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대책 이후 호조세를 보였던 주택시장이 소강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심차게 출범했던 새 경제팀의 약발이 벌써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살아나던 주택 매매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기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일선 중개업소에서 느끼는 매매거래 활발 정도를 나타내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지수는 지난주 34.4를 기록했다. 매매거래지수는 지난달 22일 46을 기록한 뒤 3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아파트 매매 거래가 한산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매매 가격 역시 맥을 못추고 있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결과 지난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5% 오르는데 그쳤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률은 9·1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5일 0.09%에서 19일 0.15%로 급등한 이후 3주째 같은 수준(0.15%)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 10일 0.08%로 수치가 반토막 난 뒤 더 축소된 셈이다.
특히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가격 오름세를 주도하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의 경우 이달 들어 매도 호가가 3000만~4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시세 역시 내림세로 전용면적 51㎡형 기준 지난달 8억 3750만원에서 8억 3000만원으로 750만원 떨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강남권에서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강동구 돈촌주공 1단지 아파트의 경우 평형에 따라 실거래 가격이 500만~2000만원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노원구 상계5지역 중앙하이츠 아파트 역시 거래가 줄어들면서 실거래 가격이 약 500만~1000만원 떨어졌다.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9·1대책의 최고 수혜지로 꼽혔던 목동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거래가 뜸해졌다.
전문가들은 대책 발표 후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인들이 호가를 올렸지만 매수세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 등 국회에 계류된 법안의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진 점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2%)로 낮추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운 점은 앞으로 주택시장 활성화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격차가 워낙 컸고 후속으로 따라주는 추가 동력이 없다 보니 관망세가 많아졌다”며 “시장의 조정이 시작되면 후속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정책이나 외부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 이상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경제연구소의 ‘주택시장 회복세 지속가능성 점검 및 ’15년 전망‘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주택시장 동향(’13~14.상)
주택 매매시장 동향 = 주택 매매가격은 ’13년 이후 전국적으로 증가세를 시현했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13년말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시현했다. 이는 국내경제 회복세, 주택 공급과잉 해소 및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기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13년 출범이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지방 주택 매매가격은 ’08~’10 주택공급 감소, 세종시･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수요확대로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미분양 급증으로 인하여 ’08~’10년간 지방주택 신규 인허가는 연평균 146천호에 그쳤다. 이는 최근 10년간(’04~’13년) 지방 주택 인허가 235천호의 62% 수준이다.
거래량 = 주택 매매거래량은 ’13년 이후 수도권, 지방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매매거래량은 ’13년 18.3% 증가에 이어 ’14.상반기도 12.6%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 거래량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13년 23.8%, ’14.상 16.5%)
공급 = ’13년 주택공급 감소, ’14.상반기 주택공급이 증가했다. ’13년 주택인허가는 크게 감소하였으나, 분양은 소폭 증가했다. 선행지표인 주택인허가는 수도권(△28.5%), 지방(△22.1%) 모두 감소했다.(전년대비 25.0% 감소)
’11~’12년 공급(인허가)확대 부담으로 ’13년 인허가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행지표인 분양은 지방물량 감소(△12.9%)에도 불구하고 수도권물량 증가세(11.4%)에 힘입어 전년대비 0.3% 소폭 증가했다.
건설사들의 미착공 PF사업장 정리노력 및 하반기 이후 위례･판교 등을 중심으로 한 분양시장 회복세 시현에 따른 증가로 보인다. 준공은 지방 대부분 지역의 물량 증가(31.6%)에 힘입어 전년대비 8.3% 증가했다.(수도권은 4.3% 증가)
’14.상반기 주택인허가, 분양 및 준공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미분양 감소, 분양시장 회복세 시현에 따라 선행 및 동행지표인 주택인허가 및 분양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2.0%, 16.3% 증가했다. 준공도 건설사들의 ’11년 이후 지방착공 증가, 미착공 수도권 PF사업장 정리노력 등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16.0% 증가했다.
전월세시장 동향
거래량 = 전월세거래량 증가세 지속, 월세 거래 비중이 확대됐다. 전월세거래량은 ’12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소, 교육･직장 문제 등으로 인한 거주 이동 증가로 전월세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전세대비 수익성 양호한 월세 거래의 비중이 확대됐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연 3.7% 이상의 수익률 개선이 가능하다.
