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중국의 급성장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이 수혜를 누렸지만 점차 아세안(ASEAN)으로 생산거점이 이동함에 따라 대응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프라 부족과 정치적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향후 아세안 지역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세안 생산거점의 밸류체인에서 수혜를 최대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 이정훈 선임연구원은 '아세안으로의 생산거점 이동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아세안 지역에서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동아시아 분업구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급등하고 한국과 일본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며 "그러나 임금과 에너지가격 상승, 위안화 강세,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중국 내 생산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제조업 생산비용을 기준(100)으로 할 때 중국내 제조업 생산비용은 2004년 86에서 2014년 96까지 상승했다. 특히 2000~2013년 사이 중국의 실질임금은 연평균 11.3% 인상돼 4배로 올랐고 위안화는 2005년 1월 달러당 8.28위안에서 올 9월 6.14위안까지 하락해 34.7% 절상된 상황이다.
이에 풍부한 노동력, 낮은 임금수준,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아세안이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을 뜻하는 아세안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브루나이 등 총 10개국의 회원국이 가입돼 있다. 내년을 목표로 결성을 추진 중인 아세안경제공동체(AEC)로 출범하게 되면 아세안 10개국이 유럽연합(EU)처럼 단일 경제권이 되고 제품, 서비스, 투자, 자본 및 고급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5대 원칙을 토대로 총 12개 서비스 분야를 서로 개방하게 된다.
아세안 10개국은 인구가 2013년 기준 6억4000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평균연령이 29세에 불과해 향후 소득증가에 따라 내수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이를 반영하듯 2008년 이후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가 급증하면서 2012년부터 중국에 대한 FDI 투자 규모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폰 공장을 가동하면서 중국 선전과 톈진공장의 휴대폰 생산을 중지 또는 감축하는 등 아세안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국내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프라와 정치 및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중국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향후 아세안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밸류체인에서의 수혜를 최대화하기 위해 기업과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글로벌 생산기지화 과정이 국내 부품·소재 및 자본재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세안 지역의 성장에 따른 수혜를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금융기관들 역시 국내기업의 진출확대에 따른 금융수요와 아세안 지역의 성장에 따른 현지 금융수요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아세안으로의 생산거점 이동과 시사점'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아세안이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
동아시아 분업구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급등하고 한국과 일본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1990~2013년 평균 17.6%로 한국(평균 10.6%)과 일본(평균 3.3%)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중국의 전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0년 3.9%에서 2011년 11.9%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2.8%에서 3.5%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고, 일본의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7.6% → 4.9%)
한중일 분업구조가 강화되면서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부품･소재･자본재 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대중 수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수출 비중은 1990년 0.9%에서 2013년 26.1%로 전체 수출의 1/4을 넘어섰고 일본 역시 같은 기간 대중수출 비중이 2.1%에서 18.1%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다만, 중국의 무역량 증가 속도가 한국과 일본을 크게 상회함에 따라 중국의 수입 중 한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했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비중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정체되어있고 대일본 수입비중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3년 이후에는 한국보다도 낮아졌다.
임금과 에너지가격 상승, 위안화 강세,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중국 내 생산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약화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제조업 생산비용을 기준(100)으로 할 때 중국내 제조업 생산비용은 2004년 86에서 2014년 96까지 상승했다. 2000~2013년 사이 중국의 실질임금은 연평균 11.3% 인상되어 4배로 상승했다. 최근 10년 사이 중국의 산업용 전기 가격은 66%, 산업용 천연가스 가격은 13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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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지속된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6~40세 인구의 비중은 2008년 70.7%에서 2012년 59.3%로 하락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2년 1.75명까지 하락했다.
위안화는 2005.1월 달러당 8.28위안에서 2014.9월 6.14위안까지 하락하여 34.7% 절상됐다. BCG는 특히 전자제품, 자동차, 가구 산업 등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수년 이내에 중국을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 낮은 임금수준,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아세안이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 주요국들은 인구구조상 젊은 층의 비중이 크고 출산율도 높게 유지되고 있어 노동력이 풍부해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태국(72.1%), 베트남(70.7%), 미얀마(69.9%) 등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나머지 인구의 2배를 넘는 ‘인구 보너스기’에 해당되고 말레이시아(68.5%), 인도네시아(65.9%) 등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세안 국가들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2.13명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며 필리핀(3.05명), 말레이시아(2.57명), 라오스(2.54명), 캄보디아(2.42명) 등이 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임금 상승과 위안화 절상이 동시에 발생함에 따라 아세안과 중국의 임금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임금 격차는 2005년 2배에서 2010년 3배로 확대되었고 2015년에는 4.5배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아세안 10개국은 인구가 6.4억 명(2013년)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며 평균연령이 29세에 불과해 향후 소득증가에 따라 내수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2015년 AEC(아세안 경제공동체) 출범까지 예정되어 있어 아세안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2008년 이후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가 급증하면서 2012년부터 중국에 대한 FDI 투자 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2001년 이후 대중국 해외직접투자(FDI)는 대아세안 FDI를 지속적으로 상회하였으나 2008년 이후 대아세안 FDI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2012년 대중국 FDI 규모를 상회했다.
2013년 대아세안 FDI 규모는 1,223.8억달러로 대중국 FDI 규모 1,175.9억달러를 상회했다. 2008~2013년 사이 대아세안 FDI는 평균 21.1%(CAGR) 증가하였으나 같은 기간 대중국 FDI 증가율은 평균 1.7%(CAGR)에 그쳤다. 우리나라 역시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중국과 아세안에 대한 FDI 규모 격차가 확대되어왔으나 2008년 이후 격차가 점차 축소됐다.
아세안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국내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폰 공장을 가동하면서 중국 선전과 톈진공장의 휴대폰 생산을 중지 또는 감축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의 연간 휴대폰 생산능력은 2.4억 대로 동사 전체 생산량(5억대)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갈등이 심화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아세안에 투자하고 있다. 2013년 기준 태국과 베트남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 2013년 12월 일본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4.5%가 향후 생산시설을 확대할 후보지로 아세안을 지목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자본집약산업에서도 생산거점으로 부상했다. 휴렛팩커드(HP)도 중국의 높은 인건비로 2010년 이래 중국 비중을 줄이고 인도네시아에서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아세안의 급부상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프라와 정치 및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중국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은 도로･전력･물류 등 사회기반시설이 미흡한 상태다. 라오스와 미얀마의 전력 보급률은 각각 55%, 26%에 불과하고, 필리핀 마닐라･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전력 및 산업용수 가격은 중국 선전･베이징보다 높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의 전반적인 산업 인프라는 144개 평가대상국 중 90위를 하회하고 있다.
태국의 정권 퇴진 운동, 캄보디아의 임금인상 요구 시위 등 정치적 불안과 노동시장의 불안정성도 여전하다. 회원국간 인프라 격차와 노동력 이동･개방 수준에 대한 의견차이 등에 기인한 회원국간 갈등 소지도 상존하고 있다.
향후 아세안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밸류체인에서의 수혜를 최대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0년대 이후 지속되었던 국내 산업의 대중국 의존도 상승추세는 임금상승 등 생산비용 증가로 중국의 생산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일부 부족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젊은 인구구조와 대규모 해외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아세안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글로벌 생산기지화 과정이 국내 부품･소재 및 자본재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세안 지역의 성장에 따른 수혜를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기관들 역시 국내기업의 진출확대에 따른 금융수요와 아세안 지역의 성장에 따른 현지 금융수요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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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4-30 13:57: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