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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시아 및 세계경제 전망

등록일 [ 2015년01월13일 13시41분 ]

“주요국의 통화전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동아시아 경제에 최대 과제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이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한국경제학회(회장 김정식), 한미경제학회(회장 최재필)와 공동으로 개최한 보스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한경연은 1월 3일(토) 오후 2시(한국 시간 : 4일 오전 4시) 미국 콜로네이드 보스턴 호텔에서 『2015년 아시아 및 세계경제 전망』 라운드 테이블 세미나를 개최했다.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주요국의 경쟁적 양적환화 정책, 중국경제 성장 둔화 등에 따른 대외 리스크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학회·한미경제학회와 공동으로 이번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통화전쟁·원유전쟁, 올해 동아시아 경제에 최대 난제(難題)

패널에 참여한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통화전쟁과 원유전쟁이 초래할 파장을 어떻게 해쳐갈 것인지가 올해 동아시아 경제에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일본·유럽의 양적 완화 가속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의 탈동조화는 슈퍼달러 초엔저로 대변되는 통화전쟁을 가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초빙연구위원은“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동남아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이 외환위기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이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화유동성 점검과 함께 동아시아 통화금융협력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방남 미국 드렉셀 대학교 교수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의 포트폴리오 투자의 유출입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 미국・유로존・일본 등의 통화정책 변화, △ 국가간 금리 차, △ 수익의 변동성 등을 들었다. 그는 또 “미국의 올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monetary policy normalization)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자본유입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로존과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들 국가의 자본유입 감소폭을 축소시키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 교수는 전망했다. 이어서 그는 “뱅크 론(bank loan)을 통한 자본 유입에 대해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급격한 자본 유출 등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대내외 여신을 통한 뱅크 론을 통한 자본이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인철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성균관대)은 아시아 신흥국이 당면한 정책 이슈로 △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적정 외환보유액, △ 환율정책, △ 통화·금리정책, △ 명목 국내총생산(GDP) 목표치, △ 적정 물가안정 목표(inflation targeting)치 등 여섯 가지를 꼽았다. 이어서 김 교수는 적정 환율·외환보유액 수준은 중앙은행의 통화·금리정책과 정부당국의 외환정책 간 연계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명목 GDP(국내총생산)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결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당국(기재부 등)과 중앙은행이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환율 변동성과 자본 통제 수준 간에 균형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적정 수준을 설정할 경우 특정 수준을 목표(point-targeting)로 삼기 보다는 일정한 범위 중심의 타게팅(range-targeting)이 낫다고 조언했다.

◇ 구조개혁·경제회생 성공 여부, 거버넌스 선진화 수준에 달려있어

패널로 나선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구조개혁과 경제재건과 경제회생의 성공 여부는 거버넌스의 선진화 수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거버넌스 수준과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과 독일을 들었다. 일본과 독일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각각 25%, 21%를 넘어서는 초고령 국가다. 지난 20년 간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은 정체와 퇴행을 거듭한 반면 독일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의 거버넌스 수준을 비교한 결과, 일본은 ‘부패・법치・관료의 질’로 측정한 2012년 국가시스템 지수가 0.59(2000년 0.56→ 2012년 0.59)로 독일 0.65(2000년 0.62→ 2012년 0.65)에 비해 낮았다. 이와 달리 독일의 시민사회 수준도 일본보다 높았다.

