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포커스


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뉴스홈 > Global > Vol. 329

엔화의 최근 약세요인 분석과 전망

등록일 [ 2015년01월05일 13시49분 ]

일본 내에서 엔저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온도차가 생기고 있다.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반해, 정치권과 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의 상징으로 불리는 ‘엔저’ 정책기조가 유지될 지 주목된다.
일본은행은 최근 작년 4월부터 시행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엔저현상이 경기에 플러스 요인이란 판단이다. 일본 엔화는 올 2월부터 반년 간 달러당 101~103엔 수준에 머물다 지난 8월 중순부터 한달 반 만에 8엔 가까이 더 떨어져 달러당 110엔 수준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일본 경기 기조에 대해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엔화 약세는) 경기에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자금 공급량인 본원통화(Monetary base)를 연간 60~70조엔 증가시켜 양적, 질적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내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감이 있지만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과 계절적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추가 완화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과도한 엔화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엔화 약세의 영향에 대해서 “가계 및 중소 사업자들에게서 단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산업계는 수출 부분에서 엔저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수입 부분에서는 엔저 역풍을 맞고 있다. 올 6월 이후 수입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도산하는 기업만 매달 20개 이상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도산한 기업수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이외에도 운송업 등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입장이던 일본 재계단체 경단련도 급속한 엔화 약세에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경단련 회장은 “지난 한달이란 기간 동안 변동이 컸다”며 “더 이상의 엔저는 일본 전체를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경기 전망에 대해 기업과 가계 부문은 소득에서 지출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순환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 기존 견해를 유지했다. 물가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로 내년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엔화의 최근 약세요인 분석과 전망’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최근 엔화 약세의 요인분석 및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엔화의 최근 약세 요인 분석

미국과 일본의 경기 방향성 차이가 확대된 가운데 양국간 상반된 통화정책 기대도 증가하고 있다.
엔화는 3분기 중에 달러화 대비 3개월 연속 절하(엔/달러 환율 상승)되었으, 9월들어 절하폭이 확대되어 엔/달러 환율은 109엔대까지 상승했다. 중국 위안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들이 3분기 중에 달러화 대비 약세를 나타낸 가운데 선진국 통화 중에서는 엔화의 절하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 109엔 대는 200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7월부터 미국의 경기개선 기대는 강화된 반면, 일본의 경기부진 우려가 지속되면서 엔/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부터 발표된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2차례에 걸쳐 상향 조정했다.(속보치 +4.0%, 전기대비 연율 → 잠정치 +4.2% → 확정치 +4.6%) 일본은 올해 4월 소비세율 인상이 반영된 2분기 GDP 성장률(전기대비 연율)이 1997년 4월 소비세율 인상 당시 -3.5% 보다 부진하게 나타났으며, 1차례 하향 조정했다.(속보치 -6.8% → 잠정치 -7.1%) 3분기 중에도 미국의 소비심리 및 기업 체감경기는 회복세가 지속된 반면, 일본은 소리심리와 기업 체감경기의 회복세가 부진한 상황이다.
미국은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가 7월 81.8pt에서 9월 84.6pt까지 상승하였으며, 제조업 PMI도 7월 55.8pt에서 9월 57.9pt까지 상승했다. 일본의 소비자심리지수와 제조업 PMI는 7월과 8월에 각각 반등하였으나, 이후 지난 6월 수준으로 반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의 10월 종료를 앞두고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논란이 부각된 반면,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있다.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7월 의회 증언과 8월 말 잭슨홀 연설을 통해 고용시장 등 향후 미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조기 금리인상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9월 FOMC에서는 경제 전망의 하향 조정에도 향후 적정 기준금리에 대한 예상치가 상향 조정되고 향후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9월 들어 중앙은행(BOJ)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하였으며, 일본 내각부도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판단을 하향조정 했다.
원/엔(100엔)환율은 7월과 9월 두 차례의 원/달러 환율 반등에도 엔/달러 환율이 더 큰 폭 상승함에 따라 3분기 중 3개월 연속 하락했다.(원화 대비 엔화 약세) 원/달러 환율은 7월과 9월에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부각되며 반등했다.

