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내 은행업의 성장은 계속 정체하고 다양한 규제와 경쟁 환경 변화 때문에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2015년 경영환경 변화와 국내 은행업의 과제(전상욱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기준 시장금리는 2014년 4분기의 2.15%를 저점으로 2015년에는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 속도와 상승폭은 은행업이 현재의 저수익 국면을 벗어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보고서는 2015년 국내 은행업의 평균적인 자산 성장률은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한 2015년 명목경제성장률인 5% 내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시경제의 성장 정체와 함께 2015년부터 은행업은 본격적인 규제환경의 변화를 맞는다.
우선 바젤3에서 새롭게 도입된 '단기유동성비율(Liquidity Coverage Ratio)'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2015년 60%를 시작으로 2019년 100%까지 점차 규제비율이 강화되는데 은행업의 소매예금 유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국공채, 우량회사채 등에 대한 자금운용을 증가시켜 영업비용 증대와 운용수익률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은행과 보험, 자산운용사 상품을 한 장소에서 상담하고 가입할 수 있는 복합금융점포가 허용된다. 복합점포는 다양한 금융계열사를 가진 대형 금융지주사들에게 유리하지만 은행 중심의 금융사들도 국내외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타 회사와의 전략적 제휴가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금융서비스 경쟁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FinTech, 금융과 IT기술의 융합)'의 성장도 은행업에게는 거대한 도전이다. 금융당국 등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함께 핀테크 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2014년 다음카카오가 '뱅크월렛카카오'로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했듯이 2015년 핀테크 기업의 시장진입이 본격화될 경우 송금, 결제 등 기존의 금융 영역에 침투해 은행업의 경쟁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2016년 계좌이동제가 도입돼 은행 간 기존 고객 뺏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이렇듯 새로운 은행업 환경의 변화는 각 은행에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최근 10년간 은행의 대응전략은 비이자수익의 확대, 세계화, 고객관계 강화, 비용 효율화 등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지만 큰 성과를 보인 은행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은행이 해외은행의 성공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스위스의 UBS는 투자은행(IB) 비즈니스를 축소하고 자산관리(WM) 비즈니스에 자원을 집중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웰스파고(Wells Fargo)도 고객 니즈에 맞춘 특성화된 상품 개발로 미국의 낮은 경제성장 속에서 지속적인 자산성장과 3%대의 높은 순이자마진(NIM)을 확보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2015년 새로운 경영환경의 변화는 국내은행에 큰 어려움을 주겠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대응전략을 수립할 기회"라며 "경쟁우위를 확보할 개별 은행 고유의 차별화된 전략과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2015년 경영환경 변화와 국내 은행업의 과제’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제한적인 거시경제 여건 개선
국내 은행업의 저성장, 저수익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일반은행의 대손비용 감소와 비이자이익 개선 요인 등에 따라 2014년 ROA와 ROE는 2013년보다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의 가장 중요한 수익성 지표인 NIM은 2013년의 1.94%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국내은행 총자산 성장률 또한 평균적으로 5% 이하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은행의 성장과 손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금융수요의 원천이 되는 경제성장과 이자수익의 기반이 되는 적정 수준의 시장금리라고 볼 때 이러한 저성장, 저수익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실질 GDP 성장률은 3.7%로 2014년 추정 실질 GDP 성장률 3.5%보다는 다소 높아지지만 2016년 이후에는 다시 하향 추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채 3년물 기준 시장금리는 2014년 4분기의 2.15%를 저점으로 2015년에는 완만하게 상승하겠지만 그 속도와 상승폭은 은행업이 저수익 국면을 벗어나기에는 부족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2015년 국내 은행업의 평균적인 자산성장률은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한 2015년 명목경제성장률인 5%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NIM도 하락세는 진정되더라도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격적인 규제 및 경쟁환경 변화
거시경제 환경도 중요하지만 2015년은 장기적으로 은행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규제와 경쟁환경의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Basel 3에서 새롭게 도입된 단기유동성비율(Liquidity Coverage Ratio)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2015년 60%를 시작으로 2019년 100%까지 단계적으로 규제비율이 강화될 예정이다. 단기유동성비율 규제의 시행은 소매예금 유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국공채, 우량회사채 등에 대한 자금운용을 증가시켜 영업비용 증대와 운용수익률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2018년부터는 총익스포져 대비 Tier 1 자본의 비율을 3% 이상 유지해야 하는 레버리지비율 규제와 또 다른 유동성규제인 장기유동성비율(Net Stable Funding Ratio) 규제도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난외항목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조정 등 사전적인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5년에는 금융소비자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용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업권의 금융회사 직원들이 하나의 장소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복합금융점포가 허용된다. 본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진 금융지주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은행 중심 금융그룹들도 국내외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유사한 형태의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금융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도입 예정인 계좌이동제는 저금리 상황과 Basel 3의 단기유동성비율 규제의 시행으로 인해 저원가성예금 조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경영환경 변화 요인이 될 것이다. 금리 면에서 은행 간에 큰 차이가 없는 저원가성 예금, 특히 소매예금 유치 경쟁은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비가격 경쟁 비용 증대와 특판예금 판매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 2015년부터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2015년부터 시행될 증권사에 대한 NCR 규제의 개선도 은행업의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NCR 규제를 적용할 경우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M&A, IPO 등과 관련된 기업대출 여력이 현재 수준 대비 최대 3배까지 확대되면서 자문 역량과 결합한 신용공여 비즈니스의 확대가 가능해짐에 따라 신용공여 중심의 은행IB 비즈니스와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은행업의 입장에서 무엇보다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경영환경의 변화는 2015년에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뱅크 및 핀테크기업 육성 정책의 향방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IT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금융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은행이나 핀테크기업의 시장진입이 본격화될 경우 송금, 결제 서비스부터 예대 업무와 금융상품 판매 등 거의 모든 은행 업무영역에 침투하여 은행업의 경쟁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들로서는 새로운 경쟁자들과의 경쟁 또는 협력 방안에 대한 명확한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은행별로 차별화된 대응전략 필요
앞서 설명한 국내 은행업의 경영환경 변화는 향후 상당기간 국내은행업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공격적인 영업 등 단기적인 대응책만으로는 새로운 경영환경 하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당장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10여 년간 국내은행의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전략을 보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거의 비슷하게 원론적인 전략방향 제시 수준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국내 은행들은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비이자수익의 확대, 글로벌라이제이션, 고객관계관리 강화, 비용효율화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를 보인 은행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성과가 미미한 것이 예상 외의 경영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은행들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반드시 경영환경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Wells Fargo 등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우리보다도 낮은 경제성장률과 저금리 상황 하에서도 지속적인 자산성장과 3%대의 높은 NIM을 시현하고 있다. UBS는 IB 비즈니스를 축소하고 WM 비즈니스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말레이시아의 May Bank조차도 국내 은행보다 성공적인 글로벌라이제이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무엇이 국내 은행들과 성공적인 해외 은행들과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일까?
필자는 은행별 자원과 역량의 차이, 경영환경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은행 간 경영전략들의 차이가 미미하고 그러한 전략들조차 오랜 기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국내 은행업 경쟁력 열위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이 미흡하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실행 가능한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결국 낮은 성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2015년은 차별화된 전략 수립과 실행의 기회
새로운 경영환경의 변화가 본격화되는 2015년은 국내 은행들에게 큰 어려움을 줄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경영 역량의 차이, 즉 동일한 경영환경 변화하에서도 개별 은행 고유의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의 차이가 은행들의 경쟁력과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