전세가 상승 =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세가격은 매매가격 변동에 관계없이 꾸준히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자금융통 수단으로서의 매력 하락에 따른 전세 공급 감소에 기인하고 있다. 전세는 금전대차 및 주택임대차가 결합한 우리나라 특유의 임대차제도로 임대인의 자금융통 및 임차인의 경제적 임차 확보 수단이다.
그러나 주택시장 침체, 저금리 기조로 인한 주택 및 금융시장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임대인의 전세 공급 유인이 약화되고 있다. 반면, 월세가격은 공급증가에 따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 환경 변화(’14.3Q)
시장 환경 변화 = 주택시장 회복세 정체 우려, 정부는 주요 규제완화 등을 포함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14.2Q 이후 주택시장 회복세 정체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14.2Q 주택 매매가격 증가세 둔화 및 거래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주택자 중심의 수요회복 한계, 전월세 과세 강화 우려에 기인하고 있다.
’13년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주요 수혜자인 생애최초주택구입자를 중심으로 수요 증가하였으나 전체 주택수요 중 차지하는 비중 적고, 소득여력이 낮아 본격적 시장정상화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4.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전월세 과세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14.하반기 정부는 규제완화 등을 통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14.7월 2기 경제팀 출범 후 부동산규제에 대한 전격적인 완화를 포함한 ‘7.24 대책’ 및 ‘9.1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주택보유자 등 수요기반 확대, 재정비(재건축, 재개발)를 통한 질적공급 지향 등으로 무주택자 중심의 이전의 정책과 차별화된다.
주택청약제도 및 디딤돌 대출 등 무주택자 중심의 주택구매 지원제도를 교체수요 중심의 기존 주택보유자로 수혜계층이 확대되고 있다. 재정비사업 활성화로 주거수준 향상 및 공급제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향후 주택시장 회복세 지속가능성 점검
매매시장 전반 = 회복세 지속 예상되나 시장별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회 확대, 주택 공급조절 기조는 전체 시장활성화에 긍정적 요인이다. 금융기회 확대로 주택구매 수요자의 금융비용 감소 및 투자여력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기회 확대 요인은 LTV･DTI 규제 완화, 디딤돌대출 지원대상 확대 등이다. 아울러, ’14.8월 기준금리 인하(2.50%→2.25%)도 수요확대 기여 요인이다. 신규 주택 공급 제한으로 수급 불균형 개선 및 공급 과잉방지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재정비 활성화 등으로 대규모 신규 주택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신규분양시장 = 참여자 확대, 공급의 질적 제고로 호조세 지속이 예상된다. 주택청약제도 개선으로 분양시장 참여자 확대 및 주택품질 제고가 전망되고 있다. 주택보유자에 대한 청약제한 완화, 청약제도 단순화 등 제도개선은 주택교체 및 투자를 희망하는 잠재 수요자의 분양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주택보유자는 기존주택 처분으로 구매자금 확보가 용이하고 주거수준 향상에 대한 의지 및 투자의향이 높아 무주택자 대비 주택수요 증가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분양시장 참여자 확대는 분양주택의 품질 및 다양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건설사는 기존의 청약제도가 고가(高價)주택 분양의 장애가 될 것을 우려하여 속칭 ‘깜깜이 분양’을 활용하기도 한다. 규제완화를 통한 재정비 사업 활성화로 양질의 공급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재정비 사업지역은 주로 도심에 위치하여 도시 외곽의 신규 택지보다 입지조건 등 주거경쟁력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교통, 편의시설 등 입지조건은 주택구입의 최우선 결정요인이다. 전통적으로 선호도 높은 강남, 목동 등의 재건축사업 확대가 전망되고 있다.
