도 -0.2%, 인도네시아 -0.9%, 터키 -3.6%, 남아공 0.5%, 브라질 -5.2% 등이다.
CDS 프리미엄도 주식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면서 최근 들어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여름 큰 폭의 상승과 함께 변동성이 확대되었으나, 올해 인도네시아의 CDS 프리미엄이 92bp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중 F5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 변동현황은 인도네시아 -92bp, 터키 -54bp, 남아공 -28bp, 브라질 -48bp 등이다.
하지만 9월 들어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이 21bp 상승하는 등 F5(인도 제외)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이 평균 14bp 상승했다. 2014년 9월 중 F5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 변동현황은 인도네시아 7bp, 터키 -16bp, 남아공 12bp, 브라질 21bp 등이다.
취약 신흥국들은 경제규모 대비 낮은 외환보유고와 높은 단기외채 비중으로 대외부문 불안요인이 존재하고 있으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재현될 수 있는 자금 유출에 여전히 매우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금 이탈이 재현될 가능성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보완적인 수단이 부재한 상황이다. BIS는 최근 발표한 분기 보고서2)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비금융기업들의 달러 차입금 규모가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최근과 같이 달러 강세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신흥국의 위기가 증폭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BIS는 신흥국 비금융기업들이 2009~2012년 중 해외에서 차입한 자금이 3,750억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4년 동안 차입한 액수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가 확산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수 있어 향후 우리 경제에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경우, 우리 금융시장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시장 불안과 신흥국 경기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국내 소비･투자심리 위축과 수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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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25 15:51: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