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KTV)
# 대기업에 다니면서 연봉 5,700만원을 받는 신입사원 A씨의 월 기본급은 145만원으로 통상시급이 6,940원 수준이다.
# 소기업에 15년째 다니면서 연봉 3,600만원을 받는 B과장은 월 기본급이 270만원으로 통상시급이 12,920원이다.
연봉 3,600만원을 받는 B과장이 다니는 소기업의 경우 2018년 기준 최저시급 8,350원 이상을 지급해서 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연봉 5,700만원을 받는 A사원이 다니는 대기업은 최저시급 이하로 임금(시급)을 지급함으로써 법을 위반하게 된다. 최저임금 산정이 원칙적으로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 두 기업의 사례를 놓고 보면 대기업의 급여체계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최근 언론에서 제기됐던 연봉 5,700만원을 받으면서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문제는 결국 최저임금 법령해석의 문제가 아니고, 기본급이 전체 급여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당 기업의 임금체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본급 낮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문제
최저임금 산정방식 논란은 근로자의 시급을 계산할 때 어떤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산정하느냐에 따라 최저시급도 차이가 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줄일수록 유리하다.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계산할 때 기본급은 그대로인데 근로시간을 줄여 산정하면 시급 환산액이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주휴시간을 빼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근본적 원인이다. 월급의 절반도 안되는 기본급 체계가 문제인 것이다. 기업들은 수십년 동안 급여인상이 이뤄질 때마다 기본급 인상을 최대한 낮게 유지하면서 상여금이나 수당 등 다른 항목의 비중을 높여 왔다. 쉽게 말해 낮은 임금으로 일을 더 시키기 위해 기본급 인상을 억제해왔던 셈이다.
재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가 재계 요구를 받아들여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 일부 기본급 외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기로 했지만 확대범위는 제한적이다. 최저임금 수준을 웃도는 연봉을 받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기본급을 올려줘야 할 처지가 되자 결국 재계는 근로시간 계산에서 주휴시간을 빼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재계는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최저시급 계산법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결국 재계 요구 수용을 거부했다.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주휴시간을 ‘일한 시간’에서 빼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다만,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노사 합의로 쉬는 토요일의 급여분과 휴무시간은 모두 빼고 계산하게 하기로 했다.
노동계 “최저임금 산정 방식, 지극히 당연…재계는 ‘반발’
정부가 이런 내용을 담긴 개정안을 재입법 예고하고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고 밝혔다. 계산법을 바꿔 최저시급 위반을 피해가려던 재계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을 그대로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같은 아무 의미 없는 방안”이라며 “정부가 기업의 최저임금 시급 수준을 고의적으로 낮게 평가하기 위해 실제 근로 제공이 없는 유급휴일시간을 산정기준에 포함시켜왔다”고 주장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6개월의 자율 시정기간에 대해서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근로 제공 없이 임금만 주는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해야한다”고 기존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는 “이번 수정안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재계를 지나치게 의식했다”고 지적했다. 최저시급 계산 산입범위에서 약정휴일이 빠졌지만 법정 주휴 시간이 포함되면서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정부 결정에 대해선 “오히려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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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5-17 09:02:00