일반(비조합원) 분양을 통하여 충분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강남, 목등 등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87~’88년에 대규모로 준공된 양천구(목동) 지역 아파트는 재건축연한 축소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재고주택시장 = 점진적 시황회복 예상되는 가운데 재건축이 선전하고 있다. 전반적 매매시장 활성화에 불구하고 단기 공급부담, 분양시장 쏠림으로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시장 호조에 따른 공급 지속으로 재고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분양시장 위주의 정책지원으로 ’14.상반기에 이어 주택 분양 및 인허가 증가세 지속이 예상된다. 100%를 상회하는 주택보급률 감안시 지속적인 분양 등 공급 증가는 재고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을 확대시키고 있다. 재고주택시장에 비하여 분양시장 수요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분양주택이 건물 상태 및 디자인, 분양가격 등에서 인근 재고주택 대비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다. 청약제도 개선, 재정비 사업 활성화 등 최근 정책변화로 재고주택 구매 대비 신규 분양의 이점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투자가치 높은 재건축 주택은 규제완화로 양호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재건축 연한 축소 등 규제완화의 직접적인 수혜로 투자매력이 증가하고 있다.
’14.7~9월(규제완화 이후) 재건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 증가율은 1.73%로 전체 아파트 증감률(0.56%)의 3배를 시현했다. 재건축 주택은 입지조건, 편의시설(재건축 이후) 등 상대적으로 우월성이 있으나 제도적 규제, 복잡한 이해관계 등이 가격할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월세 시장
전월세 시장 = 전세가격 상승세 지속, 일부 지역 전세난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전세가격 상승세 지속이 예상된다. 전세 임대는 월세 임대 대비 투자수익률 저조로 꾸준한 공급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13년부터 전세 수요 축소를 위한 정책 시행 중이나 효과가 제한적이다.
주택구입자금 지원,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을 통하여 전세수요의 매매 및 월세 대체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매매시세가 높다는 인식 및 가격하락 우려 부담으로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은 재정비 활성화로 인한 이주수요 증가로 전세난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재건축 사업 집중에 따른 대규모 주택 멸실로 강남지역 전세난이 우려되고 있다. ’15년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지역은 재건축 집중으로 인한 멸실물량 증가로 1만6천호의 주택부족이 예상된다.
’15년 전망 및 시사점
내년 주택시장은 회복세 지속이 예상되나 시장별, 지역별로 정도가 상이하다. 주택매매시장은 전국 평균 1~3%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주택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 재정비 활성화 등으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부시장별, 지역별로 회복정도는 상이하다.
신규분양시장은 기존 주택보유자의 참여 확대 등으로 주택매매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재고주택시장은 단기공급물량 부담, 분양시장 쏠림 등으로 점진적 시황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 쾌적성, 편의시설, 교육환경 등 입지조건에 따른 가격의 지역적 차별화 현상은 확대 가능성이 있다.
전월세시장 = 전세가격 상승, 월세비중 증가세 지속이 예상된다. 전세가격은 공급감소에 따른 수급불균형 지속으로 2%내외 상승할 전망이다.
아울러, 주택 매매가격 상승도 전세가격 추가 상승 여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가격은 소폭 하락 예상되나 월세 비중은 꾸준히 증가세가 예상된다.
전세 대비 수익성 양호한 월세 거래비중은 꾸준한 확대가 예상된다. 공급증가에 따라 가격은 하락세를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하여는 내수 활성화,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 등 국민경제의 질적 성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시사점
건설업 = 미착공 PF사업의 적극적인 정리, 재정비사업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분양시장 호조세를 이용하여 장기 미착공 PF사업의 착공 또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비사업 시장 확대에 대비하여 재건축, 리모델링 등 건축(설계, 시공 등) 및 수주 경쟁력 제고가 절실하다.
부동산업 = 전월세시장에 변화에 대응하여 신규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상대적으로 수익성 양호한 월세로 이동함에 따라 기업형 임대주택 등 신규사업 추진 및 참여가능성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내 임대주택시장은 개인사업자의 전세 위주로 형성되어 사업자별 규모 영세하고 전문성이 낮은 편이다.
금융업 = 부동산 PF, 주택금융 관련 리스크 관리 능력 제고가 절실하다. 분양시장 호조세 시현 중이나 분양물량 급증에 따른 지역별 주택수급 변화를 감안하여 부동산 PF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LTV･DTI 규제 완화, 저금리 기조 등으로 주택금융 수요 확대 예상됨에 따라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