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증선위의 고의분식 결정에 대해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는 자사 홈폐이지에 증선위 주요 결정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하고 나선 것인데, 그만큼 향후 법정공방이 치열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반박문의 핵심을 살펴보면, 삼성바이오는 이른바 스모킹건이 된 내부문건에 대해 “여러 검토 문건 중의 하나일 뿐이고, 정보교류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팀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검토할 만큼 회사 내부적으로 공개된 자료이기 때문에 ”비밀문건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회계변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회계를 변경하지 않아도 이미 상장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상장을 위해서 굳이 회계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회계변경은 미전실 결정이 아니다”라고고 강변했다.
결국 삼성바이오측의 주장의 요지는 회계문제에 있어서 종속회사(자회사)나 관계회사, 어떤 것으로 처리하든, 기업의 본질가치는 문제가 없었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계처리 적절성 여부와 관련해 “금감원의 입장이 처음과 바뀌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쟁점이 되고 있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고의성 여부일 것이다. 이를 두고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 책임공방으로 이어져
한편,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사건이 금융당국의 책임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가 부풀려진 사실을 금융위원회가 미리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것인데, 이런 의혹을 금융위원회는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추진 과정에서 안진과 삼정회계법인에 삼성바이오의 가치평가를 의뢰할 당시 두 회계법인은 각각 8조 9천억, 8조 5천억 원대의 평가액을 제시했는데, 이는 당시 국내 증권사들의 평가 보고서를 참고한 것이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국정조사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증권가 보고서의 불확실한 수치를 근거로 회사 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국민연금에 전달돼 합병을 찬성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던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 올 3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감리가 시작된 뒤 이 보고서를 입수한 금융당국이 아무런 문제 제기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제기의 주요 요지인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기업 내부참고 목적 기업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조사·감독 권한이 없다”며 “2015년 5월 舊제일모직, 舊삼성물산이 양사의 합병 의사결정 前에 회계법인에 의뢰한 가치산정보고서는 회사 내부참고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서 그간 금융위원회가 국회 답변 과정 등을 통해 일관되게 밝힌 대로 회사의 재무제표에 표시하기 위한 것이나 투자자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보고서의 작성목적, 이용가능 정보의 범위 등에 따라 당사자 간의 합의하에 다양한 평가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며 “해당 보고서가 2015년 5월부터 7월 사이 舊제일모직과 舊삼성물산의 합병 의사결정 전에 국민연금에 전달된 경위나 국민연금이 이 자료를 활용한 내역을 금융위원회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해당회계법인의 보고서는 2015년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와는 무관하며 이번 증선위 심의대상도 아니었다”며 “현행법 체계하에서 감독당국의 조사·감독 대상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이와 관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2015년말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회계처리 내용을 공개하며, 금융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평가 방법 해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회의 해명자료가 초점 흐리기와 책임회피를 위한 동문서답이라며, 2015년 10월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와 에피스를 다시 평가해 삼성물산에 제출한 보고서를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다시 들여다봐야”
한편, 이번 삼성바이오 사태는 결국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에 ‘2015년 통합 삼성물산 회계처리 등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이 2015년 3분기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안진 보고서에 나타난 에피스 가치에 따라 정상적으로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하지 않고, 콜옵션의 반영 여부와 그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삼바, 삼성물산, 그리고 각 감사인들 간에 끊임없는 의견조율과 다양한 처리방식을 모색한 정황”이 있고, “또한 삼성물산의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도 지배력 획득에 따른 종속회사 편입과 지배력 상실에 따른 관계회사 변경 과정에서 각 지배력 변경 시점에서 공정가치 평가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참여연재는 “이와 같은 정황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회계처리 과정에서 삼바 및 에피스의 가치평가가 당사자들의 긴밀한 협의 하에 삼성물산의 이해관계에 맞춰 의도적으로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질의서를 보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질의서에는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와 관련한 질의(제1부)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내부문건과 관련한 질의(제2부) △지배력 판단과 관련한 질의(제3부) △가치평가의 적정성과 관련한 질의(제4부) △회계처리의 일반적 원칙과 관련한 질의(제5부) 등 그간 합병과 관련해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 쟁점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바의 분식회계는 삼바 내부 문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합병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추진된 것이라는 주장이 존재”하며, “또한 2015년 통합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서 확인되고 있는 미심쩍은 수치들은 삼바의 분식회계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회계처리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어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발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5년 제일모직-(구)삼성물산의 합병 전후를 둘러싸고 삼바와 에피스의 가치평가 및 지배력 상실 판단 등에 대한 삼성물산의 회계처리 전반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파이낸셜포커스 제353호 (2018.12.01) 기사입니다] |
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