한편, 우리나라는 분석 기간(2000~2012년) 중 거버넌스 지수가 점차 상승세를 보였지만 독일과 일본에 비해 국가시스템과 시민사회 지수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거버넌스의 수준 차이가 경제성장에 중요 결정요인임을 방증한다”며, “장기적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국가시스템 개혁과 시민사회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KDI 김준경 원장 발제 요지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경제의 회복 및 유가하락에 기인하여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글로벌 위기 이후 경제회복 속도는 국가마다 다소 상이하다.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본 경제성장 추세는 지난 20년간 일본과 이탈리아는 정체되거나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독일은 지속적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개혁과 경제재건의 성패와 이에 따른 경제성장의 경로는 거버넌스의 선진화 수준에 달려있다. 거버넌스 수준을 국가기관의 역량, 시장 메커니즘의 효율, 시민사회 영역으로 세분화하여 2010년과 2012년의 거버넌스 지수를 비교해보면 일본과 독일 모두 초고령사회에 진입(65세이상 인구 비율이 각각 25%, 21%)하였으나, 독일은 역동적이고 건실한 경제시스템을 갖춘 반면, 일본은 부패, 법치, 관료의 질(quality)로 측정한 국가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시장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며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수준 차이가 지난 20년간 양국의 경제성장 격차를 설명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거버넌스가 가장 취약하며 이에 기인하여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7년 가까이 경제성장률이 계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로존은 경제 회복의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남유럽은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으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이하인 부실기업의 비중이 스페인 40%, 이탈리아 35%, 포르투갈 45%를 차지하는 등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

남유럽은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 부채수준이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임계치를 상회하는 가운데, 재정건전성 악화로 부실채권 정리와 은행건전성 제고 등 구조조정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인플레이션 증가율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부채-디플레이션(debt-deflation)의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 대격랑의 2015년 세계경제, 동아시아 위기관리 최대 과제(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 건국대 특임교수)

2015년 세계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대격랑의 해가 될 전망이다. 우선 지난 해 하반기부터 불붙기 시작한 원유전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 해 6월만 하더라도 배럴당 110 달러 선이었던 원유가격이 60 달러 선까지 급락해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들이 부도직전까지 간 데 이어 금년 중에는 50 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러시아가 33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단기외채와 자본유출 규모에 비해 외환보유액은 37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해 자본통제와 지불유예 선언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여파는 산유국은 물론 자원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신흥시장국의 자금이탈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 유럽의 양적 완화 가속화,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라는 통화정책의 탈동조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슈퍼달러 초엔저로 대변되는 통화전쟁을 가열시킬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국민의 재신임에 힘입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일본은행 총재는 금년 중 80조엔을 더 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 결과 달러당 엔화 환율이 130엔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년 동안의 엔저로 인해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일본상품과의 가격경쟁력 추락으로 기진맥진해진 한국 등 동아시아 신흥시장국에 쓰나미급 타격을 가할 것이다. 외국자본은 탈출하고 성장률은 곤두박질 칠 수도 있다. 심할 경우 똑 같이 미국금리 인상, 엔저가 있었던 1997년 같은 위기가 동아시아 전역을 몰아칠 수도 있다.

동아시아통화는 달러화에 대해서는 슈퍼달러로 인해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강력한 엔저정책을 추진하는 일본의 엔화 약세를 따라가지 못해 금년 중 동아시아 통화는 일제히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현재 0% 대인 미국금리가 경제충격을 고려해 금년에 1%대, 내년에 2%대 등으로 점진적으로 인상되고 일본도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때 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하는 경우 현재 일본의 물가동향을 고려해 볼 때 2~3년 더 양적 완화가 지속될 수도 있다. 이는 슈퍼달러 초엔저가 2~3년 더 갈 수도 있고 그 경우 달러당 엔화 환율이 1997~8년 경우처럼 130엔대를 넘어서면서 동아시아국가들에게 타격을 안길 가능성도 있다.

원유전쟁과 통화전쟁, 이 두 전쟁이 가져올 세계경제의 거센 파도가 몰아칠 대격랑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 것인가가 새해 동아시아경제의 최대 과제다. 1997년 동아시아 위기와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위기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특히 외화유동성이 부족하면서 자원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신흥시장국들에서 먼저 위기가 발생하고 동 위기가 역내에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외화유동성을 점검하고 동아시아 통화금융협력제도를 점검 보완하는 등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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