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 기준금리 동결 - 파이낸셜포커스-

12월 금통위는 가계부채 우려와 금리인하 효과 점검 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했다.
12월 금통위는 디플레 우려와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차례의 금리인하 효과 점검, 가계부채 리스크 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편 한은총재는 유가 급락으로 인한 저물가 지속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KDI의 디플레 우려 및 금리 인하 주장은 다소 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 및 경제전망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함과 동시에 가계부채 부작용 등 금융안정 확보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립적 스탠스 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가계부채가 통화정책의 최대 제약요인 중 하나이지만, 가계부채 한 부분에만 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없는 한계 역시 언급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총재 발언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해석하며, 금통위 당일 시중금리는 최근 외국인 선물 매도 등에 의한 최근 금리 반등폭 일부를 되돌렸다.
주요 경제지표의 회복세가 여전히 미흡한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심리 또한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10월 전산업생산(0.3%, MoM)은 서비스업 생산 증가(0.8%, MoM)로 3개월만에 반등했으나, 광공업 생산은 둔화폭이 확대(-1.6%, MoM)되고 제조업 가동률(73.5%)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회복세는 미약한 편이다. 10월 소매판매(-0.4%, MoM)의 감소세와 더불어 소비자 심리지수(10월: 105 → 11월: 103)가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내수지표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한편 11월 수출 증가율은 조업일수 감소와 유가 하락에 따른 단가 하락 등으로 -1.9%(YoY)를 기록하였으며, 국내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對中 수출이 '14년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14.1~14.11.20일 기간 중 對中 수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0.1%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와 수입 품목 변화 등에 기인하고 있다.
11월 CPI 상승률은 유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1.0%에 그친 가운데, 물가의 선행지표인 GDP 디플레이터가 2분기 연속 0%를 기록해 디플레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11월 CPI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1.0%(YoY)를 기록했고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지난달 대비 0.2%p 하락함에 따라 0%대 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광범위한 물가수준인 GDP 디플레이터가 3/4분기 원화 강세와 IT 제품 수출가 하락에 의해 2분기 연속 0%를 기록하며 디플레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