엔/달러 및 원/엔 환율 단기 전망

단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의 상승 및 원/엔(100엔) 환율의 하락은 점차 진정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미국의 경기모멘텀강세 압력은 다소 완화된 반면, 일본의 경기모멘텀 약세는 진정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Economic Surprise Index는 9월 중순까지 기준선(0) 위에서 상승 추세를 나타냈으나, 이후 하락 전환됐다. 일본의 Economic Surprise Index는 9월 중순 들어 하락 추세가 진정되고 있다. Economic Surprise Index는 각국의 경제지표들에 대해 실제치와 예상치의 차이를 종합하여 지수화한 지표로 경기 모멘텀을 의미한다.
9월 들어 엔화 약세가 심화됨에 따라 9월 하순에는 일본 정부의 아베총리와 경제재생상이 급격한 엔화약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미국의 이슬람국가(IS)공습 및 홍콩의 자유화시위 등이 엔/달러 환율의 상승압력 완화 내지는 하락 전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최근에 거래중인 엔/달러 환율 109엔대는 9월들어 상향 조정된 올해 말 엔/달러 환율 전망치(시장컨센서스 중간값 기준)인 108엔 대비 1엔 가량 높은 수준이다. 올해 말 엔/달러 환율 전망치는 지난 8월 말에 105엔 수준이었으나 9월 말 현재 108엔으로 상향 조정됐다. 엔화에 대한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도 7월 첫주 6만 계약에서 9월 첫주 12.3만 계약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10만 계약 수준으로 진정된 상황이다.
원/엔(100엔) 환율도 점차 하락세가 진정되며 당분간 현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달러 환율의 상승이 점차 진정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모멘텀 강세 압력 완화는 조기 금리인상 우려 완화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도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9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40원 대와 1,050원 선을 상회하여 거래됨에 따라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화 매도)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2분기 경상수지 흑자 비율(%, 명목 GDP 대비)도 6.40%로 1분기 6.37% 보다 상승하여 역내의 달러화 공급 우위 압력도 다소 증가했다.

엔/달러 및 원/엔 환율 중ㆍ장기 전망

엔/달러 환율의 점진적인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엔(100엔)환율은 900원 대 중반 선에서 하락 압력이 점증할 전망이다.
통화정책 및 경기측면에서 엔화는 달러화 대비 점진적인 약세가 예상된다. 미국은 올해 10월 말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종료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의 물가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미국은 내년까지 전기대비 연율 3%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나, 일본은 올해 4분기부터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내년 10월에 소비세율 추가 인상이 예상되어 내년 4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일본은 수출 회복 및 실질임금 상승 등이 나타나기 전까지 경기회복 압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물량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횡보 이후 약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명목 임금은 전년대비 증가하고 있으나, 물가 상승률도 큰 폭 상승함에 따라 실질 임금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재정여건 및 무역수지도 달러화 대비 엔화의 점진적인 약세를 지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재정수지 비율은 개선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재정수지 비율이 악화되고 있다. 일본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소비세율 인상을 통해 재정 여건을 개선시키려 하고 있으나, 여의치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은 경기 부진과 실질임금 감소를 초래했다. 최근 아베 총리는 경기상황을 지켜본 후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비세율 인상이 연기될 경우 일본 정부나 재정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며 엔화 가치 절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소비세율을 추가로 인상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대응하자는 입장으로 이 역시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수지도 미국은 적자폭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적자폭이 확대 중이다.

미국의 경우 셰일가스 수출 확대로 무역수지 적자 구조가 추가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원전 재가동 또는 대체 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에너지 수입 확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압력이 상존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일본의 경상수지 비율(%, 명목 GDP 대비)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시장의 컨센서스(Bloomberg 기준)도 내년 말까지 엔/달러 환율의 점진적인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2015년 엔/달러 환율 전망치(기말 기준)는 1분기 109엔 → 2분기 110엔 → 3분기 111엔 → 4분기 112엔 등을 기록하고 있다.
원/엔(100엔) 환율의 경우 내년 상반기 중에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압력으로 하락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전환으로 하락압력이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 중 외환시장에 선반영되어 원/달러 환율의 반등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FOMC 위원들은 내년 말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1%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내년 2~3분기 중 1~3차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2004년과 1999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은 실제 금리인상 대비 1~2분기 정도 앞서 반등을 경험한 바 있다.
한편,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금리인상의 근간인 미국 경기개선과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에도 중국과 미국의 경기호조로 경상수지 흑자 비율인 4.1%까지 상승한 이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지속됐다. 다만,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는 중국 경기둔화, 원화 대비 엔화 약세 지속, 내수 개선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올려 0

내려 0

파이낸셜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