저물가 기조 장기화로 디플레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고 있으나, 저물가 대응을 위한 금리 조정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KDI가 GDP 디플레이터 하락 등을 근거로 디플레 발생 가능성을 주장하며 선제적인 추가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최근 들어 디플레에 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금년 하반기 중 40% 이상 급락)으로 글로벌 차원의 물가하락 압력이 추가 강화될 전망이다.(유가 10% 하락시 물가 0.2%p 하락)
한편 유가 하락 및 유통산업 혁신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 하락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 증대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존재하고 있다. 유통산업의 구조 변화,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수입제품 가격 하락, 기업간 경쟁에 따른 공급가 하락 등으로 공급 물가의 하락압력이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부담 증대, 고령화, 전월세 증가 등에 의해 수요측 디플레이션 압력 역시 확대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낮은 수준의 물가 지속으로 인한 기대 인플레 하향 고착화와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 또한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기대 인플레이션은 '14.1월 2.9%에서 11월 2.7%로 0.2%p 하락했고, 3% 이상의 기대 인플레 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동기간 45.2%에서 39.2%로 하락했다. 한편 한은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3%대 중후반 경제성장과 1%대 물가상승률 수준이 디플레를 우려할만한 수준인지 의구심을 드러낸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당분간 제한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가 통화완화 정책은 가계부채를 증대시키고, 중장기적으로 경제구조를 취약하게 유도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11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10월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의 증가규모를 이어갔으며, 낮은 금리수준과 주택금융규제 완화로 당분간 가계부채 확대 추이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주택거래 호조 역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의 요인이다.(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08~'13년 11월 평균 아파트 거래량 4.7천호보다 크게 증가한 8.5천호)
한편 저금리로 인한 이자부담 경감에도 불구, 대출규모 증대와 원리금 분할 상환 대출증가 등을 배경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은 전년도 대비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이다. 2014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 국내 가계부문의 DSR는 21.5%를 기록하며 주요 OECD 국가들의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또한 가계금융부채의 약 45%를 차지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30%만이 원금분할 상환을 하고 있고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가계부채 문제의 확산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증대는 향후 소비여력 감소와 더불어 디플레 압력을 강화시킬 전망이다. 최근 디플레 논쟁의 기반이 된 공급측면의 물가하락 압력은 저성장 고착화 과정에서 부각된 측면이 존재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디플레의 근본 배경은 수요 부족에 기반한 물가하락이 주요인이다. 특히 가계의 원리금 부담 증가가 진행됨에 따라 소비지출을 가장 먼저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민간소비 제약효과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12년 조사 결과, 원리금 부담 증가시 가계지출을 줄이는 항목은 저축(19.3%)보다는 식품/외식(38.8%), 레저/여가/문화(26.1%), 의류구입(7.4%), 교육(5.4%) 등 소비비중이 높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가 장기간 수요부진으로 이어지며 물가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디플레 논쟁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저물가 우려와 가계부채 문제가 맞물려 통화정책 딜레마가 증대될 전망이다.
저소득 계층의 부채 증대와 원리금 상환 부담 증대로 인한 디폴트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기준 부채를 보유한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연간 소득의 약 70%를 원리금 상환에만 사용하고 있으며, 해당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524%로 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동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가처분소득 증가율('12년 대비 '14년)이 3.2% 증가에 그친 반면 부채 증가율은 25.7%나 증가해 2012년(430%) 대비 100%p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향후 금리 상승시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문제는 더욱 가중될 것이며, 이들 계층의 디폴트 해소는 공적자금을 통해 이루어짐에 따라 재정 건전성의 악화 소지 또한 존재하고 있다. 한은, 시장금리 2%p 상승시 소득 1분위 부채 보유 가구의 이자수지 부담은 13.5%에서 16.6%로, 소득 2분위의 경우 6.7%에서 8.1%로 증가했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비은행기관 및 신용대출로 적용 금리 수준이 높아, 향후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실질 금리 상승폭이 더 크게 확대되며 이자상환 부담이 증대될 전망이다.
또한 비은행권의 경우 주택금융규제 완화로 우량 가계대출이 이탈함에 따라 취약계층 의 디폴트 리스크 노출 정도가 확대되었을 것으로 예상되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논의 본격 부각에 따른 미국發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美 고용지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준 부의장이 FOMC 성명서에서 ‘상당기간’ 문구를 삭제할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됐다. '14.11월 중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12.1월 이후 최대 증가한 32.1만명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23.0만명)을 큰 폭 상회, 시간당 평균임금 또한 '13.6월 이후 가장 큰 폭 상승했다.

또한 최근 발표된 Fed 이코노미스트들의 최적통제 준칙(Optimal control rule) 관련 연구 결과, 물가상승률 2% 유지와 실업률 하락을 유도하는 연준의 금리인상 적기로 금년 4분기를 지목했다.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있어 최적통제 준칙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석달새 연준의 보유자산이 2,600억 달러 감소(8월말: 4.1조달러→11월 말: 3.8조 달러)한 것으로 알려져, 조기 금리인상 논의의 본격 부각에 따른 글로벌 차원의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채권시장 내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지속될 전망이나, 가계 부채 문제와 미국發 불확실성으로 통화정책의 운신폭이 축소되고 있어 선제적인 정책 대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물가 상황과 경제 지표의 부진이 단기간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중금리의 상승추세 반전은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로 내년 1월 한은의 경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 추가 금리인하 기대를 재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장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 재부각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및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등으로 향후 통화정책의 딜레마가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가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에 초점을 둔 정책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향후 정부의 추가 금리인하 주문 가능성은 점차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 총재 역시 완화적 거시정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금통위에서는 경제 전반의 비관론이 과도하게 형성되었다고 평가하며 위기의식 조장에 따른 성장 저해 소지를 우려한 것으로 나타나, 당분간 동결기조가 지속되고 경제주체들에 대한 경기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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